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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구(港区) 화로구이요리(囲炉裏料理) 하코부네(方舟)

posted Jan 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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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겨울은 춥다. 겨울 날씨가 우리만큼 춥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고? 헛갈리는 말장난처럼 들릴지 몰라도, 일본에서 겨울을 나 본 사람은 다 알아듣는다. 집안에서 덜덜 떨면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온돌은 겨울마다 대륙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북서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였다. 기후 온난화 탓으로 요즘 겨울은 예전에 비해 싱거워졌지만, 내 나이 또래 이상의 한국인이라면 정말 매서운 추위가 어떤 것인지 기억한다. 한강이 얼어붙고, 논밭은 썰매장으로 변하는 계절.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얼어붙은 귀에 감각이 없어지던 그 추위를.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 살면서도 아파트의 실내온도는 반팔을 입고 다닐 만큼 높여두고 지내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추운 겨울 때문에 생겨난 온돌 문화에서 연유한 습성이다. 한국에서는 바닥에 보일러를 까는 것을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일본은 다르다. 여름이 무덥고, 습하고, 긴 대신, 겨울은 한반도처럼 매섭지 않다. 그래서 일본의 가옥은 산간지역을 제외하면 대체로 보온보다는 통풍에 더 신경을 쓰는 남방형이다. 일본 전통가옥에서 사용하는 다다미(畳) 역시, 더운 기후 속에서 끈끈하게 들러붙지 않는 산뜻한 느낌 때문에 널리 일반화되었다.

일본인들에게 겨울날씨는 절제와 인내심을 기르는 훈련기간이다. 소학교 학생들은 한겨울에도 반바지 교복을 입고 등하교를 한다. 집안에서는 바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온도로 양말까지 신고 지낸다. 잠 잘 때면 창틈으로 새 들어오는 외풍에 코가 시리다. 일본 가옥은 난방시설 자체가 부실하다. 현대식 가옥에는 에어컨 겸용 히터가 구비되어 있고, 최신식 고급주택에는 한국의 바닥 보일러를 닮은 가스 또는 전기식 유카단보(床暖房)가 설치된 곳도 더러 있긴 하다. 그러나 예전에는 탁자 밑에 화로를 놓고 그 위에 이불을 뒤집어 씌운 코타츠(炬燵)가 거의 유일한 난방설비였다. 식구들이 그 탁자에 둘러앉아 이불 속에 다리를 넣고 몸을 녹였다. 밤에는 유담포(湯湯婆)라는 물주머니에 끓는 물을 넣고 마개를 꼭 막은 다음 그것을 끌어안고 잤다. 아침이 되면 유담포의 식은 물로는 세수를 했다.

더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의 전통 가옥에는 이로리(囲炉裏)라고 부르는 화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거실의 한가운데를 네모로 잘라내고 돌로 마감을 한 다음 나무에 불을 지피는 장치로, 그 생김새와 명칭은 지역에 따라 다양했다. 뭐라고 부르건, 이 실내용 화덕은 겨울에는 난방 설비 역할을 했고, 사시사철 조리 용도로도 쓰였으며, 더 옛날에는 조명의 기능도 했다. 인류가 동굴에서 살던 시절부터 면면히 전해 오던, 프로메테우스의 신전이라고나 할까.

옛날에는 이로리의 불을 상시 지펴두는 것이 전통이었는데, 지난 여름 TV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절부터 이로리의 불을 한 번도 꺼뜨리지 않고 불씨를 지키는 집안의 가장이 나와서 자랑스레 인터뷰를 하는 보습도 보았다. 서양의 벽난로가 그랬듯이, 일본 가정의 이로리 주변은 예로부터 온 식구가 둘러 앉아 무수한 동화와 설화를 생산하고 전수하던 장소였다. 아이들은 재 속에 묻어 구운 밤이나 고구마를 먹으며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들었고, 적잖은 꼬마들이 이로리를 헛디뎌 손발을 데인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꼭 맞는 말이 없어서 화로라고 쓰기는 했지만, 이로리의 형태는 모닥불에 가깝다. 자연히, 여기서 요리를 하는 방식은 원시적인 조리 형태를 닮는다. 천장에 매단 줄에 냄비를 걸어서 나베 요리 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지만, 구이를 할 때는 석쇠나 프라이팬을 쓰기 보다는 꼬치 형태로 만들어 불 주위로 꽂아두는 것이다. 이렇게 이로리에 생선을 굽는 모습을 보면 강변에서의 야영 장면이 저절로 떠오른다.

