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치고유자와(越後湯沢)역 구내에는 지역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장점들이 거대한 구내매점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역 건물의 맨 끝에 별도의 출입문을 통과하면 폰슈칸(ぽんしゅ舘)이라는 니혼슈 상가가 등장한다. 니혼슈의 본고장 니이가타현의 각종 진품명품이 즐비한 곳이다. 폰슈칸 곳곳에는 술병을 들고 만세를 부르거나 바닥에 누워서 병나발을 부는 실물 크기 인형들이 귀엽게 상가를 장식하고 있다. 이곳에는 술이 들어간 과자, 케이크, 쵸콜렛, 아이스크림 등 특산물을 파는 상정도 있고, 심지어 술에 목욕을 하는 목욕탕도 영업중이다.

그 중에서도 꼭 들러야 할 곳은 ‘코시노무로(越の室)’라는 시음장이다. 일본어로 술을 조금씩 시음하는 것을 ‘키키자케(利き酒)’라고 한다. 오백 엔을 카운터에 지불하면 벽에 설치된 백여 종의 사케 자판기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 동전 다섯 개와 잔을 준다. 가게 한쪽 구석에는 니이가타에서 생산되는 여러 종류의 된장(味噌)과 소금도 놓여 있다.

벽에 설치된 자판기에는 전세계적으로 매니아층을 팬으로 거느리고 있는 니이가타의 명주 쿠보타(久保田), 핫카이산(八海山), 코시노칸바이(越の寒梅), 카쿠레이(鶴齢), 타치요(高千代) 등은 물론이고, 그에 못지않은 좋은 평점으로 기록되어 있는 온갖 니혼슈를 비롯해, 매실주(梅酒)라든지 막걸리 비슷한 니고리자케(濁り酒)도 구비되어 있다. 여행길에 너무 취하면 곤란할 것 같아서 열 잔만 맛을 보았다. 자고로 술은 여러 종류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보아야 참맛을 터득한다. 포도주도 여러 종류를 앞에 놓고 먹어봐야먄 과일 향이 뭐고 묵은 향이 뭔지 깨달을 수 있다. 과연 코시노무로에서 맛본 여러 종류의 니혼슈는 저마다 미세하게 독특한 향기와 풍미를 지니고 있었다.

포도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일본에서 니혼슈가 지금처럼 다양한 모습을 대대적으로 갖춘 것은 9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 전에도 물론 각 지방의 특산 명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인 유통은 소수의 대형 업체가 장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 경제가 버블을 겪으면서 온갖 과소비의 풍조가 만연하던 80년대말 이후,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폭발적인 와인 붐이 일었고, 다양해진 대중의 입맛에 부응하기 위해 지방 양조장의 영업과 유통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 덕에 양조장 투어 여행상품도 생겨나고, 지방색 짙은 온갖 니혼슈가 소비되기에 이르렀다.

비록 나는 술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잘 마시지도 못하지만, 이런 현상은 몹시 부럽다. 언제, 어디서건, 누구에게나, 무엇에 관해서건, 다양성은 좋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코시노무로는 12-3월에는 09:00-20:00간, 4-11월에는 09:00-18:00간 영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