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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A Space Odyssey

posted Jan 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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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루카스와 스탠리 큐브릭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들은 닮았고, 전혀 닮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죠. 두 감독의 작품들은 당최 비교거리가 될 만큼의 유사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영화기술의 고집스러운 혁신가들이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루카스가 Star Wars를 만들 때 거대한 예산을 뒷받침할 제작자들을 찾아다니면서도 감독의 창작권한을 양보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수효과도 남에게 맡기기는 싫었던 그는 아예 Industrial Light & Magic 사를 차려 버립니다.


    큐브릭은 그의 작품 Path of Glory의 주연이던 커크 더글러스의 추천으로 1960년 자신의 첫 헐리우드 대작 Spartacus를 감독합니다. Spartacus는 큐브릭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대작이었지만, 막상 그는 이 영화를 부끄러워했답니다. 촬영 내내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커크 더글러스와 싸우고 틀어져 둘은 그 후로 영영 옛정을 회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4개 부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Spartacus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큐브릭은 이 영화의 완성직후 아예 미국 땅을 떠나 1999년 죽을 때까지 런던에 머물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워너브라더스 같은 메이저의 작품을 맡고도 고집을 관철시켜 완전한 창작권한을 인정받으며 일한 사례로 큐브릭 말고 다른 감독을 찾긴 어려울 겁니다.


    어려서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고졸 학력으로 가졌던 첫 직장은 잡지사 사진가였습니다) 큐브릭은 화면구성에도 거의 신경질적인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냈고, 촛불 등 자연광으로만 촬영하는 렌즈를 최초로 도입해 Barry Lindon을 찍은 사례에도 그의 혁신의지는 잘 드러납니다. 그의 기술적 공헌이 가장 두드러진 영화는 2001: A Space Odyssey였습니다. 이 한 편의 영화 덕분에, 리들리 스코트건 조지 루카스건 그 뒤에 SF 영화를 찍는 감독들은 영원히 그의 영향력 아래 있게 되었죠.


    후일 조지 루카스가 그랬듯이, 큐브릭은 2001: A Space Odyssey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습니다. 그는 SF소설가 아더 클라크와 교감하면서 작업하여 이 영화는 클라크의 "The Sentinel"과 같은 해에 나오긴 했지만, 내용이 상당히 다른데다 클라크가 영화 줄거리는 큐브릭의 창작물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큐브릭은 이 영화의 특수효과 담당이기도 했습니다. 떠들썩한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받은 아카데미상은 특수효과상 단 하나였다는 점이 어쩌면 그의 '기술혁신가'다운 면모를 상징하는 듯도 합니다.


    참고로 이 영화 이전에는 아무도 영화에서 음악을 그처럼 쓸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리하르트 스트라우스, 요한 스트라우스, 게오르규 리게티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 이상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마치 음악영화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완성도를 높이려는 큐브릭의 집념으로 완성이 자꾸 늦춰지자 이 영화를 보려면 2001년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제작자들이 푸념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 덕에 이 영화는 세월의 마모를 타지 않는 작품이 되었죠. 1968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오늘 보아도 놀랄 만큼 실험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가득하며, 결론을 내리지 않는 모호한 줄거리까지도 시대를 앞선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우주를 소재로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들 중 과학적 사실성을 갖춘 거의 유일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공기가 없으므로 소리도 없고, 중력이 없으므로 아래위도 따로 없는 우주공간을 이만큼 충실히 재현한 영화는, 단언컨대, 없었습니다. 또다른 SF의 대가 조지 루카스의 Star Wars에는 바다에서처럼 일제히 화면 '아래쪽'으로만 배를 대고 항해하는 우주선들, 우주공간에서 굉음을 일으키는 광선총과 폭발들이 난무하죠.


    루카스와 큐브릭이 둘 다 혁신가라고 선언하면서 글을 시작하긴 했지만, 루카스의 혁신이 상업적 의미였던 데에 반해서, 큐브릭에게 혁신이란 스스로의 업적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했던 것 같습니다. 30년이 지나서도 Star Wars의 속편을 만들고 있는 루카스와, 비슷한 영화라고는 하나도 만든 적이 없는 큐브릭. 그렇다면 그 둘의 공통점은 이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 하나로 졸아드는 셈인가요? (Star Wars의 경우, 특수효과상은 루카스 본인이 수상한 건 아니고 ILM의 존 딕스트라 등이 받았습니다. 딕스트라는 2001: A Space Odyssey의 특수효과 담당 더글러스 트럼불의 제자입니다.) 그러고 보니, 혁신가로서의 면모는 실은 두 사람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인생만사가 그런 법이죠. 아담 스미스와 칼 막스의 차이보다 오히려 레닌과 트로츠키 사이의 차이가 더 선명하고, 더 치명적인 법 아니겠습니까? 불교와 이슬람의 차이보다 순니와 시아간의 차이가 더 요란하듯이.


