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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오구(中央区) 긴자(銀座) 카이세키 식당 치소솟타쿠(馳走啐啄)

posted Apr 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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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제일 먼저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카이세키(懐石) 요리다. 카이세키 요리를 쉽게 설명하자면, 일단 우리나라에 한정식이 있듯이 일식 정찬 코스 요리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카이세키에도 그보다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발음은 똑같아도 会席料理라고 쓰면 그것은 고급 전통음식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연회 음식이라는 의미가 된다.

懐石料理라고 표기하는 카이세키 요리의 기원은 다도(茶道)에 있다. 원래 카이세키는 다회에서 차와 함께 제공하는 간단한 식사를 가리키던 말이었다. 카이세키라는 명칭은 선승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따뜻한 돌을 품에 안고 수양을 했던 데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한다. 이제 와서 카이세키는 푸짐한 정찬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다회에서의 식사를 구별해서 강조하기 위해서는 차카이세키(茶懐石)라고 따로 표기하기도 한다. 다도에서 유래한 다른 모든 것처럼, 카이세키 요리도 극도로 양식화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카이세키 요리는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전채에 해당하는 조그마한 사키즈케(先付), 계절의 테마를 설정하는 핫손(八寸), 주로 생선회가 등장하는 므코즈케(向付), 데치거나 삶은 야채, 고기 및 두부 등으로 이루어진 타키아와세(煮合), 대체로 맑은 국물이 나오는 후타모노(蓋物), 생선 등의 구이요리인 야키모노(焼物), 초에 절인 야채 등인 스자카나(酢肴), 여름에만 나오는 찬 야채 히야시바치(冷し鉢), 새콤한 입가심 국물인 나카쵸코(中猪口), 전골 등 주요리에 해당하는 시이자카나(強肴), 쌀밥 위주의 고항(御飯), 야채 절임 반찬인 코노모노(香の物), 된장 또는 야채 국물인 토메완(止椀), 과일이나 양갱 등 디저트인 미즈모노(水物) 등이다. 에고 숨차.

카이세키 요리는 일본의 대표 음식이기 때문에, 그만큼 일본 음식의 특징을 빼곡히 담고 있다. 카이세키 요리의 특징을 하나씩 쓰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일본 음식의 특징이 전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자제력을 잃고 써 젖히다 보면 일본의 다른 음식 이야기는 꺼내기도 전에 일본 음식에 관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 해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디 한 번 써보자.

1. 카이세키 요리는 비싸다.

일인당 1만엔 미만의 가격으로 카이세키 요리의 ‘흉내’를 내는 식당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보통 카이세키 요리라고 하면 의례히 가격은 최하 1만엔 언저리에서 시작하기 마련이고, 위로는 제한이 없다. 맛있는 음식을 비싸다고 투덜대는 일은 미식가로서는 삼가야 할 일이지만, 첫째로 나는 미식가가 아니고, 둘째로 이 세상에 값싼 카이세키 요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니 일본에 왔을 때 누군가가 카이세키 요리를 대접하면 설령 입에 맞지 않더라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고맙게 여기시면 된다.

시장이 잘 발달된 모든 나라의 모든 물건에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무엇이든 값이 싼 데는 대개 싼 이유가 있다. 일본인에게 카이세키 요리는 최상의 정성을 들여 준비한 식사를 즐기는 도락이므로,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데 대해서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값싼 카이세키 요리’라는 것은 이를테면 ‘젊은 노인’처럼 형용모순(oxymoron)에 해당하는 말이 된다.

2. 카이세키 요리는 싱겁다.

