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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Russia with a Question

posted Feb 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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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처음 모스크바를 방문했습니다. 저 유명한 스타니스라브스키 극장에서 오케스트라와 발레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지요. 저는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더없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무용과 연주는 물론이려니와, 적절한 대목에서 자신있고 우아하게 호응하는 관객들의 세련된 관람매너 때문이었습니다. 뭐랄까요... 마치 영국 의회에서 양당이 벌이는 토론의 묘기와도 흡사한 수준 높은 자연스러움을 갖추고 있었거든요. 아아. 이런 것이 문화대국의 풍모로구나.

더 놀란 건 공연이 끝난 후였습니다. 외투보관소와 화장실, 출구를 향해 몰려드는 사람들은 아까 세련된 태도로 저의 기를 죽인 신사숙녀들이 분명한데, 흡사 전쟁통에 흥남부두를 철수하는 마지막 배로 몰려드는 피난민처럼 이들에게서 질서나 양보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왜 러시아인들은 이렇게 문화적 열정과 식견에 못미치는 공공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가 궁금했습니다. 제 궁금증을 들은 친구가 역사학자 Richard Pipes의 저서 "Property and Freedom"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키에프 공국 당시까지 잘 인정되고 지켜져 오던 소유권 관념이 몽골 지배시절 철저하게 파괴된 뒤부터 러시아의 개인적 정신세계는 공공생활의 실천과 괴리된 것으로 보인다는 감상과 함께. 소유권의 관념이 흐려진 곳에서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정신세계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러시아 문학과 음악의 그 심오한 세계는 정말 그런 슬픈 배경의 소산일까요?

그건 그렇고, 생각해 보면... 정신적 자산에 대한 개인적 소유까지 금지하는 <1984>속 세상 같은 통치체제는 정말이지 얼마나 살떨리게 잔학한 것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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