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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벗들의 관심에 감사하며,

posted Dec 0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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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들 사이의 중개자가 되는 것은 언제나 기쁨이다, 내게는. 

   미니멀리스트 Publius에게,

   쟈크 프레베르의 시에 죠셉 코스마가 곡을 붙인 바르바라를 몹시 좋아하는 네가 폴 베를렌느의 시에 가브리엘 포레가 곡을 붙인 달빛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반복되지 않는 윤회 같은 무한선율들!) 미니멀리즘이란 건, 한번 펼쳐놓으면 맞닿는 데가 없는 것들의 묶음이 혹시 아닌지.

   여지껏 고전음악을 멀리하며 살아온 내게는, 아직도 포레 보다는 드비시의 달빛이 더 내가 아는 달빛을 닮았더라. 에릭 사티는 너와 잘 어울리고, 나도 당연히 좋은데, 요즘은 그저 그런 방송프로들이 연신 배경음악으로 사용해대는 통에 조금 유쾌하지 않은 연상작용이 붙어버렸다 (특히 짐노페디).

   샤콘느가 직업적 기술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생각에는 나도 동감이고, 바하의 모든 것이 직업적 기술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도 찬성한다. 다만, C가 "바하의 곡들이 직업적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쓴 뜻은 바하를 뭔가로 환원하려는 거 보다는 바하에 대한 그나름의 찬양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먼.  "프로페셔널한 장인의 기예"로서의 예술정신을 가장 멋지게 보여주는 음악가가 바하 아니겠나. 모차르트같은 자와 대비되는 의미로. (바이올린을 해 본 너는 더 잘 알겠지만, 바하의 곡을 건반으로 서툴게 추적하다 보면 - 연주한다는 의미가 아님 - 그는 자신만의 무슨 數式을 사용해서 곡을 썼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메릴 스트립을 이렇게까지 혹평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기도 쉽지 않을 거 같다. 예전에 나는 메릴 스트립을 내가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그녀가 못생겼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은 혹시 아닌가 하고. (어린 마음에도, 그러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런데, '질다'는 얘길 듣고 보니 공연한 걱정을 했던 것 같다.

    되다/질다에 대한 얘기는, 그 표현의 절묘함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까지만 중계방송 할란다. 배우를 음식에 비유했을 때, 그 배우가 하필 여자이다 보면, 비위가 약한 독자들로부터 우리가 의도한 적 없던 오해를 더러 살 우려도 없지 않겠길래. (여자들은 장동건을 채소에건 디저트에건 비유해도 괜찮지만 남자들은 자칫 용서받기 힘든 세상 아니냐)

   아무 주의자도 아닌 C에게,

   네가 다짜고짜 리즈 테일러가 ‘되다’고 했을 때 실은 나는 밥 보다는 달걀을 떠올렸다. 노른자로만 가득 찬 달걀. 그 반대를 생각하면서, 문태준의 시 ‘묽다’를 떠올렸고.

   그래도 결론은 버킹검이군. 메릴 스트립은 묽다. 암만 찾아봐도 노른자가 없는 계란처럼, 징그러울 정도로 넓은 폭으로 변신하는(연기를 잘하는) 그녀의 캐릭터 속에 정작 그녀는 없다. 아마도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만, 일단 그녀에 대해 지구상의 세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는 셈이다. 잘 지어진 밥 같은 배우라니까 나는 얼른 로버트 듀발이 떠오르더라. (아래 13번 게시물 참조) 어찌들 생각하는지?

    척 노리스 영화를 기억해 내는데 소모된 뇌세포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해 주마. 일단 기억하고 나니 화면을 찾기는 어렵지 않더군. 요즘 세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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