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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구(港区) 신바시(新橋) 츠쿠다니(佃煮) 상점 타마키야(玉木屋)

posted Nov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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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나이토 코지(内藤浩二)는 나와 10년지기인 일본인이다. 우리는 2001년 오만에서 처음 만났고, 나는 그에게 업무상 많은 신세를 졌다. 중동 전문가인 그는 아랍어 실력은 물론이고 피아노 솜씨도 뛰어나다. 오만의 한적한 밤이면 종종 서로의 집을 방문해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이번에 내가 동경에 근무하게 되어 9년만에 재회를 했고, 동경 시내의 이자카야에서 밀린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둘 다 떠돌이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 그는 올 여름 갑작스레 사우디 아라비아로 발령을 받아 동경을 떠났다. 식구들이 함께 모여 송별을 했다. 동경에서 내가 일본 친구를 송별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날 나이토 상의 아내 마사코(雅子) 씨가 우리에게 답례라며 봉투 하나를 건네 주었다.

집에 와서 열어보니 예의 깔끔무쌍한 포장 속에 네 종류의 밑반찬이 들어 있는 제품이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어느 날 식구들의 저녁 식사 시간에 “여보 그거나 한 번 먹어봅시다”라고 끌러서 맛을 보았다. 쇠고기와 어패류의 조림 반찬이었는데, 깜짝 놀랄 만큼 맛이 좋았다. 일식당에서는 맛을 보기 어려운 가정식 요리인 모양이었다. 이걸 뭐라고 부르는 지 알 수가 없어 사우디 아라비아로 이메일을 보냈다. 나이토 상의 답장에 따르면, “츠쿠다니(佃煮)라는 것으로, 웬만한 백화점 지하 식품상가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동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현지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나를 도와주더니, 나이토 상은 이번에는 나를 새로운 음식의 세계로 안내한 셈이다.

일본에서 조림 음식은 일반적으로는 니츠케(煮つけ) 또는 니츠메(煮つめ)라고 부르는데, 생선의 경우에는 니시메(煮しめ)라고도 한다. 그 중에서도 츠쿠다니는 단 맛이 나는 조림이고, 우리식 장조림이나 콩자반에 비하면 짠 맛은 덜하다. 크게 짜지 않고 달달하기 때문에, 츠쿠다니는 밥 반찬만이 아니라 술안주나 그냥 심심풀이 간식 삼아 먹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이러한 특이한 방식의 조림으로 일본 밑반찬의 세계에 큰 획을 그은 것은 한 작은 마을이었다. 당연하게도,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전국시대를 마무리하고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세 명의 풍운아가 있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토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그들이다. 흔히, 오다가 쌀을 찧어 하시바(羽柴:토요토미의 옛 이름)가 반죽한 천하라는 떡을 힘 안 들이고 먹은 것은 토쿠가와(織田がつき、羽柴がこねし天下餅、骨を折らずに食うのは徳川)라는 말이 있다. 불같은 성미와 천재적인 지략을 가진 오다 노부나가는 235년간 지속되어 오던 무로마치바쿠후(室町幕府)를 종식시키고 1582년 교토의 혼노지(本能時)라는 절에 주둔하고 있었다. 일본의 통일을 눈앞에 두고 방심하던 그를 기습한 것은 적이 아니라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라는 부하장수였다.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한 오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사정으로, 일본인은 요즘도 적이 내부에 있다는 의미로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주군이던 오다가 습격을 받아 자결하던 무렵, 그의 가신이던 토쿠가와는 소규모의 인원을 대동하고 오오사카(大阪)에서 사카이(堺)라는 곳으로 여행중이었다. 도중에 오다의 사망소식을 접한 토쿠가와는 분노에 떨며 복수를 하겠다고 길길이 뛰었다. 이런 그를 달래서 고향인 이가(伊賀)로 피신시킨 것은 그의 부하 장수들이었다.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된 토쿠가와에게 친절하게 도시락을 싸 주면서 피신을 도운 사람들은 오오사카 근처의 츠쿠다(佃)라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이때의 일이 무척이나 고마웠던지, 토쿠가와 이에야스는 후일 에도 바쿠후 시대를 연 뒤 츠쿠다 사람들을 에도 근처의 섬에 와서 살게 해 주고, 그들에게 전국 어디서나 면세로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토쿠가와가 츠쿠다 어민들에게 후한 대접을 한 것은 실제로 고마운 마음에서였을 수도 있고, “에도 바쿠후에 충성하면 후일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는 상징적인 신화를 만들어내려는 의도였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츠쿠다 사람들은 토쿠가와의 은혜에 보답코자 매년 바쿠후에 생선을 헌상했다. 이들이 에도시대에 이주해 와서 살게 된 동경만 앞의 작은 섬이 ‘츠쿠다지마(佃島)’이고, 이들이 제후에게 헌상하기 위해 작은 물고기를 간장 조림으로 만든 반찬을 ‘츠쿠다니’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토쿠가와의 특혜를 받으면서 다이묘들의 선물용 밑반찬을 만들다 보니, 츠쿠다니는 동경지역 조림음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츠쿠다 어민들은 나름대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맛과 향기와 광택은 물론 씹히는 느낌도 고루 뛰어난 고급 조림을 만들어냄으로써 그러한 성원에 보답한 셈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중에서 “츠쿠타니”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고 해서 다 맛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어느날 퇴근길 츠쿠타니 가게가 눈에 띄기에 충동적으로 들어가서 몇 가지를 사본 적이 있었다. 기대에 부풀어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때 먹어보았는데, 이건 또 충격적일만큼 맛이 없었다.

그러니까 츠쿠타니의 경지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뛰어난 제품을 괜찮은 가격에 팔고 있는 좋은 가게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좀 비싸지만, 긴자의 미츠코시나 이세탄과 같은 유명 백화점 지하의 매장을 이용하는 데서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일단 어떤 정도면 백화점급 츠쿠타니에 해당하는지 맛의 기준점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동경만 근처 츠쿠다지마에 가면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몇 군데 점포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동경 중심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신바시역(新橋駅) 근처에 있는 타마키야(玉木屋)라는 가게다. 이곳의 주소는 동경도 미나코구 신바시 1-8-5(東京都港区新橋1-8-5)이고, 연락처는 03-3571-7225이다. 타마키야는 평일 저녁 5시 반 정도까지만 영업을 하고 있다.

이 가게 또한 1782년부터 무려 9대째 물려받은 츠쿠다니 장사를 하고 있다. 밑반찬을 사러 굳이 시내까지 찾아가야만 할 것까진 없겠지만, 9대째나 같은 장사를 하는 가게라면 관광 삼아서라도 가볼만한 곳이 아닐까. 타마키야에서 파는 상품은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데, 계절별 후리가케(振り掛け)는 물론, 꽁치, 다시마, 조개, 새우, 가지, 잡어, 육류, 야채, 콩, 김 등등 여러 가지의 츠쿠다니를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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