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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사이

posted Dec 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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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라 기억이 온전하진 않지만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지배적인 느낌은 미모에 대한 경계나 그 무엇이 아니라 재능 있는 남자의 오만함이었던 것 같다. 영화속의 리즈테일러는 시종일관 불쌍했던 것 같이 느껴졌었는데, 아마도 그다지 미모에 대한 동경이 덜하던 어린 나이에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리즈 테일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리즈 테일러는 되다. (밥이 되다.할 때 그 되다.임.) 물론 누군가가 좋아지면 결혼을 하고야 마는 그런 심플한 애정 철학은 몹시 사랑하지만 그건 내가 못 하는 거라서 그런거지 몹시 되다구, 그 여자.


    응석에 대한 이야기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하지만 효용이란 측면에서 볼 때 돈 많은 남자에 비할 수가 없으니 참고 살아야 되는 거 아니겠냐. (생활의 범위가 문제이긴 하겠지만 내 인생에 돈 있는 남자가 도움이 되었던 적은 아버지밖에 없었다.) 


    미모를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아니라면 미인들의 외모도 불특정 다수에게는 큰 무기가 되지만, 誠意 있는 대응관계에서는 그다지 무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성의 있는 관계, 장기적이고 반복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거나 이미 그렇게 된 사이에서는 그레타 가르보를 두고도 바람을 피우는 것이 남자다. 다른 남자들로부터의 수요 자체가 그녀의 무기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 걸 뽑아 들게 되면 그 순간 이미 誠意란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스스로를 아낄 줄 아는 남자라면 그런 무기에 치명상을 입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모임에서도 꽃 역할을 하는 여자가 하나 정도는 있기가 쉽다.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외부의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꽃이다. 하지만 그 모임 안의 어떤 남자와 그녀의 관계가 수상쩍어 진다면 더 이상 그녀는 꽃 노릇을 할 수 없게 된다. 꽃 노릇을 못한다면 가시에 다칠 일도 없을 것이다. 꽃이라는 신분과 향기와 미모를 이용하려고 작심을 한 경우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지만 (모임의 남자 파워가 도저히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어차피 그림의 꽃이 되기 때문에 그 경우도 그림에 다치기는 힘이 들 것이다. 그녀가 꽃인 이유는 그 꽃을 꺾고자 하는 불특정 다수의 욕심이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내 꽃이 될 듯 말 듯 한 경우에 상처를 입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서로 상처를 주는 것이더라. 여자에게 상처받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글을 쓰는 자이건 술자리에서 안주를 삼는 경우이건 남자들이고, 그것도 나름 잘 나가는 남자들이다. 팜므파탈에 대한 이야기는 곧 무용담이 아닌가 싶었던 적이 많다. 그녀에게 내가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은 내가 더 옹졸했거나, 그녀가 더 단호했거나, 아니면 무지했거나 하기 때문이지 의도가 개입되었긴 꽤 어려운 것 같다. 무식해서 용감한 것은 뭐 어차피 대책이 없는 것이니. 미모란 벌의 침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옹졸과 우유부단과 무지와 스스로를 비천하게 여기는 마음이 뒤섞여 남자가 크게 상처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라면 다른 남자나 친구나 가족이나 사회나 조직을 상대로도 그 정도의 상처를 언젠가는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란 말을 꽤 귀여워한다. 미모를 경계하는 법을 교육하고자 한다면 미모를 겁내지 않는 법을 가르쳐야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애정에 대한 교훈과 마찬가지로 행동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잃을 것이 적은 어린 시절에 겪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안 좋은 경우는 어린 시절에 여성의 미모에 겁을 먹고 다른 방면으로 열심을 내다가 그게 성공하여 돈과 권력이 생긴 다음에 그것이 동력이 되어 미모를 접하게 되는 경우인 것 같다. 미모의 여인이 작심하고 다가오는 경우에 제대로 막아낼 남자는 별로 없다. 그것은 이미 誠意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는 스스로를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제어해야 될텐데, 남자에게 있어서 돈과 여자만큼 절실하게 바라게 되는 대상은 적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그것을 한번 취해 보는 것만큼 스스로의 귀함을 방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방법은 하나다. 어릴 때 치고받고 하며 힘이 들더라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여자를 한번 경험해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온전히 사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것 정도만으로도 그 경험은 유효할 수는 있는 것 같다. 상처를 주는 것으로 목적이 전이되어서야 안되겠지만 아무튼 교훈으로 유효하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네 말대로 그것까지 아빠가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한가지, 잘 생긴 남자란 게 제라르 필립이나 발몽과 같이 ‘업글’된 경우라면 작심한 미모의 여자보다도 훨씬 위험한 것 같다. 어찌 보면 남자의 경우는 미모와 대거리라도 하려면 다른 부분도 받쳐줘야 되는데, 돈이나 권력 같은 거 말이다. 그저 꽃미남 이라 표현 할 수 있을 정도의 잘 생긴 남자라면 어차피 여자들은 관상용으로 애완하는 것 이상은 안 쳐줄 것 같다. 꽃미남을 대하는 기혼인 여자와 미혼인 여자를 비교해보면 그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미혼인 여자들은 자기에게 줄 것이 적고 자기가 줘야 할 것이 많은 상대는 쉽사리 애완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 계산이라기보다 스스로의 보호기제가 유전자랄까 아무튼 생래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크다.


    기혼인 여자는 그렇지는 않아 보이던데 그 중 부주의한 경우는 크게 일을 저지르는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건 비슷한 경우의 남자들처럼 통제를 못해서가 아니라, 이미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걸리는 기술과 방법에 문제가 있는 편이 아니겠나 생각한다. 어쩌면, 작심한 여자보다 작심한 남자가 더 위험하기 때문이 아닌 가 싶기도 하다. 권력구조나 사회의 모양새보다도 생물학적으로 여자가 생산을 하는 한, 애정관계의 기본은 남자는 주고 여자는 받는다,인 듯 하다. 받을 마음을 조정하여 이용하려는 경우 보다는 줄 마음을 이용하려는 경우가 더 위험할 것이다. 받다 못 받는 게 주다 못 주는 거 보다는 더 괴롭지 않겠냐.


    랩소디의 리즈 테일러보다 재나두의 올리비아뉴튼존이 더 이쁘다는 견해는 몹시 사랑스럽다. 둘 다 여자 볼 줄 아는 것 같다. 여자는,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여자가 최고다. 그 척 노리스 영화 어떻게 기억해냈냐? 궁금하도다.


-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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