일본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당 가운데 로바다야키(炉端焼き)라는 형태가 있다. 손님이 보는 데서 화로에 음식을 직접 구워주는 식당을 말한다. 그런 식당들 중에서 잘 찾아보면 보통의 로바다야키와는 달리, 멋을 부려 이로리를 만들어두고 이로리야키, 또는 이로리료리를 만드는 식당들도 더러 있다. 식당 한가운데 있는 이로리에서 조리를 하는 곳도 있고, 테이블마다 소형 이로리를 설치해둔 곳도 있다.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이로리 요리 체인점으로 하코부네(方舟)라는 식당이 있다. 여러 곳에 지점을 두고 있는데, 신주쿠 요츠야의 식당은 서민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시내 중심부인 신바시의 식당은 테이블마다 소형 이로리를 설치해 두었다.

하코부네에서는 곰고기(くま肉), 사슴고기(しか肉), 멧돼지고기(いのしし肉), 꿩고기(きじ肉) 등도 판다. 이로리에서 요리하는 생선으로는, 강변의 야영 이미지와도 어울리게, 주로 은어(あゆ)나 산천어(やまめ), 무지개송어(にじます) 따위의 민물생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코부네에서는 곤들매기(いわな) 구이를 판매하고 있다. 오늘은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다가 늦은 저녁을 먹으러 사무실 근처의 요츠야의 가게에 들렀다. 메뉴를 보다가 호기심이 동해 곰고기 구이, 멧돼지 볶음, 곤들매기 구이와 꿩술을 주문했다. 사진을 찍어도 좋겠냐고 물었더니 친절한 주방장이 자세한 설명을 해주면서 굽고 있던 물고기의 포즈까지 여러 각도로 고쳐주었다.

곰고기는 실망스러웠다. 어찌나 질긴지 이가 아플 지경이었고, 한참 씹고 나서도 간신히 삼켰다. 역시나. 만약 곰고기가 맛있었다면 인간은 곰을 사육했을 테고, 공급초과로 곰값이 떨어지면 곰농가들이 FTA에 분통을 터뜨리면서 한숨 짓고 있었을테지. 멧돼지는 돼지고기랑 크게 다른 점을 못 느꼈고, 꿩고기 구이도 닭고기와 씹는 감촉은 달랐지만 맛이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었다. 데친 꿩고기를 넣어 데운 술은 맛이 썩 괜찮았다. 기대했던 대로, 압권은 곤들매기 구이였다. 꼬치를 찔러 넣어 S라인을 자랑하는 자세로 굽힌 생선은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한 껍질도 맛있었고, 담백한 살도 맛있었다. “원래 이로리에서 구운 생선은 통째로(まるごと) 다 드시는 겁니다”라는 점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뼈채 먹기에는 뼈가 너무 굵었기 때문에 나는 촌스럽게 살만 발라 먹었다.

옆좌석에서는 한 무리의 샐러리맨들이 떠들썩하게 꿩고기 냄비요리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미소 띤 점원의 서비스도 좋았고, 가게의 분위기도 정겨웠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육해공의 육식을 섭렵했으니 나는 이걸로 됐다. 오차즈케로 마무리를 하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옷깃을 여미며 생각해 보니, 오늘따라 이로리 야키 생각이 났던 이유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이었던 모양이다.

하코부네의 주소는 요츠야점이 도쿄도 신주쿠구 아라키쵸 7-1(東京都新宿区荒木町7-1, 전화번호 03-6273-2090)이고, 신바시점이 도쿄도 미나토구 신바시 1-1-2(東京都港区東新橋1-1-2 전화번호 03-3574-789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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