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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구(港区) 롯폰기(六本木) 우동집 쿠로사와(黒沢)

posted Jan 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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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사와 아키라(黒澤明, 1910 ~ 1998)가 만약 일본 역사상 최고의 영화감독이 아니라면, 적어도 그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의 영화감독이다. 중학교 졸업후 미술에도 상당한 열정과 재능을 보였던 그는 1936년에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의 초기 작품에는 민족주의와 반제국주의와 정치적 무관심이 뒤섞여 있었지만, 점차 서양 문호들의 작품을 일본 풍으로 번안하는 작품에서 대가적인 풍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 막심 고리키의 <밑바닥>,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맥베드>, 과 같은 작품들을 각각 <하쿠치(白痴)>(1951), <돈조코(どん底)>(1957), <쿠모노스죠(蜘蛛巣城)>(1957), <란(乱)>(1985)으로 번안했다.

그가 소련과 합작으로 만든 <데루스 우잘라>는 1976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고, 조지 루카스와 프란시스 코폴라가 제작하고 그가 감독한 <카게무샤(影武者)>는 1980년 칸 영화제에서 밥 포시의 <All that Jazz>와 함께 그랑프리를 공동으로 수상했다. 그의 1954년 걸작 <칠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는 1960년 율 브린너, 스티브 멕퀸, 제임스 코번, 찰스 브론슨, 로버트 본 등 당대의 명배우가 줄줄이 함께 출연하는 헐리우드 영하 <The Magnificent Seven>으로 번안되었다.

그가 독특한 예술세계를 가진 훌륭한 감독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나로서는 그의 작품 속에서 일본을 진하게 느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사람들은 서양과 다른 것을 ‘일본적인 것’으로 단정하는 이상한 실수를 자주 범한다. ‘아마에(甘え, 응석 또는 어리광이라는 뜻)’라는 단어가 영어에 없으므로 그것이 일본 특유의 현상이라고 주장한다든가, 일본 문화의 특징이 쌀밥을 먹는 데 있다든가 하는 식이다.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서구인들도 이런 식의 인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쿠로사와 아키라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양 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 화려한 일본의 색채를 덧입혀 서구에 소개한 감독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니, 그의 영화를 본 한국인이 서양 사람들처럼 큰 충격을 받지 않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서구에서 ‘관조적인 감독’이라는 평을 듣는 그의 영화를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자면, 오히려 거기에는 화려한 영상과 강한 자기주장이 담겨 있다. 그의 재능과 노력을 폄훼할 뜻은 없지만, 그는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장소에 태어나서 서양 세계를 향해 적시타를 날렸던 셈이다. 그가 일본에 남긴 것은 걸작 영화들만은 아니었다. 일본인답게 그도 생전에 식도락을 즐겼던 것인지, 그의 동료들이 그를 기념하여 식문화종합연구소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도쿄 시내 네 군데에 그의 이름을 딴 식당을 만들었다. 어느 ‘쿠로사와’에 가건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기리는 사진과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곳은 롯폰기에 있는 우동가게 쿠로사와다. 상호명만 물어보고 잘못 찾아갔다가는 우동집이 아니라 철판요리나 샤부샤부를 하는 다른 쿠로사와로 갈 수도 있다. 우동집의 주소는 도교키 미나토구 롯폰기 6-11-16(東京都港区六本木6-11-16)이고, 전화번호는 03-3403-9638이다. 특히 이곳의 카레 우동이 자신이 먹어본 중에 제일 맛있었다는 사람을 여럿 만나보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레 우동을 파는 가게는 따로 있지만, 이곳도 썩 괜찮았다. 물론 가다랭이 육수를 사용하는 다른 우동도 맛있다.

우동 국수에 날달걀을 풀고 간장을 뿌려 먹는 카마다마(釜玉) 우동, 간을 맞춘 유부(あぶらあげ)를 얹은 키츠네(きつね) 우동, 돼지고기를 곁들인 쿠로부타(黒豚) 우동, 오리고기로 만드는 카모남방(鴨南蛮), 새우카레 우동, 돼지고기 카레 우동 등이 800엔에서 1300엔 사이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자루(ざる) 우동 등 차가운 우동도 여러 종류 있다. 쿠로사와는 음식도 좋지만 분위기도 썩 좋다. 번화가인 롯폰기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어 손님들도 세련된 차림이고, 20여 석의 테이블과 아홉 석의 카운터 석이 딱 적당히 오붓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쿠로사와 감독 팀의 세트 담당 직원이 재현한 옛 우동집이라니 분위기가 좋은 것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우동 말고도 몇 가지 안주거리가 있는데, 다진 고기를 튀겨 내는 민치까스(ミンチカツ)도 맛이 좋다. 이 집에서는 오뎅도 팔고 있는데, 우리처럼 국물에 담긴 모듬 오뎅을 내주는 게 아니라 주문을 하면 무(大根), 계란반숙(半熟玉子), 곤약(こんにゃく), 닭고기경단(鶏柚子つくね), 정어리경단(鰯つみれ) 따위를 하나씩 작은 접시에 담아서 가져온다. 내가 일본에서 오뎅을 먹어보고 느낀 문화충격에 대해서는 뒤에 더 자세히 쓰려고 한다. 한국의 오뎅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쿠로사와에서 오뎅은 주문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맛은 있지만 뭔가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 테니.

소개를 한 김에 참고로 안내하자면, 치요다쿠 나가타쵸(東京都千代田区永田町2-7-9, 전화 03-3580-9638)의 쿠로사와는 카이세키(懐石)요리를 다룬다. 미나토구 니시아자부의 쿠로사와(東京都港区西麻布3-2-15, 전화 03-5775-9638)에서는 7,000-10,000엔대의 샤부샤부 코스와 1,000-2,000엔대의 소바를 팔고, 츄오구 츠키지(東京都中央区築地2-9-8, 전화 03-3544-9638)는 철판구이(코스 1만-2만엔) 요리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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