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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posted Mar 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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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아우님 답글을 너가 올려놓은 거 보고 사람은 참 잘 변하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스콜세즈의 음악에 대해서 했던 이야기는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고, 술까지 먹고 쓴 메일이라 내가 왜 저런 이야기를 했지? 싶기도 했다, 잠깐.  하지만 어릴 때 스콜세지의 영화에서 음악이 하는 일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은 늘 했었다. 너무 많은 일을 시키려고 해서 음악을 착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그림을 편집하면서 소리를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 수도 없이 고민하고 하는 짓 같아 보였다. 아마 사실일거다. 노만 쥬이슨이나 알란 파커에 도저히 미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마틴 스콜세지는 눈썹을 팔자로 만들고 계속 고민하면서 '아까 것이 더 좋았던 거 같은데'를 되풀이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Alice도 그랬고 Taxi Driver, Raging Bull, King of Comedy, Hustler에 이어 닉놀테가 나오던 New York Story까지, 마틴스콜세지의 음악을 다루고 써먹는 기술은 과도하다 싶을 만큼 세심했던 거 같다는 기분이다. 오히려 음악의 비중이 애초에 더 크게 생겨먹은 New York New York이나 Last Waltz(이건 좀 다른 느낌의 영화이지만)에서 더 빈해 보였던 거 같다. 내가 음악에 감탄하며 좋아했던 노만 쥬이슨의 영화들도 Jesus Christ Superstar나 Fiddler on the Roof 같은 게 아니라 The Thomas Crown Affair였다. 무책임해 보이는 예일지 모르지만 결국 음악이나 영화란 건 그런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얼마나 흔들어주느냐에 달린 거 같기도 하다.

    주말에 영화를 두개 봤다. 휴 그랜트가 나오는 Music & Lyrics와 Dreamgirls. 기분이 몹시 좋아지는 영화들이었다. 다른 이유는 딱히 못찾겠고 둘 다 어린 시절의 좋았던 기억들을 구체적으로 꺼내주었다. 브라이언 페리처럼 노래하던 휴 그랜트가 기분 좋아서 바탕화면에 깔아놓았다. 티어즈포피어즈나 듀란듀란은 아직도 술 마시면 늘 꺼내듣는 음악들이다. 80년대엔 진짜 즐거웠다. 하하.  드림걸즈는 좀 더 오래된 기억이다. 모타운의 음악들을 몹시 좋아하긴 했지만 드림걸즈의 음악이 더 오래된 기억을 꺼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제이미폭스네 사무실의 럭져리하고 촌스러운 인테리어들이 그랬다. 70년대의 돈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돈 많은 사람들 보다도 훨씬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좋은 차를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길도 안 밀린다. 사람들에게 괴상하다는 질시를 받지 않으면서도 차별적인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다. 지금은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져서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난 지금도 그런 식의 우주스럽고 미니멀하지만 개개로 보면 약간 과도한, 그런 인테리어를 보면 흥분한다. Taschen에서 나온 Decorative Art 60's 의 느낌이 딱 그거다. 지금도 그 책 좀 본 날은 기분 좋은 꿈을 꾼다.

    영화나 음악을 보고 들으며 새로운 것에 계속 관심을 가지며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나도 영웅본색보다 무간도 더 좋아하고 싶다고.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인생이 점점 더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일 거 같다.


    좋은 배우란 것은 영화에 나온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야 되는 건 거 같다. 요즘은 왠지 같이 일하기 좋은 배우, 동업자로서 경탄스러워 보이는 배우들이,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배우들 보다 더 나은 대접과 평을 받는 것 같다. 배우뿐이 아니라 다 그렇다. 업계전반의 거대한 음모같다. 소비자의 권리를 찾고 싶어진다.

    얼마전에 스폰지 극장이란 예술영화 전용관을 자처하는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다. 시작이 8시30분, 난 8시45분에 도착했다. (이 버릇은 못 고치겠다.) 인터넷 발권이 안 되어서 창구에 문의를 했더니 '우리 극장은 영화가 시작되면 입장이 안됩니다' 라고 하더라. 그래서 환불을 해달라고 했더니 공연관련법규의 환불규정을 들어서 환불을 거절했다. 환불도 안되고 입장도 안되는 게 기분이 상해서 승갱이를 하다보니 매니저가 나오더라. 그래서 들여보내주던가 환불해달라고 했더니 역시 안된다고 한다. 이유는 다른 관객의 감상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길게 이야기하기가 쪽팔려서 신사적으로 '뭔가 잘못된 거라 생각하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라고 했더니 그녀도 숙녀적으로 '맘대로 하세요' 라고 했다.


    그래서 소비자 보호원에 '영화 상영시간동안 좌석에 대한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다면 관람을 강제로 제지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관람거부한 데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미 입장한 관객이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하는 경우, 재입장이 불가능한 것인지, 그런 경우 재입장이 가능하다면 어찌하여 상영후 입장은 불가능한 것인지. 대부분의 다른 극장은 상영후 입장이 가능한데 그 차별은 뭘 근거로 하는지, 등에 대한 상담입니다.' 라고 보냈더니 (물론 극장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란 말도 덧붙였음) 거기 팀장님이 이래저래 고민하고 살짝 전화를 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야기하세요, 여기는 법적인 문제를 처리할 권한이 없어요" 라고 하더라.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에 물어봤더니, 그 극장의 자체 약관이 잘못되었으면 약관의 부당한 점을 별도로 소원하는 창구가 있으니 거길 이용하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그러느니 소비자보호원에 이야기하는 게 낫겠다고 권해주길래  그 극장의 약관을 확인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한 약관을 처리하는 담당자를 찾아내서 이야기를 또 해야 되나, 아니면 가만있어야 되나를 고민하는 중이다.


    서울에 그런 극장이 두개 있다, 스폰지 극장과 하이퍼텍나다이다.  (헐리우드극장이었던 서울아트시네마는 그렇지 않은 거 같다.) 그 다음날 뭔 영화를 보러 하이퍼텍나다에 갔다. 물론 충분히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중간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한번 나가면 못 들어오게 하려나 싶어 고민고민, 꾹꾹 참으며 영화를 끝까지 봤다. 매튜브로더릭이 나오는 Producers란 그 영화는 진짜 길었다. 정말 힘들었다.


-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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