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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2 - 2001.2. New York

posted Jun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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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ort에서
- 우하(愚下)에게

가만히 지내보니
옷속의 올들처럼 우리는 만나고
또 헤어지더라
미처 만남을 준비하지 못했던 변경의 하늘
용서를 모르는 달빛은 여전히 차고
대서양에서도 발등의 파도는 차더라

안면도 바닷가에서처럼
기복(起復)을 반복하는 풀들을 바라보며 나는
나의 화초가 뿌리박고 선 화분
그 발등을 어루만져 보았다.
뿌리내리지 못한 풀들은 어디로 갈까 걸어서
일렬종대

돗단배 떠다니는 화사한 바다를 뒤에 두고
흑백의 꿈들 연무처럼 피어오르며
풍경과 몸을 섞고, 섞이더라

연줄처럼 길게 이어진 만인의 생애
누군들 헤어짐을 감당할 수 있으랴, 가만히
물속의 돌들처럼 우리는 구르고
또 구르더라.

(1999.5.)


맨하탄의 달

도시는 어디나 닮은꼴이다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할렘 남단을 걸으며
서소문을 생각한다

대도시 출신에게 고향이 따로 있으랴
나도 무관심한 대중이고 무책임한 체류자
무단횡단자이자 난폭운전자
나도 남이고
도시인일 뿐

구교도가 아무 성당에 가서건
같은 신을 경배하듯이
내 사는 곳에 내 근본이 있을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 중앙도서관
육중한 어깨너머로도
어머니 얼굴 같은 달 뜬다
수심에 젖은 반쪽은 여기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넥타이의 사회학적 무게는 얼마일까
담배연기 몇 올 날아오르다
어깨위로 내려앉는 사이
뉴욕시 경찰공무원 한 명
달그림자진 벤치에 앉은 내쪽으로 다가오더니
신분증처럼 매고 있는 넥타이를 보았는지
뒤돌아선다 싱겁게

(2000.12.)

    Catskill 산에서의 야영, Montauk에서 잡은 꽃게들, 집앞에 내려다 보이던 수풀을 황홀하게 물들이던 Autumn in New York, Grinich Village 심야의 Jazz Bar들, 두 꼬마들을 삼년간 품어준 자그마한 Townhouse, 대서양을 배경으로 드넓기만 하던 Jones Beach의 백사장, 눈빛만 봐도 맘이 통하던 선배-동료들, 직장선배가 따뜻하게 선물해준 기타 한 대, 내 집을 허물 없이 찾아주어 그동안 내가 헛 산 것이 아님을 깨우쳐 주었던 수많은 벗들. 그것이 삼년 동안 이곳에서 살고 남은 내 삶의 빵부스러기 같은 기억들이다. 그곳을 떠난지 불과 몇달 후 벌어진 9-11 사건, 어디에 서서 쳐다보아도 보이던 높다란 쌍둥이 빌딩은 이제 없다. 이제 뉴욕은 내가 기억하는 뉴욕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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