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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오구(中央区) 긴자(銀座) 식초 가게 오스야(お酢屋)

posted Nov 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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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釀造場)은 술을 만드는 곳을 가리킨다. 그런데 식초를 만드는 곳도 양조장이다. 둘 다 과일이나 곡물을 발효시켜서 만들기 때문에, 술을 만드는 기술과 식초를 만드는 기술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것뿐이다. 놀랍게도, 사람이 먹는 음식의 대략 3분지 1 정도는 발효음식이라고 한다. 발효(醱酵)란, 미생물을 이용해서 당을 분해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식초는 왜 술만큼 다양한 종류가 없는 걸까? 모르는 말씀이다. 식초에도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다.

식초는 크게 보면 화학식초와 양조식초로 나눌 수 있다. 화학식초는 에틸알코올에 빙초산을 섞고,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물질을 첨가해 만들기 때문에 몸에 썩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양조식초는 곡물이나 과일로 술을 빚듯이 만든다. 식초에는 초산, 구연산, 각종 아미노산 등 60여 가지 유기산이 들어 있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고, 체내 노폐물을 없애주는 음식이다. 소금과 함께 사용하면 음식이 덜 싱겁게 느껴지기 때문에 과다한 염분 섭취를 막는 데도 도움을 주고, 야채와 함께 섭취하면 비타민C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준다. 무엇보다도,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주는 데는 식초만한 재료가 없다.

중세 시절, 동양에서 수입한 후추라는 식재료는 육식을 즐기던 유럽인들의 식탁에 혁명을 가져왔다. 냉장고도 없던 시절, 늘 신선한 고기맛을 즐긴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고기의 고기 다운 맛을 도드라지게 만들어주는 후추라는 놈이 나타났으니 그 어찌 고맙지 않았으랴. 그 뒤로 후추 무역을 장악한 국가나 상인은 동서무역에서 거대한 이익을 보장받게 되었다. 식초의 발달도 인간의 식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적어도 일본 음식에 관한 한, 식초가 가져온 혁명은 유럽 음식에 후추가 미친 영향에 못지않을 만큼 컸다.

앞에서 썼지만, 스시라는 음식은 생선 젓갈에 뿌리를 둔 발효음식이었다. 생선을 발효시키기 위해 곡식과 결합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어로 식초는 ‘스(酢)’라고 한다. ‘스시’라는 이름 자체가 거기서 신 맛이 나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오늘날 스시가 발효된 곡식과 생선을 사용하지 않고 ‘거의’ 날생선을 사용하게 된 것은 두 가지 발명의 덕분이었다. 그 하나는 냉장기술의 보급이고, 다른 하나가 식초의 발달이다. 맛이 좋은 식초가 생겨난 덕분에, 스시는 발효시키지 않고도 식초에 비빈 밥으로 “발효의 분위기”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날생선의 비린 맛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요리법은 필수적이었다.

일본 음식은 상대적으로 엷고 섬세한 맛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통점을 자극하는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대신, 일본인들은 미묘한 차이가 나는 옅은 맛의 기미들을 알아채는 데는 선수급이다. 맛을 분별하는 일본의 형용사 중에서 ‘콧테리(こってり)’라는 표현은 기름기가 많아 짙고 끈끈한 상태를 가리킨다. 그 반대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삿빠리(さっぱり)’하다고 하는데, 일본의 ‘삿빠리’에는 초밥이나 초된장, 또는 샐러드의 드레싱 처럼 옅은 산미(酸味)의 이미지가 함께 따라 온다. 그럴 정도로, ‘살짝 신 맛’은 일본 음식, 특히 전채(appetizer) 요리 전반에 걸치는 중요한 특질을 이룬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도 직접 마시는 감식초가 유행하는 마당에, 일본에서 식초가 붐을 이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터다. 동경 여러 곳의 백화점이나 전문점에서도 직접 마시거나 물에 타 먹는 감식초를 판매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이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옆에 있는 오스야(お酢屋)다. 주소는 동경도 츄오구 긴자 4-6-16(東京都中央区銀座4-6-16)이고, 전화번호는 03-3561-7401이다.

오스야는 1876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우치보리(内堀) 양조원에서 제작, 공급하는 감식초 전용 카페다. 우치보리 양조원은 “스므리에 우치보리미츠야스(酢ムリエ 内堀光康)”라는 상표를 만들었는데, ‘스므리에’라는 것은 물론 포도주 감별사를 일컫는 ‘소믈리에(sommelier)’에 식초를 의미하는 ‘스’를 갖다 붙인 애교 있는 이름이다. 오스야에서는 식초를 가미한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판매하는데, 그 이름도 ‘스프트(酢フト)’ 아이스크림이다. 매장에서는 친절한 점원이 다양한 식초를 물에 타서 시음을 권해주고 있다.

상점 안에 앙징맞게 병들을 살펴보면, 서양배, 포도, 사과, 유자, 석류, 블루베리, 로즈힙, 히비스커스, 생강, 레몬, 망고, 꿀 등등 온갖 종류의 ‘디저트 식초’들이다. 점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물에 타서 마시면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맛도 상쾌한 디저트 음료가 되며, 우유나 아이스크림에 타서 먹으면 과일맛 요거트 음료처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친절한 미소에 보답해야 할 것 같아서 ‘맥주에 타먹는 식초’를 한 병 사들고 왔다. 집에 와서 맥주에 조금 타서 마셔 보니, 아닌 게 아니라 향료를 첨가한 유럽의 맥주처럼 산뜻한 과일향이 풍기는 특이한 맥주가 되었다.

이실직고하면, 나는 신 음식을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과일도 종류를 불문하고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오스야에서 시음해본 감식초는 시다는 느낌보다는 뭐랄까, 소프트 드링크의 한 종류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좌우지간 시다는 얘기를 자꾸 반복하다 보니, 이 글을 쓰는 내내 입 안에 침이 고여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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