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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비어(函館 ビール)

posted Oct 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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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아에즈(取り敢えず)’라는 일본어는 ‘우선’, 또는 ‘일단’이라는 뜻이다. 일본인들은 저녁식사 시간에 음료 주문을 받으면 곧잘 맥주를 마신다. 어느 식당에서든 식사 주문 전에 음료 주문을 받는데, 이때 손님들은 거의 언제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토리아에즈, 비루데 시마쇼까? (일단 맥주부터 한 잔 할까요?)”라고 말한다. 우스운 일화가 있다. 업무상 처음으로 일본에 며칠 다녀간 어떤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야, 일본 갔더니 ‘토리아에즈’라는 맥주를 다들 마시던데 그게 어느 회사 브랜드냐?”

나는 배탈이 자주 나는 편이어서 맥주를 썩 즐기지 않는다. 의무적으로 일정량 이상의 맥주를 먹어야 하는 폭탄주는, 그래서 나에게는 고역이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하다거나 하는 느낌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유독 일본에서는 맥주를 즐겨 마신다. 맛있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는 독일식 맥주처럼 쓰지 않고, 미국 맥주보다 훨씬 더 고소한 향이 강하다. 일본은 맥주잔도 손아귀에 쏙 들어올 만큼 작은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잔씩 벌컥 들이키기에 부담감도 없다. 500cc나 1,000cc 맥주컵을 애용하던 사람이라면, “무슨 놈의 맥주잔이 이따위냐”고 소리를 지를 법도 하지만, 나는 이 편이 더 좋다.

일본 맥주 시장은 아사히(朝日), 기린(麒麟), 삿포로(札幌), 산토리(サントリー) 4개 회사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현재는 한때 최강이던 기린을 따돌리고 아사히가 1위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고급 맥주인 이른바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서는 삿뽀로의 에비스(恵比寿)가 강세이고 일반맥주 시장에서는 아사히의 수퍼 드라이가 거의 독주를 하다시피 하고 있다. 발포주에서는 기린이 다소 앞서고 있으며, 맥아가 들어가지 않은 이른바 ‘제3의 맥주’ 부문에서도 기린이 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원래 위스키를 만들던 산토리는 1963년에 맥주에 진출한 후발주자인데, 2003년에 사운을 걸고 출시한 ‘프리미엄 몰츠’가 대히트를 치면서 2008년에는 맥주사업을 흑자로 전환시켰고, 삿포로를 누르고 만년 4위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주세법상 원료중 보리(맥아)가 67% 이상 함유되어 있지 않으면 ‘맥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고 발포주(핫포슈, 発泡酒)로 분류된다. 발포주에는 낮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맥주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하이트 프라임’, ‘맥스’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일본 주세법 기준으로는 대부분 ‘맥주를 맥주라 부르지 못하는’ 발포주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나는 여태껏 물탄 술 같은 가짜 맥주를 먹고 있었단 말이냐”고 화를 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일본 맥주도 옥수수를 20-30% 사용하는 혼합 맥주이기는 마찬가지다. 지정 원료 이외의 원료를 사용한 맥주는 일본에서는 죄다 ‘기타 양조주’ 내지 ‘잡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리 함유량이 67%를 넘더라도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유럽산 맥주들이 일본에 오면 모두 용기에는 ‘기타 잡주’로 표기가 된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시장 장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바꿔 말해서, 일본 맥주가 맛있는 이유가 단지 맥아 함유량이 높다는 데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여름 휴가 때 북해도의 하코다테(函館)에 여행을 갔더니, 센프란시스코의 Pier 39와 흡사한 바닷가 상가 근처의 오오테마치(大手町)에 하코다테 비어(函館 ビール)라는 식당이 있었다. 화려하고 산뜻한 식당의 외관에 이끌려 들어간 곳에서 무척 맛있는 맥주를 맛볼 수 있었다. 식당에서 자체 제작한 네 종류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네 가지를 전부 작은 잔에 맛볼 수 있는 샘플로도 판매한다.

탁한 흰 색을 띈 위젠(Weizen)이라는 독일식 밀맥주는 살짝 과일향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맛이었는데, 50%이상의 밀맥아를 사용한다고 한다. 독일어로 ‘old’를 의미하는 붉은 빛깔의 알트(Alt)는 맥아로 만들어 쌉쌀한 맛이 돈다. 노란 빛깔의 콜쉬(Kolsch)는 쾰른에서 유래한 맥주라는데, 이것이 여늬 맥주와 가장 흡사하고, 갈색의 에일(Ale)은 영국식 맥주로 흑맥주에 가까운 맛이다.

일본인은 맥주를 비-루(ビール)라고 야릇한 발음으로 부르는 걸로만 봐서는 맥주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꽤나 까다로운 심미안을 지닌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일본산 맥주가 맛있다는 사실이다. 하코다테 비어의 주소는 홋카이도 하코다테시 오오테마치 5-22(北海道函館市大手町5-22)이고, 전화번호는 0138-23-8000, 영업시간은 매일 11:00-22:00이다. 안주와 식사도 다채로우니, 그곳에 여행을 가는 분들은 들려볼 만한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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