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ja Vu

posted Mar 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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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 2학년때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누군가로부터 배웠다기 보다는 닥치는대로 흉내를 냈기 때문에
기타를 '배웠다'라고는 말할 수가 없겠지만,
그 무렵 (적어도 2년여 정도 동안) 내가 기타에 쏟은 노력은
내가 지금껏 살면서 무언가를 가장 열심히 했던 일에 해당한다.
중학교 3학년 무렵에는 하루에 열 두서너 시간을 손에서 기타를 놓지 않던 날도
적잖이 있었다.

나에게 과연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조차 실감이 나지 않게 되어가는 이 즈음,
이제 중3에 올라가는 둘째 아들 녀석이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귀에 들리는 대로 흉내를 내던 나와는 달리
클래식 음악(첼로) 훈련이 되어 있던 내 아들은
제법 말귀도 잘 알아듣고, 진도도 빠른 편이다.
우직하고 성실한 편이라 아마 초보시절의 지루함도 잘 이겨낼 것 같다.

그런데도 참 희한하다.
녀석이 기타를 서툴게 익혀나가는 자세나
연주방식은 내가 봐도 나의 옛모습과 참 비슷하다.
헛헛헛. 좋아하기만 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가 나와 비슷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