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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현(秋田県) 안도(安藤)양조장 키타우라(北浦) 본관

posted Sep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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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 북서부의 해안도시 아키타(秋田)에서 출발하여 46번 국도를 타고 이와테현(岩手県)을 향해 동쪽으로 산길을 넘다가 도중에서 북쪽으로 빠지면 타자와 호수(田沢湖)가 나온다. 타자와 호수는 드라마 <아이리스>의 배경으로 등장해서 요즘에는 한국 관광객들도 제법 찾아가는 명소가 되었다. 46번 도로가 타자와 호수로 빠지기 전에, 타이헤이산(太平山)의 한적한 기슭에는 안도양조장(安藤醸造元)의 키타우라(北浦) 본관이라는 건물이 나온다.

호기심을 느껴 들어가 보니 센보쿠시(仙北市)에 본관을 둔 ‘안도’라는 양조장 가문의 제품 전시장 겸 판매장이다. 된장과 간장이 이렇게나 여러 종류가 있었는가, 라고 놀랄 만큼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고, 각종 장류를 사용한 온갖 장아찌와 무침요리들이 깔끔하게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대뜸 부러움이 앞선다. 우리의 시골길에서도 이렇게 전통음식을 만들고 가꾸고 판매하는 깔끔한 상점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설명자료를 보니, 옛날부터 가쿠다테(角館)의 지주이던 안도 가문은 소작미의 일부를 원료 삼아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전쟁 전에 부업으로 전당포와 담배 등을 판매하기도 했던 안도 가문은 농지개혁과 전매제도의 도입 이후로는 된장, 간장과 절임음식의 제조를 전업으로 삼으면서 대대로 전해 온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가 들른 곳은 이 회사의 본점이 아니라 ‘키타우라본관’이라고 부르는 전시판매관이었다.

때마침 식전이었으므로, 우리는 이곳 2층의 식당으로 갔다. 안도 된장과 간장을 이용한 라면과 중화풍의 덮밥 등 몇 가지 간소한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이었는데, 얄밉게도 깔끔한 음식을 특이하게 생긴 질그릇에 담아 내 왔다. 집사람은 ‘질그릇 쇼유라멘(土鍋ラーメン/醤油)’(580엔)을 주문했다. 소바 국물의 뒤끝처럼 약간 달달한 감칠맛이 나는 국물이 맛이 있었고, 제법 두툼한 챠슈(돼지고기)에는 간이 잘 베어 있었다. 어느 일본 식당을 가나 느끼는 점이지만, 삶은 계란을 반숙과 완숙의 사이 정도로 익힌 것을 보면 참 세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는 새로운 음식을 보면 모험을 해보고 싶어지는 성미라서, 매일 10그릇씩만 한정판매를 하고 있다는 ‘차가운 전갱이 국물 밥’(1400엔)을 주문해 보았다. 신기한 음식을 시키면 호기심을 채우는 대신 식욕을 채우는 데는 불리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 야릇한 이름의 요리는 맛도 썩 좋았다. 메뉴 옆에는 이 음식의 조리법이 적혀 있었다. 일본인들은 ‘아지(鯵)’라고 부르는 전갱이에 사죽을 못쓴다. 전갱이는 주로 한 마리 통채로 구워 밥이나 국수 위에 얹어서 먹는데, 일본풍의 프랑스 요리나 이태리 요리에도 자주 등장한다. 내가 먹은 ‘전갱이 국물 밥’을 만드는 법은 이랬다. 전갱이를 석쇠로 잘 구워 살을 발라낸다. 살을 발라낸 여러 마리의 전갱이의 머리와 뼈로 국물을 우려내고 이것을 식혀 된장으로 간을 한다. 이 국물을 차갑게 식힌 다음 오챠즈케(お茶漬け)처럼 거기에 밥을 말고 각종 고명을 얹는다. 미리 발라낸 전갱이의 살도 여기에 얹는다. 식은 생선국물이라니! 식당의 메뉴는 큰소리를 치고 있었지만 비린내가 상당히 날 것으로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 앞에 나온 음식에서는 생선의 비린내를 전혀 맡을 수 없었다. 전갱이의 고소한 맛이 차가운 국물과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내고 있었다.

작은 아이는 중화풍의 ‘질그릇 누에콩 간장 밥(土鍋ごはん/そらまめ醤油)’(680엔)을 주문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이것이 가장 맛있었다. 듬뿍 얹힌 야채 속에는 누에콩으로 양념을 한 닭고기와 돼지고기도 있었는데, 굳이 비유를 하자면 ‘야채 잡탕밥’이라고나 할까. 놀라운 것은 밥 위에 얹은 야채와 고명들이 불에 잘 태운(smoky) 향기를 머금고 있다는 점이었다. 채소를 가지고도 바베큐의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일본인들의 섬세함이다. 된장가게 식당 답게, 함께 나온 된장국도 맛이 특이하고 좋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좋은 음식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 글을 읽은 다음에 일부러 가는 사람이 있다면 ‘기대하지 않던’ 즐거움은 없겠지만, 어쨌든 이곳의 주소는 아키타현 센보쿠시 가쿠노다테마치 구모시카리야마자키 42-1(秋田県仙北市角館町雲然字山崎42-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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