서울에서 모처럼 온 손님에게 카이세키 요리를 대접하겠다고 했더니 그 손님이 두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제발 다른 음식을 먹자”고 했다. 2박 3일 일정 동안 일본측에서 카이세키로 점심 저녁을 대접해 주었는데 “맛이 없어서” 더 이상은 못 먹겠다는 이야기였다. 일본 사람들이 들으면 이만저만 서운해 할 일이 아니지만, 카이세키 요리가 맛이 없다는 그 손님의 항변이 무슨 말인지 나는 잘 알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너무 싱겁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도 옛날의 궁중음식과 서울의 양반 음식은 손도 많이 가고, 맛도 싱거웠다고 한다. 그런데 식민지배와 전란을 거치면서 한국의 왕실과 귀족이 권위를 잃어버린 것처럼 전후 한국 음식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서민들의 음식, 그것도 지방의 음식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매일 먹는 한국음식은 거칠게 표현하자면 맛이 있어질 때까지 재료와 양념을 더해 넣는 덧셈 음식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매운 맛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물 음식을 많이 먹는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WHO가 정한 권장량의 세 배에 가깝다.

한국의 보통 식단에 비해 카이세키 요리는 지나칠만큼 담백하고 싱겁다. 교토 지방의 요리는 카이세키의 본류로 이름이 높아, 특별히 쿄료리(京料理)라고 구분짓기도 한다. 쿄료리는 두부 등을 많이 사용하고 귀족적인 맛을 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귀족적인’ 맛이란 유난히 싱거운 맛을 의미한다. 요리의 관념이 한국과는 다른 것이다. 일본 요리의 궁극적 목표는 재료가 간직한 본래의 맛을 살려내는 데 있다. 그래서 요리가 요리이기 위해서 더 이상은 빼낼 것이 없을 때까지 불필요한 양념과 재료를 제외하는 뺄셈 요리가 된다.

그래서 카이세키 요리는 앞의 음식과 그 다음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과 맛이 중복되지 않도록 만드는데 몹시 신경을 쓴다. 한정식이 풍성하게 차려놓은 밥상 위로 손님의 손이 자유롭게 오가게 만든 밥상이라면, 카이세키 요리를 먹는 손님은 주방장의 의도에 순종한다. 일본의 정원이 자연을 인위적으로 축소한 것과도 같은 원리이고, 다도의 다실로 가는 길 위에 듬성듬성 돌을 깔아놓아 손님들의 보폭이 미리 결정되는 것과도 흡사하다. 카이세키 요리를 먹는 것은, 음식을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 사이에 고도로 양식화(樣式化)된 의사소통을 나누는 일이 된다.

이 의사소통에는 서양치즈나 푸아그라, 사프란 따위의 외래 식재료도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바꾸어 말하면, 음식을 준비하고 소비하는 양식이 일본적이기만 하다면 재료의 한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다. 서양의 온갖 요리가 일본으로 건너오기만 하면 일본 특유의 적응과정을 거쳐 토착화되는 관행도 크게 보면 이런 일본식 양식화의 한 부분인지도 모른다.

3. 카이세키 요리는 계절을 요리한다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가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카이세키 요리의 계절에 대한 집착은 단지 식재료의 신선도라는 상식적 요건을 넘어선다. 가장 일본적인 문학 장르라고 할 수 있는 하이쿠(俳句)는 5·7·5자의 짧은 정형시인데, 글자수만 맞다고 해서 하이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이쿠에는 반드시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키고, 季語)가 포함되어야 한다. 개구리, 제비, 진달래, 찻잎, 아침안개 등은 봄을 나타내고 수국, 청개구리, 장마, 소나기, 무지개 등은 여름을 뜻한다. 밤, 포도, 고추잠자리, 기러기, 은하수 등은 가을의 계절어이고, 수선화, 원앙, 토끼, 신사참배 등은 겨울을 가리킨다.

요리로 계절을 묘사하는 것은 앞서 말한 ‘양식화’의 또 다른 지향점이다. 식재료만이 아니다. 봄에는 벚꽃 문양, 가을에는 단풍 모양의 그릇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철에 따라 피고 지는 꽃잎과 나뭇잎으로 음식을 장식하는 일도 카이세키의 중요한 부분이다. 요리사가 시인처럼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까만 김초밥 위에 겨자 소스를 찍어 달밤을 표현하거나, 낙엽 모양으로 튀긴 고구마로 가을 풍경을 묘사하고, 소면 가락을 솔잎처럼 녹차로 물들여 장식하기도 한다.