     몇 년 전 한 친구가 어디선가 멋진 여성을 만났는데 그녀가 '폼나게도' 큐브릭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더란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의아했습니다. 성석제의 소설을 좋아한다거나, 이어령의 문체를 좋아한다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큐브릭의 영화들은 감독이 한 사람이라는 어쩔 수 없는 사실만을 제외하면 그것들을 하나로 묶을 만큼 닮은 점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큐브릭은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의 새 작품이 예전 작품으로부터 되도록 멀리 달라지도록 애썼던 것만 같습니다. 우디 알렌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얼른 이해가 가지만, 큐브릭의 영화를 좋아한다? 글쎄요. 큐브릭의 작품들은 우연히도 대부분 제 마음에도 들긴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영화들을 한 보따리에 싸잡는 것은 어쩐지 그의 의도적인 노력에 대한 모욕인 것만 같군요.


    스필버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는 전쟁물 Paths of Glory(1957), 총천연 시네마스코프 Spartacus(1960), 미성년자와의 사랑을 그린 Lolita(1962), 난데없는 블랙 코메디 Dr. Strangelove(1964), 스필버그가 "우리 시대의 빅뱅"이라고 부른 2001: A Space Odyssey(1968), 오늘날까지 가장 폭력적인 영화의 하나로 꼽히는 컬트 A Clockwork Orange(1971), 18세기 사극으로 마틴 스코세즈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다는 Barry Lyndon(1975), 스티븐 킹이 자신의 원작을 훼손했다고 여태도 성질을 부리는 공포영화 The Shining(1980), 군대조직의 인간소외를 잔인할 만큼 날카롭게 보여준(전반부에 대한 설명임. 이 영화는 뚝 잘라 다른 제목으로 개봉해도 될 만큼 완전히 분절된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음) Full Metal Jacket(1987), 뉴욕 밤거리에서의 성적 방황을 그린 그의 유작 Eyes Wide Shut(1999) 등. 다시 들여다봐도, 이 영화들을 하나로 묶는 특징은 대항문화(anti-culture)에 대한 애호의 느슨한 흔적과, 고집스런 완벽주의자의 손길 정도 뿐입니다. 역으로, 작가와 무관하게 대항문화적 작품이나 완벽주의적인 작품의 목록을 만든다면, 그 목록은 위의 필모그라피와는 다른 모습이 될테죠.


    영화 Shining 촬영중 시도 때도 없이 원작자인 스티븐 킹에게 전화를 해서 지치게 만들었던 큐브릭은, 심지어 새벽 3시에 전화를 걸어 "자네는 신을 믿는가?" 따위의 질문도 했다죠. 스티븐 킹이 이 영화를 혹평하는 이유는 그가 이때 너무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폴레옹의 전기를 영화화 하려고 관련서적을 5백여권 읽었지만 "준비가 부족해서" 결국 착수를 못했다는 완벽주의자 큐브릭. 그는 손대는 것마다 완벽해지지 않고는 못배기는 심성을 가졌었나 봅니다. 작가에게는 자식과도 같았을 작품들이 도저히 한 범주로 묶이기 주저될 만큼이나 끊임없이 "발전"하려고 애썼던 그의 노력을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참 별 일 아닌 것이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건지, 믿을만한 친구가 멋진 여성이라고 했으니 틀림없이 멋진 사람이긴 할텐데 그 여성이 무슨 생각에서 "큐브릭의 영화들"을 좋아라 한다는 얘기였는지 꼭 한번 들어보고 싶은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멋진 여성을 만날 기회란 흔치 않은 법인지, 오늘날까지 저는 궁금증을 그냥 품고만 있습니다.

 

 

 

 

    * 우리는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읽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 속 물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면 안정감이 있다고 느껴지고, 그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들은 불안해 보이죠. 위의 그림은 2001 Space Odyssey에서 우주인이 우주선을 향해 느리게 접근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위태롭게 보이는 까닭은 우주인의 머리가 아래로 향해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주선이 화면에 왼쪽에 놓여 있고 끝없는 우주공간이 오른쪽에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꾸만 우주인이 암흑 속으로 멀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우리 뇌에 전달해 주는 장본인은 우리의 시선입니다. 과연 습관은 무섭지 않습니까? 글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아랍인들은 반대의 느낌을 받는다고 하던데, 다음에 아랍인 친구를 만나면 이 화면을 보여주고 느낌을 물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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