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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카(赤坂)의 홋카이도(北海道) 요리점 키타구라(北蔵)

posted Oct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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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本州) , 시코쿠(四国) , 큐슈(九州) 와 아울러 일본 열도 를 구성하는 홋카이도(北海道)는 일본에서 두 번째, 전 세계에서는 21번째로 큰 섬이다. 일본인과는 혈통이 다른 아이누족이 다수 거주해 오던 홋카이도가 일본의 완전한 일부가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18세기말까지만 해도 일본인이 홋카이도에 개척한 이주지는 연안지역 일부에 불과했다. 에도시대 후기에 이르러, 남하하는 러시아와에 대한 대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에도 막부는 비로소 홋카이도 탐사단을 파견하고 그곳에 행정기구를 두었다. 그 때까지도, 홋카이도는 ‘에조’라는 사람들이 사는 섬이라는 뜻에서 에조가시마(蝦夷ヶ島)라고 불렸다. 홋카이도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1869년에 이르러서였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일본에게 북해도는 조선에 있어서 간도와도 흡사한 면이 있는 존재였다. 근대국가의 국경선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전, 다른 민족이 살고 있지만 얼렁뚱땅 건너가서 그곳에 정착을 할 수도 있었던 곳. 방어의 대상이자 개척의 대상인 땅. 대국과의 사이에 막연하나마 완충지가 되어준 지역.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가 잘 구현했듯이, 그곳은 초창기 미국의 서부시대와도 흡사한 면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 땅에 대해서 품는 긍정적인 꿈은 ‘프론티어맨쉽(frontiermanship)’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에도 막부 말기 풍운의 삶을 살았던 사카모토 료마(坂本竜馬)는 교토와 에도에 모여 득실대던 근왕지사들의 젊은 혈기를 모아 홋카이도를 개척하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기도 했었다.

홋카이도의 원주민을 가리키던 에조(蝦夷)라는 이름은, 글자의 뜻만 풀어보자면 새우를 먹는 오랑캐라는 뜻이다. 오랑캐를 뜻하는 夷라는 글자를 따로 쓸 때는 에비스(えびす)라고 발음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것이 행운의 신인 에비스(恵比寿)와 동일한 발음이라는 점이다. 오랑캐의 이름이 ‘어업과 운수와 일꾼과 건강과 어린이의 수호신’의 이름이 된 사연은 이렇다.

부모의 혼전정사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사지가 (또는 몸에 뼈가) 없이 태어난 히루코(蛭子)라는 아이는 세 살 무렵에 갈대로 만든 배에 태운 채 바다에 버려져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히루(蛭)’란 흐물흐물한 거머리를 뜻한다. 이곳에서 아이누족인 에비스 사부로(戎三郎)가 아이를 양자로 삼았는데, 이때부터 팔다리가 (또는 뼈가) 자라나 장애를 극복하고 신이 되었다고 한다. 흐뭇한 이야기면서 어딘가 촌철살인적인 데가 있다. 오랑캐와 신의 이름이 같다. 버려진 장애아가 일본의 7대 신 중 하나가 되었다. 어쩐지 ‘버려진 돌이 머릿돌이 되었다’는 성서의 표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원래 멸시의 대상과 숭배의 대상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건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에비스(えびす)의 옛날식 발음은 예비스(ゑびす)였으므로, 삿포로 맥주 상표인 에비스의 영어 표기는 Yebisu가 되었다. 잘 아시는 대로,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도청소재지다. 메이지 시절에 삿포로에서 창업했던 맥주회사가 자기 고향 출신 행운의 신을 최고의 히트상품 브랜드로 삼은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죄송하다. 이야기가 너무 곁길로 샜다. 어쨌든, 에비스 신이 커다란 물고기를 낚시대에 걸머진 살집 좋은 노인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홋카이도는 물산이 풍성한 곳이다. 당연히 맛있는 음식으로도 이름이 높다. 홋카이도 음식이라면 신선한 해산물을 인심 좋게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홋카이도의 특산물이 비단 해산물만인 것은 아니다. 동경에서 홋카이도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선 동경 여러 곳에 홋카이도(北海道)라는 이름의 체인점이 성업중이다. 회사원들이 떠들썩하게 상에 붙어 앉아서 술과 저녁을 즐기는 식당인데,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만큼 메뉴도 다양하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홋카이도 보다는 키타쿠라(北蔵)라는 식당을 더 좋아한다. 이 두 식당의 분위기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들어가면 얼른 구분이 안될 만큼 비슷하지만 메뉴는 상당히 다르다. 두 곳 다 해산물 요리를 장기로 삼고 있으며, 사시미, 구이, 튀김, 나베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 음식에 서툴더라도 주문할 수 있도록 메뉴판에는 음식 사진이 많이 붙어 있다. 술안주로 꼬치구이나 찐감자, 소바 종류 따위를 주문해도 좋고, 홋카이도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해산물 위주로 주문을 해도 좋다. 생선 구이 중에서는 홋케(ほっけ)라고 부르는 임연수 구이가 맛있고, 찌거나 구운 대게도 맛있다.

