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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1. Vietnam

posted Jun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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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11. 12-16                베트남

     아동문제와 관련된 회의 참석차 하노이를 다녀왔다. 동아시아 지역 평균적인 국가들에 비해 아동의 복지와 관련된 지수들은 우리가 비할 바 없이 양호하기 때문에 마음 속 한구석에 가졌던 느긋한 마음은, “실은 우리나라의 출산율 억제는 무분별한 낙태를 배경으로 성공한 것이어서 부끄러운 점이 있고, 아직까지도 탁아시설 및 제도 등은 후진적”이라는, 누군가의 설명을 듣고 싹 사라져 버렸다. 그랬었군. 그러고 보니 다른 앞선 사회들에 비해서 우리 사회에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풍토가 약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경험했고, 또 그러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한 것일 수 없겠군.

     하노이의 西湖를 바라보는 호텔은 아담하고 깨끗했다. 보통 호텔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어떤 건물과도 다른 숙박시설이어서 방은 휑하니 넓은 데 비해서 좀 방 안을 채우고 있는 기물은 많지 않았지만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었다. 낮에 Carol Bellamy UNICEF 총재와 반시간쯤 면담을 가진 것은 좋은 추억거리가 되리라.

     ‘동남아’ 지역에 온다고 짧은 팔 셔츠들을 가져온 건 실수였다. 내가 베트남에 대해서 가진 인상은 대게 월남전 영화들을 배경으로 한 것이어서 이렇게 추울 줄 짐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노이의 거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보행속도도 자카르타 보다는 서울을 닮아 있었다. 설명을 들어 보니, 베트남의 남북에 사는 사람들은 인종적으로도 좀 차이가 있다는 얘기였다. 아니, 그게 사실이라면 월남과 월맹간의 싸움은 동남아와 동북아의 전쟁? 뭐, 그런 식으로 허풍을 떨 일은 없겠지만...

     하노이의 거리를 본 감상은, 이곳이 빠르게 변화할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이었다. 지금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저 자전거들은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로, 또 자동차로 바뀌리라. 거리마다 차도 옆을 흐르고 있는 노상하수(open sewage)도 조만간 사라지겠고. (제발 그래라, 저녁때 발을 헛디뎌 정강이까지 하수에 빠졌다...) 변하지 않는 것은 베트남의 후하고도 성실한 인심 뿐이기를. 아 참, 믿을 수 없을 만치 맛있는 돼지고기와 도로변에서 팔고 있는 저 쌀국수의 맛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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