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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현(青森県)

posted May 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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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현에서 더 올라가면 혼슈(本州) 최북단의 아오모리현(青森県)이다. 현청소재지인 아오모리시는 아오모리현 북단의 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혼슈 꼭대기에 움푹 들어간 아오모리만 해안에는 갓포(合浦)공원이 있다. 벚꽃 시즌이면 600여 그루의 만개한 벚나무 사이로 바다를 내다볼 수 있는 공원이지만, 한여름에는 공원 북쪽 끝의 모래사장이 주민들의 해수욕장으로 한 몫을 한다. 나와 둘째 아들은 더위를 참지 못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내일이면 아오모리와 하코다테(函館)를 잇는 “세이칸(青函) 페리”를 타고 북해도로 출발할 터였다.

아오모리현에서 우리가 하루를 묵은 곳은 후지산을 빼닮은 이와키산(岩木山) 중턱의 “야요이 휴식의 광장(弥生いこいの広場)”이라는 캠핑장이었다. 낮에 바닷물에 몸을 적셨던 나와 둘째는 산중 마을의 온천장을 찾아가 목욕을 했다. 우리나라 시골에 있는 대중목욕탕 비슷한 곳인데 온천물은 몹시 뜨겁고 짠맛이 났다. 벗고 움직이는 자태만으로도 외지 사람 티가 나는 것인지, 아저씨들이 우리를 흘끔흘끔 쳐다봐서 조심스러웠다. 산 중턱에 있는 캠핑장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먼발치 아래로 도시의 야경이 내려다보였다. 아오모리현이라면 사과로 유명한 고장이다. 우리가 하루를 머문 이와키산에도 온통 사과나무가 심겨 있었다.

2010년 도쿄에 부임해 이사를 했는데 옆집에 사는 사람이 한국인이었다. 조심스레 인사를 나누고 보니 조선일보의 선우정 특파원이었다. 발로 뛰는 기자답게, 그는 거의 주말마다 차를 몰고 일본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덕에 그를 자주 볼 기회는 없었지만 옆집에 살았던 인연으로 그가 쓴 기사는 유심히 읽게 되었다. 선우정 특파원이 쓴 ‘기적의 사과’라는 기사를 몇 줄 발췌하는 것으로 아오모리 사과에 대한 소개를 가름할까 한다.

   “...이름을 말하면 도요타, 소니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제(日製)'가 있다. 우리가 ‘부사’라고 부르는, 정확히 ‘후지’라는 이름의 사과다.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후지사키(藤崎) 마을에서 육성된 이 사과는 1962년 품종 등록과 함께 단숨에 세계를 석권했다. 도요타가 ‘카롤라’ 모델로 북미시장을 개척하기 6년 전 일이다. 일본의 북단 이와키산(岩木山) 자락. 눈에 보이는 천지가 사과나무로 덮여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아오모리현이 만들어 내는 사과는 일본 전체 생산량의 절반. (생략)

   농부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는 이 산자락에서 37년째 사과를 키우고 있다. 환갑이지만 희수 노인보다 늙어보인다. 카바레 호객꾼 시절 야쿠자 주먹에 맞아 빠져 버린 이를 방치한 탓이다. 자신이 만든 사과조차 베어 물지 못할 듯했다. 이 이 없는 농부의 사과 밭을 작년에만 6000여명이 찾았다. 수학여행 온 초등학생부터 한국 전라도 농부들까지. 그의 저서 <사과가 가르쳐 준 것>, <모든 것은 우주의 재배>는 지금 일본 전국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다. 작년부터 베스트셀러였던 그의 분투기 <기적의 사과>는 지난달 한국에서도 번역·출판됐다. (생략)

   이런 곳을 왜 6000명이 찾을까? 천지가 사과 밭이지만 생태계가 회복된 ‘자연’은 그곳에만 있기 때문이다. 1978년부터 31년 동안 농약 한 방울, 비료 한 주먹도 뿌려 지지 않은 기적의 8800㎡. (생략) 수확량 0, 돈벌이 0. 꽃 한 송이, 열매 한개 열리지 않는 밭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벌레 잡고, 식초 뿌리고, 나무와 대화하기. 쌀이 모자라면 죽을 먹고, 돈이 떨어지면 양말을 기워 신기. 죽으려고 밧줄 들고 올라간 산에서 아이디어 떠올리기. 이렇게 11년을 버틸 수 있다면 누구나 역사를 바꿀 수 있다. 농부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60). 말꼬리가 긴 일본 최북단 쓰가루(津輕) 사투리의 억양은 한국 강원도 사투리를 꼭 닮았다. 히로사키(弘前)실업고 졸업. 경력도, 얼굴도 순박하지만, 그의 인생엔 ‘독기’가 흐른다. (생략) “바보처럼 11년을 버텼어요. 그러니 나무가 불쌍해서 꽃을 피워주더라고요.” (생략) ‘오타쿠’는 일이든, 취미든, 광적으로 지독하게 집착하는 일본형 마니아를 말한다. 바보 취급도, 정신병자 취급도 받는다. 동네에서 기무라씨는 ‘가마도케시(파산자)’라고 불렸다. 집을 말아먹을 인간이란 뜻이다. 하지만 일본은 경제 구성원들의 이런 집착을 동력으로 전진하는 거대한 오타쿠 사회다. (이하 생략)” ― 조선일보 선우정 특파원(2009.8.29)

기무라씨의 밭을 찾아가보고 싶었지만, 이와키산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이미 기울어가고 있었다. 이웃에 사는 기자의 전언을 되새기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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