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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후소

posted Sep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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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이 있은 후에야 흰 빛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예가 있은 후에야 기질이 빛난다는 의미로 새기는 것이 옳다.

 

논어(論語) 팔일(八佾)편에 나오는 일화다.

子夏問曰:「『巧笑倩兮,美目盼兮,素以為絢兮。』何謂也?」子曰:「繪事後素。」曰:「禮後乎?」子曰:「起予者商也,始可與言《詩》已矣。

 

자하가 물었다. “‘짓는 웃음 고와라. 반짝이는 분매 어여뻐리, 순수한 바탕이 고운 무늬 되었네’ 하는 것은 무엇을 말한 것입니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그리는 일이 있은 우에야 순수함이 살아난다는 뜻이다.”

자하가 말했다. “예가 있은 후라는 뜻인가요?”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일깨워 주는 자는 상이다. 비로소 함께 시를 말할 수 있게 되었구나.”

 

종전에 주자는 이 단편의 회사후소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갖추어진 뒤에 한다”고 해석하였다. 이수태는 <논어의 발견>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주자는 이 단편에서 倩盼을 사람의 “좋은 기질”로 보았고, 그 좋은 기질을 예로써 가다듬는 것은 흰 밑바탕에 채색을 베풀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해석하였다. 이런 해석에 있어서는 예를 단지 문식 정도의 첨가적 요소로 보는 시각이 온존한다. 또 그런 시각에서는 예가 없더라도 기질이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예는 기질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있게 하는 것이다. 예는 좋은 바탕과 개념적으로 구분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분리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단편에 대한 바른 착상은 정이천의 다음과 같은 해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천 선생이 해석하여 말씀하시되 “마치 흰 바탕이 그리기를 기다려 현란해지듯 아름다운 기질은 예를 기다려 덕을 이룬다. 자하가 이를 깨우쳐 준 고로 공자께서 나를 일깨웠다 하신 것이다.”

(생략) 그러면 그리는 일을 우선하듯 예를 우선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예 자체는 마치 물그릇과 같이 그 자체는 물이 아니지만 물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릇 없이도 물을 상정할 수는 있지만 실제 그릇이 없다면 물은 존립할 수가 없다. 개념적으로만 생각한다면 물의 우선성은 확실하다. 주자는 이런 점에서 質의 우선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송대 성리학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공자는 이론가가 아니었다. 그는 실제 목이 타는 많은 사람들에게 물을 길어다 준 실천가였고 칠천가로서의 그는 물그릇을 우선했다. 결국 이 단편은 선진/1과 더불어 공자가 예에 방법론적 우선성을 인정한 기록으로서 예에 관한 공자의 기본 입장을 천명한 극히 중요한 단편이라 할 수 있다. 주자는 공자의 방법론적 입장을 체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단편을 그의 주된 관심 하상이었던 성리학적 입장에서 그럿되게 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을 그려봤다면 이해하기가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니다. 그림 속에 빛을 그리고 싶다면 그림자를 잘 그려야 한다. 빛은 그린 뒤에 나타나는 것이지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그림자와 그늘을 그려 넣느냐에 따라서 붉은 빛깔 도는 저녁햇살도, 눈부신 인공조명도 마술처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이천의 말처럼, 흰 바탕은 그리기를 기다려 비로소 현란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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