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나를 사랑하거든 나를 기억한다고 말하지 마라. 기억은, 여름이 남기고 가는 껍질 같은 것. 기억하다라는 말은, 시간에 산화되고 망각의 해변으로 떠내려가는 것들을 목적어로 거느리는 동사다. 기억하는 것은 잊는 것이고, 그러므로 잃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