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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銀座) 미즈코시(三越) 백화점 2층 케익 가게 라뒤레

posted Nov 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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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에게 선물을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답례를 해야 하는 부담도 함께 선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움이나 은혜를 받았으면 감사의 뜻을 갚아야 한다는 것은 어느 문명국에서나 통하는 예절이겠지만, 일본문화에서 ‘은혜 갚기(온가에시; 恩返し)’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확실히 유별나다. 그러고 보면, 일본 역사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원수 갚기’의 관념도 우리보다 훨씬 지독한 데가 있다. 일본을 잘 아는 이어령 선생께서 일본의 문화는 원(怨)의 문화이고 ‘갚는 문화’인데 반해 한국의 문화는 한(恨)의 문화이고 ‘푸는 문화’라고 지적한 대목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좌우간 일본인은 작은 선물로 마음을 표시하는 일이 그만큼 잦다. 동경에 사는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 찾는 곳이 니혼바시(日本橋)나 긴자(銀座)에 있는 미츠코시(三越) 백화점이다.

비록 지금은 후발주자인 이세탄(伊勢丹) 백화점에 합병되었지만, 그 역사가 가진 무게는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츠코시 백화점의 전신인 ‘미츠이(三井)’ 가문의 ‘에치고(越後)’ 포목점(그래서 미츠코시다)은 1673년에 창업한 이래 세계 최초로 정찰제를 실시하는 등 시대를 앞선 혁신으로 일본의 상질서를 선도한 바 있었다. 1904년에 개업한 미츠코시(三越) 백화점은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백화점이다. 오랜 세월동안 고급스러운 제품을 파는 장소의 아이콘이 되어 왔다는 뜻이다. 그래서 같은 물건이라도 ‘越’자가 선명한 미츠코시 백화점의 포장지로 포장된 물건을 선물하면 받는 사람도 그 성의를 그만큼 더 헤아려 주기 마련이다. 바로 이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신관 2층에 있는 찻집 라뒤레(Ladurée)가 이번에 소개할 맛집이다.

제빵, 제과 기술은 프랑스와 일본이 수위를 다투는 종목이다. 일본이 서양식 요리나 제과에서 후발주자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천연덕스럽게 파리보다도 더 많은 프랑스 식당이 미슐렝 가이드의 별점을 가지고 있는 곳이 동경이다. 일본이 독특하게 발전시킨 일식 과자들도 훌륭하지만, 과자와 케익에 대한 일본인들의 입맛이 그토록 까다롭다 보니 프랑스 최고의 케익 업체가 미츠코시 백화점에 분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는 분위기다.

라뒤레는 프랑스의 작가 루이 에르네스트 라뒤레(Louis-Ernest Ladurée)가 1862년에 파리에 개점한 제과점이다. 1930년대에 마카롱(macaron)이라는 프랑스 과자를 겹쳐 그 사이에 크림을 넣은 제품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 이 제과점은 요즘도 하루에 만오천 개 이상의 마카롱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후일 케익과 차도 판매하면서 사세를 확장한 라뒤레는 2005년부터 다른 나라에도 분점을 개설했다. 지금은 모나코, 스위스, 이탈리아, 레바논, 터키, UAE, 사우디 아라비아, 룩셈부르크, 쿠웨이트, 아일랜드 및 미국에서도 영업중이고, 아시아 1호점이 바로 미츠코시 2층의 가게다.

이 정도 설명으로 짐작이 가겠지만 긴자의 라뒤레는 백화점 식당가에 있는 평범한 커피숍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대기석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절도 있는 점원의 안내로 자리로 가 보면 긴자의 길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창문 안쪽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탁자와 의자들이 늘어서 있다. 프랑스 분위기 물씬 나는 마카롱을 차 한 잔과 함께 즐기는 여성 고객들이 많은데, 정작 압권은 이 집의 케익이다.

참고로 나는 케익을 싫어하는 편이다. 단 맛을 즐기기에는 배가 부르고, 배를 불리기에는 너무 달지 않은가 하는 게 내 불만의 요체다. 그런데 라뒤레의 케익은 어쩌면 그리도 맛이 있던지. 이곳의 케익은 생일 케익처럼 생긴 커다란 것이 아니라, 주먹만 한 일인분 크기로 만들어져 있다. 생긴 것도 가지각색인 케익들이 거창한 이름을 태연스레 붙인 채 진열되어 있다. 대개 한 개당 1,000엔 안팎이다. 시험 삼아 몇 개를 먹어봤는데, 그 각각의 차이를 묘사하기에는 내가 가진 형용사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 중에서도, “신앙심 있는(Religieuses)”이라는 이름을 가진 케익은 때에 따라 여러 가지 과일 또는 쵸콜렛 맛의 크림을 넣는데, 크림 맛에 따라 색깔은 바뀌지만 모양만은 언제나 눈사람처럼 일정하다. “성스러운 영광(Saint-Honorés)”은 과일과 크림이 밖에 얹혀 있는데, 그 위에 한 장 얹힌 꽃잎이 걸작이다. 종이장처럼 얇은 과자를 여러 겹 겹쳐 만든  파이(Millefeuille)가 나는 제일 맛있었다. 이것도 종류가 여럿인 모양인데 내가 먹은 것은 프랄린(Praline) 맛이었다. 케익과 함께 마신 바닐라 차의 맛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쩝쩝.

나만 맛을 본 게 못내 죄스러워서 집에도 몇 개 사들고 들어갔다. 집에 와서 포장을 풀어보니 케익 하나하나를 움직이지 않게 싸 둔 솜씨는 물론이려니와, 그 사이사이에 드라이아이스를 케익에 물기가 닿지 않도록 별도로 싸서 배치해 둔 것이 영락없는 일본인의 솜씨였다. 그걸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본점인 파리에서도 과연 이렇게까지 포장을 해서 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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