게요리 위주로 홋카이도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게 뷔페를 제공하는 ‘마루고토 홋카이도(まるごと北海道)’라는 체인점도 좋다. ‘타베 호다이(食べ放題)’라고 부르는 일본식 뷔페는 정해진 시간 동안 양껏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방식이다. 노미호다이(飲み放題)는 주류를 그런 방식으로 마시는 것을 말하는데, 노미호다이를 제공하는 식당에서는 몇 가지 한정된 종류의 음료 및 주류가 제공된다. 노미호다이의 가격은 대체로 한시간에 일인당 1천엔 정도 안팎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마루고토 홋카이도’에서 게 타베호다이를 실컷 먹었더니, 아이들은 일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게를 먹으러 가자면 ‘작년에 충분히 먹었다’는 반응들이다. 뭐든지 살짝 모자라야 욕심이 남는 법인가보다. 아니, 그렇다 한들 게 맛에 일 년동안 질릴 수야 있겠는가. 이제 철들이 들었으니, 어쩌면 제 아비의 주머니를 생각해서 사양해 주는 건지도 모른다. ‘마루고토 홋카이도’의 게 타베호다이는 90분간 일인당 7,000엔 정도였다.

앞서 소개한 키타쿠라는 아카사카(赤坂) 한복판에 있다. 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특색 있는 요리 중에는 ‘마구로 카부토야키(鮪兜焼き)’라고 부르는 참치 머리구이가 있다. 원래 ‘카부토(兜)’란 전쟁 때 사용하는 투구를 가리킨다. 일본에는 전국시대 이래 사무라이 문화가 융성했기 때문인지, 투구의 종류도 다양하고 장식도 화려하다. 일본의 남자 아이들은 어렸을 때 총이나 칼 못지 않게 투구에도 곧잘 매료된다고 한다. 일본 에니매이션에 등장하는 로봇이나 슈퍼 히어로들도 거의 한결같이 투구를 뒤집어 쓴 모습들이다. 투구를 닮았다고 해서, 잘라 놓은 생선 머리도 일반적으로 카부토라고 부른다.

선술집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자카야(居酒屋)에 가면 흔히 도미나 방어 등 여러 종류의 생선을 사용해서 머리를 굽거나(카부토야키), 찌거나(카부토무시), 삶거나(카부토니), 튀긴(카부토아게)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어두육미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어서, 어떤 생선이든지 가장 맛있는 살은 뺨에 한 점 붙어 있는 부분이다. 그 다음으로는 산소 공급이 원활한 아가미 옆 지느러미 부분과 혈액 순환이 활발한 꼬리 부분의 살이 맛있다. 머리에 바로 붙어 있는 옆지느러미 위쪽의 부위를 기다랗게 잘라서 ‘카마(鎌)’라고 부른다. 농기구인 낫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좌우간, 키타쿠라의 마구로 카부토야키는 처음 보는 외국인이라면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압도적인 사이즈를 자랑한다. 참치 머리를 굽는 데 한 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꼭 맛을 볼 요량이라면 미리 주문해 두는 편이 좋다. 서울의 보신탕집에서처럼, 커다란 참치 머리가 나오면 여종업원이 비닐 장갑을 끼고 머리의 살을 꼼꼼히 해체해 준다. 배고픈 어른 두 사람이 그것만 먹어도 배가 완전히 불러질 정도 분량의 살이 거기서 나온다. (물론 질려버릴 테니 배가 부르도록 이것만 먹을 수는 없다. 양이 그렇다는 얘기다.) 바다속을 연상시키는 푸른 색 접시에 얹힌 채 식탁을 장악한 참치의 거대한 머리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낚시대를 걸머매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나가서 이만한 생선과 씨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린다.

키타쿠라의 주소는 동경도 미나토구 아카사카 3-16-7 (東京都港区赤坂3-16-7) 아카사카KT빌딩 4층이고, 전화번호는 03-3224-9298이다. 월-금요일에 17:00-23:00간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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