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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테현(岩手県)의 먹거리

posted Mar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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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때 우리 식구가 홋카이도에서 아오모리를 거쳐 도쿄를 향해 남쪽으로 차를 몰다가 하룻밤을 머문 곳은 모리오카(盛岡)였다. 모리오카는 이와테현(岩手県) 내륙 중앙부에 위치하는 도시로, 이와테 현청의 소재지다. 그해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가장 참혹한 해일 피해를 입은 곳이 이와테현의 해안지방이었지만, 모리오카에서는 그런 상처의 흔적을 찾아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1886-1912)라는 시인이 있다. “동해의 작은 섬의 해변의 백사장에서/나는 눈물에 젖어/게와 벗하였도다(東海の小島の磯の白砂に/われ泣きぬれて/蟹とたはむる)”라는 단가를 남긴 시인이다. 일찌기 이어령 선생은 이 시를 예로 들어 “の”의 반복적 사용을 허용하는 일본어의 특이성과, ‘동해바다’를 결국 ‘작은 게의 등껍질’로, 나아가 나의 ‘눈물방울’로 축소시키는 “の”의 폭발적 수축효과에 관해 멋진 분석을 남긴 바 있다.

시인 다쿠보쿠를 배출한 도시가 바로 모리오카이다. 그가 게와 벗하여 노닐던 그 바닷가는 아마도 2011년 지진해일의 거센 파도에 휩쓸렸으리라. 모리오카는 1982년에 도호쿠 신칸센이 개통되면서 동북지방 북부의 거점도시로 자리를 잡았고, 명실 공히 이와테현의 대표 도시가 되었다. 모리오카는 세 가지 면 요리로 유명하다. 먹는 방법이 독특한 완코소바(わんこそば), 중국식 자장면인 자자멘(じゃじゃ麺), 그리고 한국식 냉면이 변화된 모리오카 냉면 등이 모리오카의 3대 면류에 해당한다.

■ 완코소바

‘완’은 이와테현의 사투리로 ‘그릇’을 뜻한다. 완코소바는 작은 그릇에 내는 소바라는 뜻이다. 젓가락질 한 번에 후루룩 먹을 만큼 작은 양의 소바를 계속 내놓는 것이 완코소바의 특징이다. 종업원이 지키고 서서 소바를 비우는 즉시 다시 채워주는데, 메밀이 불거나 국물이 식으면 맛이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삶은 국수를 낸다. 보통 여성은 20 그릇, 남성은 30 그릇 정도를 먹는다고 한다. 모리오카에서는 매년 ‘전일본 완코소바 먹기 대회’를 개최하는데 최고 기록은 254그릇이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성가신(식당 입장에서) 방식으로 소바를 내는 것일까? 찾아보니 그 유래는 대충 두 가지 설로 압축되는 것 같다. 첫째, 이 지역에서는 축제 때 지주가 마을 사람들에게 소바를 대접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일정한 크기의 가마로 국수를 삶이 많은 사람을 대접하자니 한 번에 조금씩 담아서 돌리게 되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이 지방의 가신이 영주를 대접하면서 한 입에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조심해서 내느라고 이런 시도를 했다는 설이다. 유래가 어떻든, 이런 식으로 소바를 먹는 손님들은 특별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마련이다.

■ 쟈쟈멘

콩을 발효시킨 춘장을 재료로 삼는 중국식 자지양미엔(炸醬麵)은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독특한 진화과정을 거쳐 짜장면이라는 국민음식으로 각광을 받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경우는, 태평양 전쟁 이전에 만주에서 살던 일본인이 전쟁 후 귀국하여 포장마차에서 팔기 시작한 쟈쟈멘이 모리오카에서 인기 음식이 되었다. 한국식 ‘짜장면’에 비해 소스가 적고, 그보다는 중국식 炸醬麵의 원형에 좀 더 가깝지만 물론 똑같지는 않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별미음식이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 지지기반의 규모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한국식 짜장면 쪽이 우세승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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