긴자에는 치소솟타구(馳走啐啄)라는 식당이 있다. 카이세키 요리, 그것도 긴자에 있는 식당 치고 너무 비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저녁은 일인당 15,000엔이다. 한 번 가서 먹은 적이 있는데 분위기도 위압적이지 않고 맛이 썩 좋았다. 카이세키 요리를 소개하는 마당에 식당을 한두 곳 소개하고 싶었는데, 식당이 도무지 한두 군데가 아닌데다 맛도 특징도 전부 천차만별이어서 선뜻 고를 수가 없었다. 주저하던 중에 머리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식당이 바로 치소솟타구였다. 치소(馳走)라는 말은 “고치소사마(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말에서 보듯이, 음식을 대접한다는 뜻이다.

재미난 것은 솟타쿠(啐啄)라는, 자주 쓰지도 않는 한자다. 이 말은 줄탁동기(啐啄同機)라는 선종(禪宗)의 공안(公案)에서 따온 것으로,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병아리와 어미닭이 서로 교감하며 마주보고 쪼듯이 정성을 들여 요리를 하겠다는 뜻이렷다. 참고로 이 식당의 주소는 동경도 츄오구 긴자 6-7-7(東京都中央区銀座6-7-7 浦野ビル2F)이고, 연락처는 03-3289-8010이다.

우리가 치소솟타쿠를 방문한 것은 3월 이른 봄이었다. 네 번째 코스로 나온 요리는 채소를 초된장에 무친 음식이었다. 이렇게 잘게 썬 어패류를 야채와 초된장으로 무친 요리를 ‘누타(饅)’라고 부른다. 일설에 의하면 누타라는 명칭은 ‘누마치(沼地)의 도로타(泥田)’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얼어붙었던 습지가 봄이 되면서 녹아 진흙이 눅눅해지는 형국을 말한다. 이름의 유래부터가 영락없이 봄 음식인 셈이다. 새콤한 뒷맛이 도는 야채와 성게알과 무침을 안주 삼아, 미지근한 누루칸(温燗)으로 데운 일본술을 홀짝홀짝(일본말로는 ‘치비리치비리’라고 한다) 마시는 것은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습지를 거니는 것 못지않게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거기서 나는 느꼈다.

4. 카이세키 요리는 눈으로도 먹는다.

카이세키 요리는 먼저 눈으로 먹고 그 다음에 입으로 먹는다. 그만큼 음식의 배치와 장식에 많은 신경을 쓴다. 옛날 우리나라의 궁중음식은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나로서는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음식을 가지고 너무 많은 장난을 치는 것을 그리 곱게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감성으로 보자면 일본의 카이세키 요리의 작은 접시 위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과할 정도로 손질된 세공품들이다.

아마도 미학적 감성의 차이라는 표현이 적당하지 싶다. 일본인이 느끼는 아름다움은 압축적 긴장감에 그 본질이 있다. 먼 옛날 일본에서는 아름답다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고지키(古事記)에는 미인이 ‘쿠와시메(久波志賣)’라고 기록되어 있다. ‘쿠와시이’라는 말은 세밀하고 상세하다는 뜻이다. 부사이쿠(不細工)라는 표현은 오늘날에도 ‘못생겼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세공되어 있지 않으면 못난 것이다.

이러한 압축적 긴장미를 한 글자로 표현하는 것이 ‘쯔메루(詰める)’라는 단어다. 좁은 곳에 꽉 채워 넣는다는 뜻인데, 같은 한자문화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詰이라는 글자를 ‘힐난한다’라고 할 때만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그냥 보지 않고 자세히 보는 것을 ‘미쯔메루(見つめる)’, 집중해서 잘 생각하는 것을 ‘오모이쯔메루(思い詰める)’라고 한다. 압축적 긴장미가 일본인들에게는 어찌나 중요한지, ‘쯔메루’할 수 없는 것은 ‘쯔마라나이(つまらない)’, 즉 시시한 것이 되고 만다.

