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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4. Jordan, Israel (4)

posted Oct 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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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금요일

 

아침 일찌감치 우리는 텔아비브 공항으로 갔다. 항공사에서 체크인check-in을 하기 전에 먼저 통과해야 하는 보안검색대가 있었다. 보안담당 직원은 짐을 자기가 직접 쌌느냐는 질문 외에도 어디에 갔었느냐, 왜, 누구를 만났느냐 등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개트윅Gatwick 공항에 도착한 것은 밤이 되어서였다. 학생들은 작별인사를 나누고 삼삼오오 무리지어 택시를 잡아탔다. 영국의 택시비는 워낙 살인적이기 때문에, 나는 다른 다섯 명과 함께 택시를 탔고 여섯 명이 23파운드씩을 냈다. 밤 11시 반에 집에 도착했다. 꼬맹이가 자다 말고 아빠를 부르며 나왔다. 정말 며칠 새 훌쩍 자란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린이 날이었다.

 

내가 방문한 뒤로도 이스라엘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전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편이 어쩌면 더 정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2011년 여름에 읽어봐 주신 마영삼 주이스라엘 대사님께서는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어, 가자가 달라진 것만 빼면 여행기가 지금 상황이라 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라는 답신을 주셨다.

 

내가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1995년의 11월, 오슬로 협정의 중심인물이었던 이츠하크 라빈이 오슬로 협정을 혐오하던 유대 근본주의자에 의해서 암살되었다. 그 직후 실시된 선거에서 강성인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가 집권한 것은 오슬로 협정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실망감의 표현이었다. 네타냐후의 강성정책이 조장하는 긴장으로 피로감이 누적되자, 그 다음에는 노동당 당수인 에후드 바라크Ehud Barak가 집권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중재로 열린 2000년 캠프데이비드Camp David 협상에서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의 영유권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아라파트는 이를 거절함으로써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아리엘 샤론Ariel Sharon은 집권한 뒤 팔레스타인의 자치독립을 적극 추진하는 ‘양국 공존안two-state solution’을 추진했지만, 샤론의 유고와 하마스의 집권, 치안상황의 악화로 시계추는 다시 반대방향으로 흘렀고 또다시 네타냐후가 이끄는 보수 진영 연합 정부가 출범했다. 혁명과 투쟁의 풍운아로 일세를 풍미했던 아라파트는 2004년 7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선거에서는 저항세력이던 하마스가 아라파트가 이끌던 파타를 누르고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후 하마스와 파타간의 갈등이 표면화되었고, 그 결과 하마스가 가자지역 PNA의 행정을 장악하게 되어 팔레스타인은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 총리(현재는 살람 파예드Salam Fayyad)가 이끄는 서안지구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로 갈라진 형국이 되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직도 현재형이다. 요즘도 나는 이 지역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스라엘에서 육성으로 들었던, 도저히 서로 화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주장들과, 그 주장을 펼치던 울분 섞인 표정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사이으 교수가 16년 전에 예견했던 대로, 우리가 가자 난민촌의 천막에서 만났던 하마스의 ‘젊은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2006년 선거에서 하마스측이 지명한 총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테러의 포기를 선언하지 않고, 과거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는 하마스를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은 아직도 정부가 아닌 테러조직으로 간주하고 있다. 2011년 4월, 압바스 총리가 이끄는 파타측과 하마스는 이집트에서 화해협정을 맺었다.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승인받겠다는 의도로 팔레스타인의 단합을 추진하는 것인데, 짐작하다시피 이스라엘은 펄펄 뛰고 있고, 서방 국가들은 어찌 반응해야 좋을지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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