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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구(渋谷区) 도겐자카(道玄坂) 원조 쿠지라야(がんそくじらや)

posted Jan 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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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286년, 외계로부터 거대한 원통형 물체가 해독할 수 없는 신호를 발신하며 지구로 다가온다. 그 물체의 진로를 방해하려는 우주연합 함대의 우주선들은 정체불명의 신호 때문에 하나둘씩 모두 파괴된다. 마침내 괴물체가 지구 궤도에 접근하자 지구는 행성 전체 규모의 폭풍우에 휩싸이고 모든 전자기기는 파괴된다. 지구는 행성 난파 신호를 발신하기에 이른다. 벌칸 행성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중이던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과학담당 장교는 그 신호가 20세기 지구에 서식하던 고래의 울음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긴 줄거리를 짧게 소개하자면, 그 외계의 생명체는 인류가 지구에 출현하기 전부터 지구상에서 지능을 갖춘 생명체로 존재하던 고래들과 교류를 해 오던 터였다. 23세기 지구상에는 고래가 멸종되었기 때문에, 현존하는 생명체들이 적대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엔터프라이즈 호는 태양의 중력을 이용한 위험한 시간여행을 감행하여 1980년대의 지구에 착륙한다. 그들의 임무는? 고래를 산 채로 포획해 미래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TV 연속극에서 시작해 무려 열한 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Star Trek>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The Voyage Home>의 뼈대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는 역대 <Star Trek> 영화들 중 드라마로서도 최고의 작품일 뿐 아니라, <Star Trek> 팬들이 열광하는 그들만의 우주, 소위 ‘Trek Universe’의 완성에도 제일 크게 기여했다. 다른 어떤 SF 작품과 견주어도 이만큼 유머감각과 탄탄한 줄거리를 갖춘 영화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다. 요컨대 고래가 중요한 생명체라는 말씀이다. 위엄과 우아함과 특이함을 고루 갖춘 이 거대한 생명체가 거의 모든 종류에 걸쳐 멸종의 위험 앞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고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핵무기 비확산 옹호자가 북한을 미워하는 것만큼이나 고래를 먹어치우는 일본사람들을 미워한다. 일본은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조사포경’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목적을 가장한 고래잡이에 나서고 있다. 남극과 북서 태평양 일대에서 조사포경을 벌이고 있는 일본고래연구소 등이 2011년 시중에 유통하기 위해 냉동상태로 보관중인 고래고기의 재고량은 5,400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것은 10년 전에 비해 3배의 규모에 해당하지만, 1962년 포획량이 22만6천톤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일본내에서 식용 고래고기의 유통은 감소추세에 있다. 포경반대 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취급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토요카도는 수년전부터 수요감소를 이유로 판매를 중단했으며, 이온은 전국 1,200여 점포 중 고래고기 수요가 많은 20~30개 점포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다. 고래고기 통조림을 제조하던 마루하니치로홀딩스도 반포경 추세에 맞춰 2008년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비싼 가격과 소비계층의 축소도 수요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젊은층은 고래고기를 아예 찾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조사포경으로 잡은 고래의 재고량은 늘어만 가고, 연구소측은 고래 연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고래고기의 수요를 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이제는 고래 대신 고래고기를 먹는 풍습이 멸종 위기에 처한 셈이다. 고래처럼 특이한 음식을 먹자면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가 무엇일까를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인데, 상황이 이렇다면 한 번쯤 고래고기로 성찬을 벌이는 것이 큰 잘못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포유류를 잡아먹는 것이 잔인하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소나 돼지는 먹어도 되고 고래는 안 된다고 말하면 그것도 위선이겠다. 생명을 지속한다는 것은 본디 잔인한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살아가기 위해, 살아있는 다른 것을 잡아먹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채식주의자도 잔인성에 관한 한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식물들이 생장과 번식을 위해 여린 싹을 틔워가며, 묵은 잎을 떨궈가며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생각한다면.

허만 멜빌의 <백경: Moby Dick>에서 보듯이, 북부 유럽지역이나 북미대륙에서도 고래와 돌고래가 식용으로 이용된 역사가 있지만, 근대 이후로까지 꾸준하게 고래고기를 사랑한 점에서는 확실히 일본인이 유별난 구석이 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포경은 금지되었지만 정치망에 혼획되는 고래와 좌초된 고래의 유통은 허용되고 있어서, 울산, 부산, 포항 등지에 고래고기 요리집이 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일본에서는 천 년 이상 육식이 금기시된 적이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에도 고래는 물고기의 일종으로 간주해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 왔던 것 같다. 고래는 수염으로도 샐러드를 만드는가 하면, 기름은 등불의 연료로도 쓰이고, 내장에서부터 꼬리까지 버리는 부위가 없다고 한다.

한때는 너무 흔해서 ‘싸구려 고기’라는 인식을 받으면서 학교 급식 재료로 사용되던 고래고기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전후 한때 고기 공급이 원활치 못하던 시절에는 일본인의 주식 역할을 했던 고래고기가 이제는 추억 속의 음식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도쿄 시내 이자카야에서 ‘고래 베이컨’ 정도는 비교적 쉽사리 먹을 수 있지만, 고래고기를 부위별로 먹어볼 수 있는 식당은 그리 많지 않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시부야(渋谷)에 위치한 원조쿠지라야(がんそくじらや)라는 곳이다. 일본어로 고래가 쿠지라(鯨)다. 1950년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는 이곳의 주소는 도쿄도 시부야구 도겐자카 2-29-22(東京都渋谷区道玄坂2-29-22)이고, 전화번호는 03-3461-9145다.

벼르다가 기회를 잡아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소문처럼 나베, 튀김, 구이, 꼬치, 회 등 온갖 종류의 고래고기 요리를 파는 곳이었다. 우리는 녹말을 입혀 튀긴 가라아케(空揚げ), 꼬치 튀김인 쿠시카츠(串かつ), 꼬치구이인 쿠시야키(串焼き), 소스를 입힌 텐푸라, 스테이크, 베이컨, 그리고 모듬(珍味盛り合わせ)을 주문했다. 모듬에는 염통(신죠, 心臟), 껍질(혼가와, 本皮), 꼬리(사라시, さらし), 혀(사에즈리, さえずり), 소장(햐쿠히로, 百尋)등이 조금씩 나왔다.

세세리(セセリ)라고도 부르는 혀는 특히 고급 부위로 친다는데, 기름기가 많았다. 꼬리 깃털을 얇게 썰어 조리한 사라시 부위는 젤라틴 함유량이 많은 것 같았다. 구이나 튀김 등은 붉은 고기를 사용한 것 같았는데, 요리를 해 놓으니 쇠고기에 비해서 검게 보였다. 이날 내가 먹은 고래는 밍크고래라고 했다. 모듬 요리가 1,980엔, 다른 요리는 각각 1,000엔 안팎이었다. 전체적인 감상은 크게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릴 적 부산에서 먹어본 ‘눌린 돼지머리’ 비슷한 느낌도 없었고, 맛과 냄새도 그다지 위화감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쿠지라야를 자주 찾아가게 될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 번쯤 식도락 경험의 폭을 넓힌 것으로 족하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내가 <Star Trek>의 열성팬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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