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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부샤부 식당 아카사카(赤坂) 효키(瓢喜)

posted Oct 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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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세기에 가장 강력한 세계화의 동력은 몽골제국으로부터 나왔다. 몽골인들은 활발한 정복활동을 통해 한 곳의 문화를 다른 곳으로 전파하는 매개자가 되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문화를 여러 곳으로 퍼뜨리기도 했다. 고려 때 우리나라에 전해진 육회의 원형은 몽골족이 말 안장 밑에 깔고 다니며 조금씩 뜯어서 먹던 날고기였다. 동유럽인들은 이것을 가리켜 ‘타타르족의 스테이크(Steak Tartare)’라고 불렀다. 요즘도 고급 프랑스 식당에 가면 타타르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데, 계란 노른자와 양파가 곁들여지는 것까지 육회와 흡사하다. 이 다진 고기 요리를 불에 익혀서 먹을 생각을 한 것이 함부르크의 상인들이었다고 한다. 함부르크식 스테이크는 미국으로 건너가 빵 사이에 들어가면서 햄버거가 되었다. 그러니 육회와 햄버거는 사촌지간이나 진배없는 셈이다.

몽골 제국이 여러 곳으로 전파해준 요리법 중에는 끓는 국물에 얇게 썬 고기를 익혀 먹는 방식도 있다. 일설에 의하면, 유럽과 아시아를 누비던 몽골의 군인들은 철모에 물을 담고 끓여 동물의 고기를 익혀 먹었다고 한다. 이것이 중국의 훠구어(火鍋), 일본의 샤브샤브(しやぶしやぶ)는 물론, 스위스식 퐁듀의 공통의 기원이라는 이야기다. 퐁듀는 어쩐지 좀 믿음이 덜 가지만, 훠구어와 샤브샤브는 기원이 같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터이다. 육식의 역사를 감안하건대 일본이 19세기말 경에 스키야키를 응용하는 과정에서 중국 음식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적어도 근대 이후의 몽골에는 이러한 요리법이 없으니 말이다.

끓는 물에 재료를 데쳐 먹는 몽골식 조리법을 응용한 요리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영어로는 대체로 ‘hotpot’이라고 부른다. 제각각 독특한 특징을 가진 태국의 ‘수키(สุกี้)’, 베트남의 ‘라우짠쭈아(lẩu canh chua)’ 또는 ‘라우맘(lẩu mắm)’,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스팀보트(steamboat)’ 등은 중국식 훠궈와 일본의 샤부샤부로 양쪽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종종 혼동을 일으키는 징기스칸(ジンギスカン)은 양고기를 전골로 만들어 먹는 홋카이도식 요리로서, 샤브샤브와는 전혀 다르다. 몽골식 요리와도 별 관련성이 없는데, 중국요리 까오얀로(烤羊肉)의 영향을 받았다 설이 유력하다. 국적이 묘한 이 징기스칸이라는 요리는 일본이 만주를 침략하면서 스스로 기마민족임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널리 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징기스칸 전문점은 1936년 도쿄 스기나미구의 징기스장(成吉思荘)이었다.

‘샤브샤브’라는 일본어는 원래 ‘살짝살짝’ 또는 ‘찰랑찰랑’이란 뜻을 지닌 의태어다. 1952 년 오사카의 요리 체인점 스에히로(スエヒロ)가 처음으로 요리 이름에 이 표현을 사용했고, 1955년에 상표로 등록했다. 주로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사용되지만, 지방에 따라서는 낙지, 게, 닭고기, 양 따위를 이용한 샤브샤브 요리도 있다. 그 재료가 무엇이건, 샤브샤브 요리를 통해 일본인이 중점을 두고 즐기는 것은 ‘산뜻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다. 스키야키와는 달리 양념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료가 가진 원래의 맛을 즐기는 음식이고, 육류는 주로 가장 부드러운 부위가 사용된다. 고급 와규(和牛) 샤부샤부는 거의 입안에서 쇠고기가 녹는다고 느낄 정도다. 거꾸로 말하면, 씹는 맛은 그만큼 덜하다고 할 수 있다.

도쿄에서 가장 분주한 식당가에 해당하는 아카사카(赤坂)에 효키(瓢喜)라는 샤브샤브 전문점이 있다. 모든 객실이 칸막이 방으로 되어 있어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고, 음식이나 식당 분위기 모두 얄미울 정도로 깔끔하다. 특히 기름종이에 물을 담아 끓이는 것이 이채롭다. 대략 5,000엔에서 15,000엔 사이의 코스 메뉴 중에서 적당한 것으로 골라서 주문하면 된다. 크게 보면 돼지고기와 쇠고기 두 종류의 샤브샤브를 제공는데, 두 가지 다 맛있지만 여기서라면 돼지고기 쪽을 권하고 싶다.

이 가게의 비법으로 만드는 짭짭한 츠유(汁)에 찍어 먹는 돼지고기 맛은 정말 일품이다. 값은 당연히 돼지고기쪽이 저렴한데, “저희 집은 돼지고기가 맛은 더 좋습니다”라고 미소 지으며 권해주는 점원의 매너에도 만점을 주고 싶다. 흔히 쇠고기가 더 고급 식재료로 인식되는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효키의 돼지고기 츠유 샤부샤부는 귀한 손님을 모시고 가서 대접해도 소홀하다는 느낌이 없을 만큼 고급스럽다.

효키에서 사용하는 쇠고기는 코베(神戸), 마츠자카(松阪)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쇠고기 산지로 알려진 오오미(近江) 지방의 쇠고기다. 오오미는 시가현(滋賀県)의 옛 이름으로, 일본 최대의 호수인 비와호(琵琶湖) 주변이라서 ‘강 근처’라는 이름이 붙은 지역이다. 지금은 오오미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고급 쇠고기가 떠오를 만큼 쇠고기로 유명하다. 돼지고기는 북동부의 이와테현(岩手県) 양돈업체(高源精麦株式会社)가 생산하는 학킨돈(白金豚)이라는 제품을 사용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함께 나오는 메뉴도 있다.

효키의 주소는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 3-12-7 (東京都港区赤坂3-12-7) 소셜 빌딩 2층이고, 연락처는 03-6277-6270다. 영업시간은 월-금요일 11:30-14:00, 17:00-23:00다. 참고로 전형적인 비즈니스타운인 아카사카는 주말에는 을씨년스러울 만큼 거리가 텅텅 비기 때문에 주말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식당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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