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현(秋田県)

posted May 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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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타현에서 북상하면 해안도시 아키타(秋田)에 닿는다. 아키타현의 현청 소재지다. 거기서 다시 동쪽으로 46번 국도를 타고 산길을 넘다가 도중에서 북쪽으로 빠지면 타자와호수(田沢湖)가 나온다. 일본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이 호수는 드라마 <아이리스>의 배경으로 등장해서 요즘에는 한국 관광객들도 제법 찾아가는 명소가 되었다. 타자와 호수의 동안에 위치한 “죠몽의 숲(縄文の森)”이라는 캠핑장에 들어섰을 때, 오후부터 수상쩍던 하늘이 비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호수에서 수영을 했는데, 수심이 깊은 탓인지 민물 특유의 비린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키타라는 현의 명칭은, 일설에 의하면 이 지역이 벼농사에 적합하지 않아서 ‘나쁜 밭’이라는 뜻의 ‘悪田(아쿠타)’가 와전된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출토되었고, 우리가 머물던 캠핑장의 이름처럼 신석기 죠몽 시대의 유적도 적잖이 발굴되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는 타자와 호수를 일주했다. 호수의 서안에는 황금빛 동상이 서 있었고, 가게에서 파는 사료를 물에 흩뿌리니 고기떼가 시커멓게 몰려들었다. 몰려드는 기세가 어찌나 등등한지 물 밖까지 온통 희번덕거릴 지경이었다. 이른바 ‘우구이(鯎)’라고 부르는 황어인데, 된장에 발라 굽거나 튀겨 먹기도 하는 생선이라고 했다.

아키타현에서는 이부리즈케(燻り漬け)라는 특산물이 생산된다. 문자 그대로 ‘훈제 절임’ 음식을 가리킨다. 절임음식을 아키타 방언으로는 각코(がっこ)라고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이부리각코’라고도 부르는 음식이다. 무(大根)와 같은 채소를 커다란 광에 매달아 놓고 참나무나 벚나무, 사과나무 따위의 장작으로 훈제를 한 다음, 항아리에 쌀겨와 소금으로 재어 두면 저절로 물이 흥건히 생기면서 절임 음식이 된다. 불에 그을린 덕문에 갈색이 깃들고, 훈제 특유의 맛도 배어 있게 된다.

산간 지역에서는 눈 내리는 시기가 빠르고 수확한 야채를 햇볕에 충분히 말릴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보존식품을 만드는 독특한 생활의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야마가타현의 요코테(横手)시에서는 해마다 이부리즈케의 맛을 겨루는 ‘이부림피크’가 개최된다. (짐작하다시피, 이부리+올림픽의 합성어다.) 무 이외에도 당근이나 다른 야채로 실력을 겨루기도 하지만, 때로는 ‘훈제 감 속에 초컬릿을 넣은 절임’ 같은 특이한 음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도쿄에는 ‘안테나숍’이라는 가게들이 있다. TV나 라디오를 판매하거나 수리하는 상점처럼 들리지만, 그런 게 아니다. 각 지방에서 자기네 특산물이 도쿄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이 있는지 시험 삼아 직판하는 상점들을 말한다.  보통 안테나숍들은 기차역 앞에 개점하기 마련인데, 아키타현의 안테나숍은 유락쵸역(有楽町駅) 앞이나 시나가와역(品川駅) 앞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가면 갈색으로 그을린 이부리즈케를 살 수 있음은 물론이다. 도쿄 내의 각 지방 안테나숍의 목록은 http://takusan.net/antenna/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