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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포리(日暮里)의 중화국수집 바조쿠(馬賊)

posted Sep 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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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내 닛포리(日暮里)는 재일동포가 경영하는 상가가 밀집되어 있어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찾기가 매우 수월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곳에 살고 계신 한인들 중에는 한국전쟁 전에 일본으로 간 조선인과 그 자손들도 많다. 특히 닛포리에는 제주도에서 건너간 분들이 많다고 한다. 닛포리에는 조선인 학교도 있는데, 자의건 타의건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온 많은 분들의 삶은 숱한 사연으로 점철되어 있다. 닛포리에는 오래 전에 설립된 동경복음교회가 있다. 이 교회의 어른이신 김 장로님께서는 나에게 50-60년대에 동포사회가 남북한으로 갈라져 살벌하게 대립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셨다. 그러니,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오신 한인 동포나 그의 가족과 마주친다면 그의 배경을 캐묻고 싶은 호기심은 가급적 자제하라고 권하고 싶다.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일본의 국철이라고 할 수 있는 JR의 야마노테선(山の手線) 닛포리역 동문(東口) 바로 앞에는 마적(馬賊)이라는 수상한 이름을 가진 중화국수집이 있다. 일본말로는 ‘바조쿠’라고 읽는다. 이 가게에서는 손으로 뽑는 수타면을 판매하는데, 가게 앞면 유리창을 통해 주방장이 멋진 자세로 국수를 ‘치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다. 이 가게에서는 라면은 물론 탄탄면(坦々麺)도 인기가 좋다. 탄탄면은 중국에서 상인들이 마치 거름통처럼(비유가 죄송하다) 양 어깨에 통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그릇에 말아서 파는 국수인데, 매운 맛에도 불구하고 아침 또는 점심 식사로 많은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국수다.

지금은 서울로 귀임한 나의 직장상사인 조모 선배는 내가 만나본 어떤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발한 지적 호기심을 지닌 사람이다. 주책맞게 온갖 것을 궁금하게만 여기면서 캐묻고 다니는 타입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그는 열린 마음과 활달한 태도를 지녔을 뿐 아니라 머리 속이 차곡차곡 잘 정리된 사람이라서, 그가 회의장이나 세미나장에서 입을 열어 정론을 펼치기 시작하면 무릎을 치며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 선배는 마치 만인이 스승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려는 듯, 상하를 막론하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그리고 그 대화를 무엇보다 귀히 여긴다.

그와 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나는 “무릇 정책이란,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려는 시도가 아니라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다” 등과 같은, 평생토록 옷깃에 적어두고 새겨야 할 금언을 얻었다. 내가 조선배로부터 얻은 것은 비단 심오한 가르침만이 아니니, 그는 나를 동경의 구석구석으로 인도하면서 오랜 근무 경험 중에 터득한 동경 시내의 비경도 일러주었다. 거기에는 여러 곳의 맛집도 포함된다.

어느날의 점심시간, 조선배를 따라 전철을 여러 번 갈아타고 찾아왔던 곳이 바로 닛포리의 바조쿠다.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온 동경시내를 휩쓸고 다니는 것이 그의 취미였는데, 그러다가 발견한 식당이라 했다. 우연히 발견한 국수집에서 한국식 짜장면과(이제는 짜장면이라 부를 수 있다!) 짬뽕을 맛보고는 무척이나 반가웠다고 한다. 통틀어 12년간의 일본 생활 중, 일본에서 먹어본 한국식 짬뽕 중에 최고라는 설명이었다. 이 집의 짜장면은 옛날식이어서 단맛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의 입맛에는 잘 안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한국식짬뽕(韓国ふうチャンポン麺)은 일품이었다.

나는 그 후로도 여러 번 이 식당에서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았다. 짬뽕은 그날그날마나 매운 정도가 조금씩 다르고 어떨 때는 다른 날보다 맛이 좀 덜한 날도 있다는 점이 흠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본 최고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굵기가 제각각인 수타면의 쫄깃함도 뛰어나고, 불에 그을린 듯한 야채의 풍미도 좋다. 탄탄면은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다가 중국에서 경험한 맛이 기준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공정한 식후감을 쓰기는 좀 뭣하지만, 그 또한 즐길 수 있는 맛이다. 하지만 만일 이 집에서 짬뽕 말고 다른 걸 먹어보고 싶다면 나로서는 볶음국수(焼きそば)를 권하고 싶다. 그 짙은 볶음의 향기와 적당히 끈끈한 식감이 언제 먹어도 입맛을 돋군다. 일본의 다른 국수집과는 달리 단무지가 서비스로 제공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가격은 메뉴에 따라 대략 700-1300엔 정도다.

바조쿠의 주소는 동경도 아라카와구 니시닛포리 2-18-2 (東京都荒川区西日暮里2-18-2)이고, 연중무휴로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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