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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즈(根津) 꼬치튀김가게(串揚げ処) 한테이(はん亭)

posted Sep 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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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나 생선, 고기 따위를 꼬치에 끼워 굽는 요리를 쿠시야키(串焼き)라고 부르고, 빵가루 따위를 입혀 튀기는 꼬치요리는 쿠시아게(串揚げ) 또는 쿠시카츠(串カツ)라고 부른다. 쿠시아게라는 요리법은 메이지(明治) 말기(1910년경)부터 시작되어 쇼와(昭和) 중반(1930년대)에 널리 애용되었다고 한다. 동경 시내 지하철 치요다센(千代田線)의 네즈(根津)역 바로 앞에는 한테이(はん亭)라는 이름의 유서 깊은 쿠시아게 식당이 있다.

척 봐도 지어진지 100년은 됨직 해 보이는 이 가게의 건물은 메이지 42년, 그러니까 1909년에 건축된 유형문화재다. 그런데 이 건물에 얽힌 사연이 재미있다. 원래 이 건물은 쯔마카와(爪皮)라고 부르는 나막신 앞의 가죽부분을 만들어 팔던 상점이었는데, 그 앞으로 길이 뚫리게 되면서 재개발될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특이하다. 건물을 허물어버리는 대신, 도로에 해당하는 건물의 반쪽을 잘라내고 나머지 부분은 보존했다. 그래서 이 목조건물은 지금도 도로에 면한 쪽은 철제 빔으로 치장(?)되어 있다. 관동대지진과 폭격에도 살아남은 이 목조건물은 70년대에는 독신 근로자 기숙사로 쓰였다고 한다. 한편, 광고회사에 근무하다가 회사원 생활을 청산하고 70년대에 쿠시아게 가게를 운영하던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네즈 근처를 오가며 이 건물에 눈독을 들이다가, 마침내 건물을 구입하고 1975년부터 이 건물에서 한테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실, 발음으로만 ‘한테이’라고 말하면 먼저 연상이 되는 것은, 에도 막부 시절에 사츠마, 죠수, 토사, 아이즈, 미토, 등 각 지방 ‘한(藩)’에서 에도나 교토 등 중요 도시의 시내에 지어 놓은 저택(한테이; 藩邸)이다. 한테이는 각 지방 한이 중앙과의 연락사무소 겸 한시(藩士)들의 임시거처로 활용되었는데, 안세이의 난(安政の大獄)에서부터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에 이르기까지의 격동기에는 바쿠후 타도를 주장하는 지방 한의 근왕지사들이 모여드는 ‘정치적 화약고’ 같은 장소였다. 튀김집 한테이의 이름은 한자로 표기하지 않고 있는데, 물어보니 ‘절반의 집(半亭)’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집의 선대 주인이 먼저 다른 곳에서 경영하던 튀김집보다 ‘반보 더 전진하자’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도시 개발로 반쪽이 잘려나간 집이라서 그런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대째 한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현재의 사장은 원래 경찰이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부친이 병환으로 쓰러진 뒤에 가업을 이어받을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런 풍토는 부럽다. 일류 대학을 나와서도 부친이 경영하는 식당이나 상점을 이어받는 것이 일본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래서 동네에서도 걸핏하면 3대째, 4대째 장사하는 상점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상점들이 신용과 성실을 버린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3층 건물인 한테이의 1층은 테이블 좌석이고, 어질어질할 정도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2층과 3층은 다다미방이다. 자, 그럼 이 집의 요리. 우선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면 야채와 소스를 준다. 야채는 오이와 당근 스틱과 네모나게 자른 양배추가 나온다. 양배추를 화투장보다 조금 크게 가지런히 잘라놓은 모습이 신기해서 들여다보게 된다. 소스는 한테이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소금, 튀김소스 세 가지다. 쿠시아게의 종류는 깻잎말이 새우(えびのしをまき), 생강 고기 말이(谷中生姜の肉まき), 고기로 채운 연근(蓮の肉詰め), 가리비패주(帆立貝), 아스파라거스(アスパラガス), 고기로 채운 가지(茄子の肉詰め), 송이와 다진 새우(椎茸のエビミンチ), 방울토마토(プチトマト), 물맞이게(沢蟹), 쇠고기 치즈(牛肉チーズ), 색시닭(ホロホロ鳥), 붕장어(炙り穴子), 돼지안심(豚のヒレ肉), 부드럽게 삶은 문어(蛸のやわらか煮), 오징어(烏賊), 밀기울(生麩) 등등 다양하다.

반찬 2 가지와 생야채, 그리고 6 가지의 쿠시아게를 우선 주문하면 가격이 3,000엔이다. 이것을 먹고 나서 쿠시아게를 다시 6개 추가하면 1350엔, 3개 추가하면 750엔, 1개 추가하면 210엔씩 추가된다. 양을 적당히 조절해 가면서 좋아하는 튀김을 먹으면 되는 것이다. 배가 부르다 싶으면 밥과 국, 또는 오차즈케(お茶漬け) (각각 650엔)을 주문하면 되는데, 해초가 듬뿍 들어간 이 집의 오차즈케는 무척 맛있다. 디저트는 아이스크림과 샤베트 중에 고르면 된다.

일식을 먹다 보면 한식이 세계화되기 어려운 이유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일식이 세계적인 음식이 된 데에는 일본의 식재료와 조리방식의 범위 내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이 일본에서는 미덕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서 현대인의 구미에 맞는 거의 무한한 음식의 조합이 새롭게 탄생하고, 그 중에 성공적인 것들은 얄밉게도 오래 전부터 그래왔었다는 듯이 ‘일식메뉴’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일본식 식단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라멘, 돈카츠, 오므라이스 등등이 전부다 일본식으로 개조된 외국의 음식들이다. 반면에, 한국의 아름다움의 핵심은 자연미에 있다. 일본인들이 조선의 막사발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듯이, 있는 그대로를 투박하게 감상하는 미의식이 일본인들에게는 낯설기까지 한 모양이다. 두 나라가 가진 미학의 차이는 양국의 정원을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음식을 가지고 섬세한 잔재주를 부리는 것을 보면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는 말부터 생각나는 건 한국인 중에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한테이의 쿠시아게는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실험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조그만 꼬치를 가지고 주방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을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날 만큼, 이 집의 쿠시아케는 섬세하게 말고, 다지고, 채우고, 씌우고, 붙인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미학적 관점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는 문제와는 상관없이, 전부 다 맛이 아주 좋다. 한테이 쿠시아게의 뛰어난 맛이 얼마만큼 정교한 실험정신의 덕을 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음식에 쏟는 지극한 정성의 소산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했다.

한테이의 주소는 동경도 분쿄구 네즈 2-12-15 (東京都文京区根津2-12-15)이고, 전화번호는 03-3828-1440다.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11:30-15:00, 17:00-23:00간 영업을 한다. 내가 한테이를 두 번째 찾아갔을 때는 식구들과 함께였는데, 꿈지럭거리느라 토요일 오후 2시 반에 야 가게에 도착했다. 그런데 점원이 미안하다며 점심시간의 마지막 주문시간이 끝나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울상을 지으며 “아아, 일부러 멀리서 왔는데...”라고 하자, 점원은 식사시간이 30분밖에 없어도 괜찮으시겠느냐고 물었다. 우리 식구들은 빨리 먹기의 선수들인지라,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얼른 대답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겁게 후식까지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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