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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타현(山形県)

posted May 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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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살기 시작한지 어언 1년이 다 되도록 동경 주변을 벗어나볼 일이 없었다. 이래가지고서야 일본을 경험했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터였다. 2011년 3월 하순에 아이들의 봄방학에 맞추어 휴가를 얻어 관서지방을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3월 11일에 일어난 대지진 덕분에 여행은커녕 비상근무로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며 봄을 다 보냈다. 이듬해 여름이면 큰 아이가 대학으로 진학하기 때문에 어쩌면 그해 여름은 식구들이 다함께 여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귀중한 휴가인 셈이었다. 그러나 네 식구가 기차나 비행기로 여행하기에는 일본의 교통비가 너무 비쌌다. 우리는 자동차를 몰고 북해도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트렁크에는 텐트를 실었다. 캠핑이라면 우리 식구는 이미 오래 전에 미국 대륙을 좌우로 횡단한 베테랑이었다.

동북고속도로를 달려 센다이(仙台) 턱 아래까지 가다가 서쪽으로 빠져나가 미야기현(宮城県)을 통과하고 나면 야마가타현(山形県)으로 들어선다. 미야기에서 야마가타로 들어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길고 짧은 터널을 수시로 통과하다가 더러는 산등성이를 잇는 높다란 고가도로를 달리며 산 아래를 굽어보곤 한다. 한 번 눈에 새기면 잊기 어려운 경관이다. 이 부근의 산골마을이 하시다스기코(橋田壽賀子)의 소설 주인공 오싱(おしん)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일거리를 찾아 사카다(酒田)로 가던 오싱처럼, 우리도 저무는 노을을 마주보며 해안을 향해 달렸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텐트를 쳤으면 했는데, 불타는 저녁노을은 목적지를 아직 한 시간쯤 앞두었을 때 절정을 이루었다. 야마가타현 쇼나이(庄内)에 있는 “저녁해의 언덕(夕日の丘)”이라는 이름의 캠핑장에 도착한 것은 어스름이 깔린 뒤였다.

쇼나이는 평야지대로, 쌀 생산이 유명한 곳이다. 막부 말기 역사로 따지면 쇼나이 번(庄内藩)은 아이즈 번(会津藩)과 함께 유신 세력에 맞서 최후까지 항전을 했던, 절개가 굳은 지역이다. 시대의 변화에 그만큼 둔감했다는 의미도 된다. 첩첩산중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곡식이 풍요롭게 조달되는 지역에 어쩐지 어울리는 역사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의 야마가타 현은 특히 체리의 생산지로 유명하고, 초카이산(鳥海山) 인근에서 생산되는 초카이 맥주가 은근히 애호가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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