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글이었다. 사족부분까지 그랬다. 사족 3은 그런 공모의 순간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낯설지 않다. 기교와 관념 얘기는, 그건 내 지론이기도 한데 그런 똑똑한 소리를 누가 했냐? 혹시 내가 아는 그 친구? 4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나라 배우 중 그거 되는 사람을 못 봤다.
1에 관해서는 별로 공감은 안 한다. 랩소디라는 영화와 오버랩되어 있는 곡을 너는 아마도 사랑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차이코프스키에 관한 한 나는 쿤데라와 의견을 같이 한다. 차이콥스키는 너무 낭만적이라서 당의정을 입안에서 굴리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바흐와 모차르트가 좋아진다.
역시 친구가 괜히 친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게, 아들놈들의 반응에 아이반호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였다. 나 개인적으로도 리즈가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 영화가 아이반호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 레베카 역을 맡았던 리즈는, 글쎄, 아름다움의 이데아가 현현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깨지기 쉬운 아름다움이고, 실제 그런 아름다움은 10분을 지속하지 못하고 이울고 말 것이다만, 그 순간의 완벽성을 포착하여 영원히 凍結할 수 있는 것이 영화의 위대함이기도 하다.
畵蛇添足하자면 ('사족'의 본딧말인 이 말을 나는 선호한다. 하지만 '뱀의 다리'도 나쁘지 않았다), 영화에 나온 리즈 중 가장 매혹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White cliff of Dover'에 나오는 어린 날의 모습이다. 하도 심각하게 매혹이 되서, 혹 내가 pedophilia가 아닌지 고민했었다. 'National Velvet'에 나오는 리즈도 좋다만 그건 최대한을 끌어낸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International Velvet'에 나온 Tatum O'Neal이 최고였던 것과는 - 그 영화 자체의 질과 무관하게 배우의 모습만으로 - 대조적이다. 참 영화란 복잡한 것이다.
- Publ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