입으로 들어가면 그만일 음식을 이토록 치장하는 것도, 찰나지간에만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헤도니즘(hedonism)의 극치일 것이다. 그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사람들은 어쩌면 일순간에 져버리는 벚꽃을 구경하는 것과도 흡사한 인위적 ‘하나미(花見)’에 동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5. 카이세키는 함께 먹지만 혼자 먹는 요리다

카이세키는 중요한 손님을 접대할 때 내는 고품격 정찬이다. 하지만, 카이세키 요리가 우리나라 한정식에 대응하는 음식이라고 하기에 가장 꺼려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전통 한정식은 음식을 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내지만, 카이세키 요리는 언제나 서양의 코스 요리처럼 순서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이세키 요리는 懐石라고 쓰건 会席라고 쓰건 상관 없이 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이지만 언제나 혼자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카이세키 요리가 코스 요리라는 사실은 언뜻 보기보다 중요한 문화적 특질을 상징하고 있다. 그것은 일본인들의 개인주의다. 일본인들은 겉보기에는 집단주의적이고 동질화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의식적으로 표현되는 행동에 한정되어 있다. 여기에도 고도의 양식화라는 설명이 적당하다. 일본인들은 함께 어울려서 무언가를 도모할 때만큼은 이질적인 행동을 좀처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으로, 개인의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서양의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자유로이 방임하는 것이 일본의 문화이기도 하다. 집단으로 보면 하나같이 똑같은 사람들인데도 개인의 취미생활은 변태에서부터 오타쿠까지 참으로 다양한 곳이 일본이다. 물리적으로도 일본에서는 개인의 사적 공간이 중시되기 때문에 붐비는 곳에서도 신체접촉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피한다.

내가 일본에 온 뒤로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만원 전철에서 내릴 준비를 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다. 승객이 많은 열차의 중간에 앉거나 서 있다가 내 목적지가 다가오면 서울에서 하던 대로 한두 정거장 전부터 출구 쪽으로 슬금슬금 움직이곤 했는데, 어느 순간 나 말고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입문으로부터 제법 먼 쪽에 있다가도 일단 문이 열린 다음에 “오리마스(내립니다)”라고 말하면 신통할 만큼 신속하게 길을 터 준다. 나는 아직도 습관이 되지 않아, 적어도 내 목적지 역의 안내방송이 나올 때쯤에는 여전히 출구 쪽으로 옮아 선다. 일본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출구로 미리 옮기느라고 부산스럽게 구는 것이 남에게 폐가 되고,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생기는 신체접촉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카이세키 요리는 일인분씩 따로 나오기 때문에 도리어 앞접시가 필요 없지만, 앞접시에 해당하는 ‘토리자라(取り皿)’와 여럿이 공용으로 쓰는 젓가락인 ‘토리바시(取り箸)’는 거의 모든 식당에서 볼 수 있다. 우리도 최근에는 앞접시를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식당에서 앞접시는 달라고 요구해야 내주는 물건이다. 공용 젓가락은 뷔페 식당 같은 곳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물건이다. 일본의 꼬치튀김인 쿠시아게(串揚げ)‘ 식당에 가면 공용 소스에 먹던 음식을 두 번 담그는 ’니도즈케(二度漬け)‘는 엄금 사항이다.

웬만큼 친한 사이에는 찌게 국물도 각자 자기 숟가락을 마음껏 담가서 퍼먹는 우리 식습관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셈이다. 물론 위생상의 이유로 요즘엔 우리나라도 찌게나 전골 따위는 공용 국자로 각자 덜어먹는 문화가 예전보다 널리 자리 잡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웬만큼 친한 사이라 해도 한 찌게 그릇을 함께 퍼먹는 광경을 보기는 어렵다. 장단점이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개인들 간의 끈끈한 유대는 미덕이 될 때도 있지만, 지나친 참견이 되어 우리를 괴롭힐 때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의 우열을 가리고 싶은 생각은 내게는 없지만, 함께 먹으면서도 따로 먹는다는 카이세키 요리가 여러모로 일본적이라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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