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이야기 참 재미있구나. 주간지에 연재해서 책으로 내면 잘 팔리겠다. 가게 안 분위기를 사진으로 찍으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겠지. 아쉽구나.
집 바로앞 (아파트 정문에서 10미터이내) 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생겼는데 11시에 문을 닫는다. 문닫을 시간에 가면 상하기 쉬운 음식을 싸게 판다. 얼마전에 술을 좀 마시고 집에 오는 길에 조개류 이것저것 까서 손질한 것 한움큼 5천원어치를 2천얼마에 팔고 있길래 라면에 넣어먹으려고 사들고 들어왔다. 술마시고 한 말이나 생각이나 늘 다 까먹는 거와 마찬가지로 해물을 냉장고에 넣어놓은 것을 까먹고 한동안 지내다가 짧게 여행을 다녀와서 보니 냉장고가 난리가 났다. 썩은 내라는 것이 뭔지 몇십년이나 살고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집 나와서 원룸살며 처음 내 냉장고를 쓰면서 냉장고 안에서도 음식이 상한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상한 것과 썩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난 참 곱게 자랐나보다.
인터넷을 뒤져서 나온대로 냉장고 안에 들은 것을 다 꺼내서 버릴 건 버리고 (용기나 그릇까지도) 식초로도 닦고 소주로도 닦고 했는데 냄새 빠지는데는 소주로 닦는게 더 낫더라. 과일주 담그는 소주를 두병이나 썼다. 그리고 녹차 레몬 양파즙 커피찌꺼기 따위로 냄새를 빼라고 하길래 이것저것 해봤는데 레몬이니 녹차니 이런 거는 있으나 마나고 커피찌꺼기와 양파는 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양파는 양파냄새가 심해서 냄새가 빠진건지 뭔지 알 수가 없다. 지금도 머리가 아프다. 날씨가 차가와졌는데도 창문을 닫지를 못해서 추워죽겠다. 아무튼 커피찌꺼기 보다도 우려내기 전의 커피가루가 제일 냄새가 잘 빠지는구나. 뭐든지 좋은 건 돈이 든다.
악취와 싸운 지가 사나흘쯤 되었는데 (진짜 싸우는 거 같다.) 식욕이 떨어져서 몸무게도 줄었다. 그런데 어제 재동에 해물찜집에 어찌 어찌 하여 가게되었는데 (정말 가기 싫었고, 계단 올라갈 때까지는 구토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음) 먹다 보니 참 맛있더만. 해물과 썩은 것에 대한 정신적 충격이 좀 가시게 된 것 같다. 정신상태가 썩었다란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나에게 그 말을 한 사람들을 다시 찾아가서 진심으로 이런 걸 뜻한 것이었냐고 물어보고 싶어졌다. 앞으로 공무원들이 썩었다 어쩌구 이런 말은 조심해서 해야지.
다음에 놀러갈 때 여기 나온 데서 몇군데 찍어서 가련다.
- C
Diary, a sort of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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