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도시

posted Jun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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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밤. 음주운전자가 열한살 짜리 초등학생을 차로 들이받았다. 아이는 울면서 머리를 만지며 뛰어갔다. 아이를 뒤따라 간 운전자가 병원에 가자며 아이를 차에 태웠다. 그는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하려고 아이를 저수지로 끌고 가 공기총으로 여섯 발 쏘아 죽이고 사체를 유기했다.

저수지를 향해 밤길을 달려가는 1시간 동안 뒷자리에서 아이는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고 한다.

어제 뉴스를 들은 뒤로 줄곧, 내가 그 아이가 된 것처럼 세상이 무서웠다. 무섭다. 그리고 한없이 슬프다. 며칠 전 과로사로 사망한 후배의 안타까운 부음조차도 내 슬픔에 무게를 더할 수 없을만큼, 나는 심히 슬펐다.

이 도시 위에 내일쯤 불벼락이 내려 모두가 멸망한대도 그것을 돌이킬 용서를 구할 도리가 없을 만큼, '우리'의 죄는 큰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