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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교쵸(人形町)의 스키야키 전문점 이마한(今半)

posted Oct 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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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가 3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것은 676년이었다. 그보다 한 해 전인 675년, 일본에서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텐무(天武) 덴노가 칙서를 내려, 소, 말, 개, 원숭이, 닭 등 다섯 종류의 가축에 대한 살생과 육식을 금지했다. 놀라운 것은, 이 육식금지령이 무려 1200년간이나 유효하게 지속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덴노가 육식 금지령을 해제한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인 1872년에 와서의 일이다.

일본인은 정말로 1200년 동안 육류를 먹지 않았을까? 간혹 보양을 위해 기러기나 사슴 같은 야생 짐승을 은밀하게 먹은 사람들은 있었던 모양인데, 그나마 에도시대에 와서의 이야기였다니까, 이 사람들 정말 고기를 안 먹고 지냈던 모양이다. 일본에 다양한 곡식과 생선 요리가 발달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영어 속담 중에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를 결정한다(You are what you eat)’는 말이 있다. 일본 문화 중에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부분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대다수의 사람들이 육식을 삼가며 살아온 것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육식금지의 동기가 불교적 발상이었다지만, 일본은 어떤 종교도 근본주의적인 순종을 강요하지 못했던 땅이다. 덴노의 권력이 언제나 강했던 것도 아니다. 폴리네시아인들이 주로 생선을 먹는 것처럼 섬나라의 자연스러운 관습이었으리라고 치부하기에는 일본의 땅(landmass)이 너무 넓다. 일본의 생태계는 식육을 목적으로 하는 가축의 사육을 충분히 지지할 수 있는 규모다. 아마도 다른 문화권에서 음식이 터부시 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동안 육식에 대한 금기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짐승의 고기가 ‘불결하다’는 관념을 일반화시킴으로써 가능했을 터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젊은 여성에게 개고기를 먹자고 하면 질색을 하면서 야만인 쳐다보듯 하는 것처럼 말이다.

메이지 덴도가 육식을 해금한 것은 개항으로 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지도 한참이 지난 1872년초가 되어서였다. 육식을 허용하는 칙령이 발표된지 한 달 후인 1872년 2월에는, 열 명의 자객이 메이지 덴노의 거처에 난입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이방인이 들어온 이후 일본인이 육식을 하는 고로 땅이 모두 더러워지고 신이 있을 곳이 없으므로, 이방인을 몰아내고 신불과 제후의 영토를 예전과 같이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항의 기록은 그런 정도에 불과했다. 1200년간이나 지속되어 오던 금기가 사라지는 장면 치고는 허망할 정도로 싱거웠다. 메이지 덴노가 직접 나서서 고기를 시식하고 궁중에서 서양요리 만찬을 베푸는 등 양식 보급에도 앞장섰다거나, 후쿠자와 유키치 같은 유력인사가 육식을 장려했다는 정도만으로 천년 묵은 금기가 사라졌다고 보기도 석연치가 않다. 뭔가 더 크고 조직적인 반발이 있었어야 앞뒤가 맞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

예언자의 ‘헤지라’가 서기 622년이었으니까, 돼지고기를 금지한 이슬람 규율도 일본보다 50년 정도 앞서 시작되었을 뿐이다. 생각해 보라, 만일 어떤 이슬람 지도자가 오늘부터 돼지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하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겠는지. 천왕이 먹지 말랜다고 고기를 안 먹기 시작하고, 1200년이나 지속되던 금육을 어느 날 천왕이 다시 먹으랜다고 먹기 시작하는 국민들의 심성은 나로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무언가에 해당한다. 어쩌면 여기에 일본 문화의 독특함을 발견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열쇠가 하나 들어있는지도 모를 노릇이다.

19세기말에야 시작된 일본의 식육문화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중이다. 오랜 기간동안의 문화적 금기가 개화기에 해체되었으므로, 일본의 고기 요리는 육식의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서양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요리방식을 응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서양 음식을 먹기 쉬운 방식으로 개조한 대표적 성공작이 돈가츠(豚カツ)라면, 스키야키(鋤焼)는 양념이 가미된 전골 형태로 육식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는 방식의 요리였다. 이탈리아의 피자(pizza)가 고기가 아닌 재료로 고기 비슷한 맛과 느낌을 만드는 요리라면, 스키야키는 고기를 가급적 덜 고기처럼 만드는데 주안점을 둔 음식이랄까.

자연히, 스키야키는 일본에서 가장 전통이 오랜 쇠고기 요리에 해당한다. 요리명의 어원은 농민들이 농기구인 쟁기(스키: 鋤)에 고기를 구워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동경에서 스키야키로 가장 유명한 식당을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려주는 곳이 닝교쵸(人形町)에 있는 이마한(今半)이다. 메이지 28년인 1895년에 한타로(半太郎)라는 사람이 창업한 이래 120년 가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이다. 육식이 허용된지 얼마 되지 않던 메이지 시대에는 수상쩍은 쇠고기도 많이 유통되었다. 동경내 정부가 승인한 쇠고기 식육공장은 지금의 시로가네(白金)근처인 이마자토쵸(今里町)라는 곳에 있었다. 그래서 당시 개점하는 스키야키 식당들은 이마자토쵸의 쇠고기를 사용한다는 표시로 너 나 할 것 없이 ‘이마(今)’라는 글자를 포함한 상호를 지었다고 한다. 그 ‘이마’에다가 창업자인 한타로의 ‘한’을 더한 것이 이 식당 상호의 정체다.

원래 이마한은 아사쿠사에서 개업을 했는데, 닝교쵸 식당은 전 사장의 차남이 독립한 회사의 본점이고, 아사쿠사에는 장남이 맡은 이마한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두 식당은 현재 별도의 기업인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차남이 낸 닝교쵸의 식당 쪽이 더 유명하다. 닝교쵸 식당의 분점은 동경에만도 긴자(銀座), 우에노(上野), 유라쿠쵸(有楽町), 신주쿠(新宿) 등에 다섯 곳이 있다.

닝교초 이마한은 철판구이 요리를 하는 별도의 1층 식당과, 샤브샤브와 스키야키만을 내는 2층과 3층의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분한 일식 다다미 방에 좌식 탁자가 있고, 주문을 하면 몸가짐이 단정한 종업원이 요리재료를 차례로 가져와서 마치 다도(茶道) 시범이라도 보이는 것처럼 스키야키를 요리해 준다. 간장 간이 밴 고기와 두부, 밀가루떡, 야채 따위를 계란을 푼 종지에 찍어서 먹는데, 과연 소문처럼 맛이 좋다. 일본인이 상급품으로 치는 쇠고기는 기름지고 부드러운 부위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식감을 즐기는 것이니, 이들은 고기를 ‘씹는 맛’으로 먹지는 않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그 편이 앞에 설명한 스키야키의 본래 취지에 잘 부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평일 11:00-15:00간 점심시간에는 스키야키와 샤부샤부가 구성에 따라 단품으로 4,725엔과 5,250엔이고, 전채와 디저트가 따라 나오는 코스로는 6,300엔, 8,400엔 짜리가 있다. 저녁 때의 코스는 10,500엔, 12,600엔, 15,750엔, 심지어 21,000엔 짜리도 있다. 나처럼 주머니가 가볍다면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닝교쵸 이마한의 주소는 동경도 츄오구 니혼바시 닝쿄쵸 2-9-12(東京都中央区日本橋人形町2-9-12)이고, 연락처는 03-3666-700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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