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신주쿠구(新宿区) 태양의 토마토면(太陽のトマト麺)

posted Jan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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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모르는 일본 라면 업주들의 실험정신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가게가 있다. 도쿄도 신주쿠구 요츠야 2-11(東京都新宿区四谷2-11), 요츠야 전철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태양의 토마토면(太陽のトマト麺)’이라는 발랄한 상호의 라면집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실은 Eat&Co(イートアンド株式会社)라는 회사가 200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체인점 중 한 곳이다. 대기업의 체인점들을 소개하기에는 지면이 아깝다는 것이 나의 원칙적인 생각인데, 문제의 ‘토마토 면’은 발상의 전환이 산뜻하고, 그 성과도 좋았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이런 식의 혁신은 모두가 격려해 주어야 비로소 명랑사회가 구현되는 게 아닐까?

스파게티에 사용되는 것 같은 토마토 소스와 닭고기 위주의 라면국물을 합쳐놓은 것이 이 가게의 자랑거리인 태양의 라면(太陽のラーメン, 730엔)이다. 참고로, 나는 신 맛을 싫어하는 편이다. 어지간한 과일도 누군가가 “이거 하나도 안 시어, 달기만 해” 그래서 먹어보면 반드시 속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째려봐야 할 정도다. 스파게티를 먹을 때도 토마토 소스보다는 올리브유나 크림소스 쪽을 선호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토마토 국물 라면을 내가 맛보고 맛있다고 느끼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가게의 라면은 희한하게 맛있다. 라면의 고소함이 토마토의 신 기운을 누르고 있고, 토마토의 상큼함이 라면의 느끼함을 없애는 윈-윈 작품인 것이다. 라면 한 개당 이탈리아산 산마르시아노종 유기 토마토 3 개가 사용된다고 하는데, 현재의 국물 맛을 완성하기까지는 토마토 외에도 완두콩, 감자 등을 소재로 수많은 실패가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이거야 원, 일본 요리 만화책에서나 보던 이야기 아닌가.

이 가게에는 태양의 치즈 라면(太陽のチーズラーメン, 830엔), 태양의 가지 라면(太陽の茄子ラーメン, 800엔), 태양의 에그 라면(太陽のエッグラーメン, 780엔) 등 변형 메뉴도 있고, 바지락을 여러 개 올리고는 넉살 좋게도 태양의 봉골레 면(太陽のボンゴレ麺, 880엔)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기도 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런 식의 음식이야말로 일식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일본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것들을 깎고 오리고 자르고 붙여서 자신들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언제나 발군의 재능을 보였다. 중국에서 라면을 들여와 그것을 일본 음식으로 만들어 버리고, 이제 또 거기에 이탈리아 음식을 덧붙인 셈이다. 요츠야의 가게는 거의 매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도쿄에만도 10 곳의 체인점이 태양의 혜택을 노래하며 성업중이니까, 관심 있는 분은 업소의 홈페이지(http://taiyo-tomato.com/store/ )를 참조해서 가까운 가게를 찾아보시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