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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현(沖縄県)

posted Oct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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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남단의 행정구역인 오키나와현(沖縄県)은 1879년까지 류큐(琉球)라는 나라였던 여러 섬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섬들의 역사는 슬프다. 우리 사무실에는 상(尙)씨 성을 가진 후배가 있었는데, 내가 오키나와로 출장을 갈 거라고 했더니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류큐에서는 왕족 노릇을 했었답니다”고 말해 주었다. 100여년 이상 분열되어 있던 섬들은 1492년에 통일되었고, 상(尙)씨 왕족들에 의해 해상무역으로 번성했다. 17세기부터 사쓰마 번의 침입을 받다가 결국 일본에 병합될 때까지.

소설가 복거일의 작품 중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상태로 지속된다는 가상적 역사를 다룬 <비명(碑銘)을 찾아서>라는 걸작이 있었다. 대체역사소설은 우리에게 과거에 대한 다른 과정을 상상함으로써 현재를 좀 더 밝은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병합된 뒤 만약에 끝내 독립하지 못했더라면 가지게 되었을 모습의 어떤 부분을, 오키나와는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만 새겨보더라도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한국인은 아픈 마음이 될 터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태평양 전쟁 막받이에는 미군이 상륙해 전투를 벌였는데, 이 전투에서 일본 제국군은 군인만 아니라 오키나와 주민들에게까지 할복 자결을 명해 수많은 주민들이 수류탄으로 자결하거나 가족끼리 목을 졸라 죽이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때 사망한 주민의 수가 무려 1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오키나와를 1972년까지 점령했다가 일본에 반환했고, 아직도 2만여 명에 가까운 미군이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다. 독특한 역사정 배경 때문에,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 주둔 문제도 ‘본토와의 차별’이라는 각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

내가 오키나와를 방문한 것은 2011년 11월, 공무 출장으로였다. 쌀쌀한 도쿄 날씨를 뒤로 하고 비행기에 오를 때는 하와이 같은 남국의 섬나라 구경을 하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막상 내려서 본 오키나와에서 휴양지 분위기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도쿄 만큼은 아니었지만 기후도 생각보다는 쌀쌀했다. 나하 시내의 풍경은 낙후된 느낌이 짙었고, 거리에서도 활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좀 더 찬찬히 돌아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던 오키나와. 이곳은 사연 많은 사람을 닮은 섬이었다.

일본 본토에서는 불교의 영향으로 오랜 세월동안 육식을 금기시 했지만, 오키나와에서는 그런 일도 없었을 뿐더러 중국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돼지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심지어 돼지의 피를 사용하는 치이리치(チーイリチー)라는 요리도 있다. 라면에도 돼지뼈와 돼지고기를 듬뿍 사용하는 것이 오키나와의 특징이다. 야채와 두부를 이용한 참푸르(チャンプルー)라는 전통 요리도 유명하고, 쌀로 담그는 아와모리(泡盛)라는 증류식 소주도 특산물이다.

나하시 오키나와 전통 요리점 료테이 나하(料亭 那覇)

나하시에서 볼일을 마치고 우리가 그곳의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료테이 나하(料亭 那覇)라는 전통식당이었다. 거창하게 요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단체손님을 주로 받는 것처럼 생긴 관광식당이었다. 1인분에 5,000엔에서 15,000엔 사이 가격의 몇 가지 코스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인데, 도쿄의 물가에 비하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에 비해 푸짐한 음식이 나온다. 꼭 동남아 관광지의 식당처럼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몇 팀의 전통 무용단이 방으로 들어와 춤과 노래를 공연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오키나와 전통 무용의 춤사위는 일본 본토의 춤에 비해서 남국의 몸짓을 좀 더 닮아 있었다.

낯선 음식이 연달아 나왔는데, 그중에서 압권은 “바닷뱀(うみへび) 수프”였다. 노릿한 냄새가 나서 어쩐지 좀 입에 맞지 않다 싶었는데, 바닷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끝까지 먹지 못했다. 그 밖에도, 돼지고기에 깨 소스를 뿌려서 찐 미누다루(ミヌダル)라는 요리, 데친 돼지 귀를 오이와 함께 무친 요리 같은 것이 강한 지방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을 과연 일본의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 도쿄에도 류큐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더러 있지만, 과연 본토 사람들이 오키나와 주민의 설움과 억울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일본인들은 섬세하지만 남의 역사적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그다지 재능이 없어 보여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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