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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구(新宿区) 요츠야(四谷)의 소바집 소바젠(蕎麦善)

posted Jan 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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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와 관습은 교토(京都)와 오사카(大阪)를 중심으로 하는 관서(칸사이, 関西)와,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관동(칸토, 関東)이 서로 다르다. 같은 이름의 요리라도 조리법이 달라진다. 관동과 관서로 차별화 된 기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중 하나가, 관서에서는 우동, 관동에서는 소바(蕎麦)가 더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쿄 시내 어딜 가도 한국의 커피 전문점만큼이나 많이 보이는 것이 소바 가게다.

소바는 메밀로 만드는데, 메밀가루는 반죽을 해도 밀가루처럼 끈기가 없기 때문에 보통은 밀가루, 참마, 계란 따위를 섞는 경우가 많다. 순 메밀만을 재료로 만드는 소바를 ‘키소바(生蕎麦)’라고 강조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반드시 더 맛있는 건 아니다. 메밀의 열매를 빻으면 알맹이 부분이 먼저 나오는데, 나중에 나오는 가루보다 가장 먼저 나오는 가루가 희고 향기도 더 좋다고 한다. (어째서 알맹이 부분이 먼저 나오는지는 묻지 마시라. 해보지 않았으니 나도 알 길은 없다.) 처음 나오는 흰 가루만을 가지고 만드는 소바를 특별히 ‘사라시나(更科)소바’라고 부른다. 도쿄 시내에는 100년 안팎의 오랜 역사를 가진 사라시나 소바 가게만도 여럿이 있다.

소바는 크게 따뜻한 국물에 말아 먹는 온면과, 식은 국수를 쯔유(汁)라고 부르는 양념장에 찍어 먹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온면에 다른 장식이 들어가지 않으면 ‘가케소바(がけ蕎麦)'라고 한다. 세이로(蒸籠)라고 부르는 대나무통에 쪄서 김을 얹어서 내는 것을 ‘자루소바(ざる蕎麦)’라고 부르는데, 비슷하게 생겼더라도 김이 얹혀 있지 않으면 ‘모리소바(盛り蕎麦)’라고 부른다. 쯔유에는 강판에 간 무우와 와사비를 넣고 취향에 따라서 다진 당근이라든지 참깨, 잘게 썬 깻잎 따위를 넣기도 하고, 관서지방에서는 메추리알을 날로 풀어 넣기도 한다. 자루소바나 모리소바를 쯔유에 찍어서 먹는 경우, 보통은 다 먹고 나면 국수 삶은 물을 내 준다. 슝늉을 닮은 이 물을 소바유(蕎麦湯)라고 부른다. 먹고 남은 쯔유에 소바유를 타서 입가심으로 마시면 짭짤하고 따뜻한 것이, 어쩐지 냉면집에서 마시는 육수가 떠오른다.

그런데 어째서 관동지방에서는 우동보다 소바가 더 인기를 끌었던 것일까?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저런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제일 많았다. 씹는 맛을 중시하는 우동에 비해 향기와 목으로 넘기는 맛을 중시하는 소바 쪽이 세련된 에도(도쿄의 옛 이름) 사람들에게 더 잘 어울렸다는 ‘기질론’도 있었다. 에도 사람들이 흰 쌀밥을 주로 먹었기 때문에 각기병은 ‘에도병’이라고 불릴 정도였는데, 비타민 B를 보충할 목적으로 소바를 널리 먹게 되었다는 의학적 설명도 있었다.

