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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와 시대로의 시간여행

posted Dec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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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189.jpg

 


어느새 술친구가 되어버린 노자키 씨를 따라, 이번에는 도쿄 시내 도라노몬(虎ノ門) 인근의 주점 도모에(登茂恵)라는 곳에 갔다. 노자키 씨는 내게 도쿄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주점을 소개해 주는 것을 즐겁게 여기고 있다. 지난 번에는 이치가야(市ヶ谷)에 있는 닭고기 요리 전문점에 갔다가 닭육회라고 할 수 있는 도리자시(鳥刺し)를 앞에 두고 난감해하는 나를 보며 재미있어 하기도 했다. 웬만한 낯선 음식에도 놀라는 법이 없었지만 생닭이라니 그건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인도네시아에서 2년간 생활하는 동안에는 그곳에 만연한 조류독감을 경계하느라 덜익힌 닭고기는 물론이려니와 계란조차도 조심스레 먹었었다. 한번 생긴 경계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법인가보다.

날 닭고기만 아니면 다 괜찮다고 다짐을 받고 따라간 곳이 도모에였다. 니시 신바시 뒷골목, 주점 같은 것이 있을법 하지 않은 건물의 지하에 50년대풍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술집이 있었다. 100년 된 건물에 자리 잡은 50년 된 술집이라고 한다. 지방 주류조합에서 공급받는 특이한 술을 구비해 놓고 있다고 해서 권해주는 소주를 마셨는데, 과연 독특한 풍미였다. 알고 보니 이 건물이 일본 주조 회관이라고 했다. 전국 양조장 조합 지하의 식당인 것이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700-800엔 대의 각종 안주들이 적혀 있었지만, 이곳의 법도인지 노자키 씨는 메뉴를 고르는 대신 술에 어울리는 안주를 골라달라고 주인에게 부탁했다. 주인은 활력이 넘치는 아주머니였는데, 환갑때만 해도 자기도 한 잔 했을 텐데 여든이 넘은 뒤로는 술을 잘 안마신다고 하셨다. “숙녀 나이를 자세히 알려 들지는 말라”시면서. 여든까지는 되어보이지 않으셔서 깜짝 놀랐다. 노자키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여장부 히노 테라코(日野照子) 사장님은 노자키씨 어머니와 같은 연배라고 한다. 젊어서는 세계 여러 곳을 다니셨다는데, 프랑스어를 잘 하신단다. 객기가 일어 불어로 인사를 드렸더니 호호 웃으시면서 손을 내저으신다. 함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생선회와 구이, 튀김 종류가 안주로 나왔다. 우엉 조림도 먹었던 것 같다. 그날따라 종류를 바꿔가며 마신 술이 과해서 음식 설명을 자세히 하지 못함을 양해하시기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지하철을 타고 있기조차 힘이 들었다.

미나토구(港区) 니시신바시(西新橋) 도모에(登茂恵)
주소 : 도쿄도 미나토구 니시신바시(東京都港区西新橋)1-1-21
전화 : 03-350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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