세련된 기질이라니까 생각나는 이야기지만, 일본 사람들은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을 천시한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은 일본인의 속마음을 잘 알기가 어렵다고 불평하게 된다. 도쿄 출신의 일본인 친구에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수긍을 하면서, 자기도 교토 사람을 만나면 그가 하는 말을 어디까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알기가 어렵다고 했다. 교토 사람들이 집에 놀러 오란다고 정말로 가는 사람은 바보란다. 교토 사람의 집에서 놀다가 집주인이 “오차즈케(차밥)나 드시지요”라고 말하면 그건 “이제 식사시간이 되었으니 그만 가 주시죠”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체면과 겉멋을 차리는 데는 소위 ‘에도코(江戸子)’라고 불리는 도쿄 토박이들도 결코 하수가 아니다. 체면치레를 하느라 속마음을 감추고 참는 것을 일본말로는 ‘야세가만(痩せ我慢)’이라고 부른다. 품위를 지키느라 관습의 구속을 받으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습관은 도쿄 토박이들의 특질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보기에 좀 딱할 때가 없진 않지만, 나는 이런 습관을 위선적이라고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모든 예의범절은 본질적으로 위선이고, 순응은 모든 질서의 -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서로 품위 있는 척 위선을 떠는 사회가, 모두가 모두에게 함부로 구는 사회보다는 살기 좋은 사회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정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과연 어디서부터 꼴불견이 되는지는 무척 주관적인 문제다. 단순한 속물근성은 언제나 나쁜가?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멋쟁이들은 멋을 부리기 위해 불편을 참는 사람들이다. 비록 나는 멋을 낼 줄 모르지만, 멋쟁이들이 세상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에도막부 중기 이후 소바를 안주 삼아 혼자서 술을 한 잔 마시는 것이 에도 특유의 스노비즘이었다. 자연히, ‘소바를 세련되게 먹는 방법’이라는 것도 유행하게 되었는데, 국수를 삼분지 일 정도만 담갔다가 약간 싱거운 듯한 맛으로 먹는 것이었다. 쯔유에 국수를 전부 다 푹 담갔다가 먹는 것은 시골뜨기나 하는 짓으로 여겼다. 소바를 씹을 때도 너무 많이 씹지 않고 목으로 넘기면서 향기를 음미하는 쪽이 소바를 ‘먹을 줄 아는’ 것이었다.

일본에는 오래 전부터 ‘라쿠고(落語)’라는 형식의 만담이 있었다. 격식을 갖춘 일본 전통식 스탠드-업 코미디언(stand-up comeidan)이랄까? (라쿠고는 방석에 앉아서 하니까 싯-다운 코미디언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10대 킨겐테이바쇼(10代目金原亭馬生)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미노베 키요시(美濃部清)라는 만담가는 ‘소바세이(蕎麦清)’라는 제목의 라쿠고에서 도쿄 사람이 죽어가면서 “한 번만이라도 소바를 국물에 듬뿍 묻혀 먹어보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다고 익살을 부렸다. 일본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아주 재미있다며 만면에 웃음을 띄지만, 에도코의 애교 있는 위선과 그들이 남몰래 공유하는 ‘야세가만’의 고충을 알지 못하는 외국인이라면 그게 대체 왜 우스운 말인지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근처에도 맛있는 소바집이 꽤나 있다. 그중에서 남에게 소개하고 싶은 곳이라면 요처야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소바젠(蕎麦善)이라는 가게다. 전화는 03-3355-8576, 주소는 도쿄도 신주쿠구 요츠야 1-22-12(東京都新宿区四谷1-22-12). 뒷골목 한 쪽에 얌전히 위치한 작은 가게인데, 데이트 장소로 알맞겠다 싶을 만큼 분위기가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가게다. 소바도 소바지만, 이 가게에서는 반찬으로 새우튀김과 멸치튀김을 내는데, 그 맛이 야무지고 특이하다. 보통 덴푸라 소바처럼 커다란 새우를 튀기는 게 아니라, 사쿠라에비(桜海老)라는 작은 새우를 모아서 튀긴고, 멸치도 작은 멸치들을 얼기설기 모아서 튀긴다.

처음 갔던 날은 제법 추웠기 때문에 따뜻한 소바를 먹었다. 나는 갈아놓은 참마를 얹은 토로로 소바를, 함께 간 동료는 가케소바를 먹었다. 주인장에게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하고 가게 명함을 좀 달라고 했다. 블로그에 소개를 할까 한다고 했더니, 사람 좋아 보이는 주인은 “앗, 아리가토우. 그렇다면 한 장만 가져가실 게 아니라...”라고 익살을 부리며 명함을 열 장쯤 쥐어 주었다. 깍쟁이처럼 얌전하게 굴지 않는 걸로 봐서, 도쿄 사람은 아니지 싶었다. 돌아오는 여름에는 차가운 세이로를 먹으러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나도 에도코가 아니니까 시골사람처럼 쯔유에 듬뿍듬뿍 국수를 담가서 먹을테다. 나중에 후회할 일 없게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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