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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en

posted May 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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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Men은 스파이더맨, 헐크, 판타스틱 포 등의 원작자이자, 마블 코믹스사의 명예회장인 스탠 리가 60년대에 창조한 연작만화입니다. 그는 현재 85세인데, 상상력의 세계 속에 사는 것이 그의 장수 비결인지도 모릅니다. 가장 최근에 영화화된 그의 작품은 Fantastic Four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우편배달부로(1편), 그리고 주인공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려다 문간에서 퇴짜를 맞는 스탠 리 자신으로(속편) 카메오 출연을 했습니다. 이름을 밝히면서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했을 리가 없다고 우기는 그를, 경비요원은 “Nice try(그럴듯한 얘기네요)”라며 입장시켜주지 않습니다.


    X-Men 시리즈는 뒤늦게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만화인데,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난삽해서 고전적 영웅의 팬들에게는 호소력이 적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세계를 구하던 시절을 유년기로 보낸 세대에게, X-Men이 인기를 끄는 현상은 어쩐지 세상이 좀 더 어지러워졌다는 한 조각 증거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X-Men의 영화화는 단지 시간문제였습니다. 특수효과가 발전할 날만 기다리고 있던 거죠. 떼거지로 등장하는 초능력자들이라든지,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주인공들은 원작만화가 태어난 60년대보다, 오히려 권력과 기술과 자본이 총체적으로 민주화 되어가는 요즘 세대와 궁합이 더 잘 맞는 설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치학적으로 보자면, 영화 X-Men은 인간 대 변종인간(Mutant)의 대립구조를 마치 인종차별에 관한 알레고리처럼 그렸습니다. 2차대전의 경험은 인류에게 우생학(eugenics)적 관심을 끔찍한 기억으로 새겨두었으므로, 이 영화에도 나치 방식의 인종주의적 접근에 대한 반감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우생학은 플라톤의 ‘공화국’ 이래 정치학이 늘 진지하게 다루어 왔던 주제입니다. 집단적 돌연변이라는 만화적 설정 덕분에 X-Men은, 본성 대 환경(nature vs. nurture)에 관한 복잡한 논의를 일단 접어두고 우생학의 정치적 함의를 저울질해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인종차별이라는 현상은 유전자 차원의 딜레마가 벌어지는 지점에서 나타납니다. 인종간의 화합은 유전자 풀(pool)을 넓혀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어 주므로 유전자적 관점에서 유리합니다. 반면에, 일단 복제된 자기 유전자를 보호하고 전파하려면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개체와 협력하고 보는 것이 유리하므로, 다른 인종을 불신하는 습관 역시 길고 긴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직관에 깊이 심어진 편견에 해당할 터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X-Men은 인종차별 반대론보다는 오히려 동성애 권리 옹호론에 더 가깝게 자리매길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유전자의 목적은 개량이 아니라 복제이므로, 자연계에서 대량 돌연변이(macromutation)가 성공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X-men처럼 돌연변이들의 특징이 중구난방으로 다양할 때는 말할 것도 없죠. 이 영화는 유전자의 진화에 관한 비장한 장광설을 늘어놓습니다만, 실은 오히려 유전자와 개체간의 경쟁(‘육체의 반역’)에서 유전자가 실패하고 있는 대목을 드러내는 셈입니다. 자연선택에 의해 실패로 증명될 돌연변이의 권리를 옹호하는 태도는 유전자적 진화의 성과가 아니라, 유전자의 이익을 거스르는 개체의 지능을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는 문화적 진화의 성과이기 때문이죠. 생물학적 진화의 단위를 유전자(gene)이라고 하듯이, 문화적 진화의 단위는 밈(meme)이라고 부릅니다. 동성애자 권익(gay rights)보호 같은 이슈들은, 전형적으로 반 유전자적인 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화와 진보가 돌연변이적 변혁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다는 믿음은 쉽사리 전체주의적인 태도로 기울어집니다. 전체주의적 정치관을 지닌 매그니토가 악당으로서 패배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근본적인 역설입니다. 그런 결말에 도달하려면 필연적으로,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들은 진화의 도로를 벗어난 실패작이라는 점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X-Men의 주인공들은 일종의 반영웅(anti-hero)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거죠. X-Men에 내재된 이런 모순은 대립구조의 긴장감과 주인공의 비장미를 더해주기도 하고, 만화적인 허구성을 증폭시키기도 하죠.


    만화같은 (당연히!) 이 영화에 듬직한 무게를 실어준 것은 짐짓 심각한 체 하는 플롯이 아니라, 제이비어 역을 맡았던 패트릭 스튜어트와 매그니토 역을 맡았던 이언 맥켈런이라는 두 명의 노배우였습니다. 스타트랙의 고참 선장 장뤽 피카드(스튜어트)와 반지의 제왕의 회색 마법사 간달프(맥캘런)가 셰익스피어급 영국식 억양으로 한 치 양보도 없는 겨루기를 보여준 덕분에, 이 영화는 그들이 아니었다면 가질 수 없었을 품격을 덧입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의 성공의 열쇠는 울버린이 쥐고 있었습니다. 만화 속에서 통제불능의 악동이던 울버린은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였거든요. 제작사는 휴 잭맨이라는 산뜻한 매력을 가진 호주 청년을 캐스팅함으로써 마치 개리 올드먼에게나 어울릴 것 같던 원작의 울버린을 근육질 제임스 딘처럼 재해석했습니다. 이로써 휴 잭맨은 멜 깁슨에 이어 헐리우드를 점령하고 있는 니콜 키드먼, 에릭 바나, 헤쓰 레저, 러셀 크로우, 나오미 왓츠 같은 신예 호주 출신 배우들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습니다.


    연극배우 출신답게 기본기가 착실히 다져진 잭맨은 반항과 외로움, 만용과 정의감 사이를 적당한 수위로 오가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X-Men 1편에서 울버린의 여성 파트너 역할은 Piano의 아역배우였던 아나 파퀸이 연기한 로그였습니다. 사실, 울버린과 로그는 연인이 되기엔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기도 하고, 속편으로 가면 울버린은 진 그레이를 사모하는 것으로 설정이 됩니다. 하지만, 1편에서는 울버린과 로그가 로맨틱한 관계의 두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정상인들의 세계에서도 추방되고, 아직 동료들에게도 마음을 다 주지 못한 경계인들입니다.


    울버린은 상처가 순식간에 치유되는 변종인간입니다. 본시 그의 주특기는 빠른 회복밖에 없었던 겁니다. 어떤 수상쩍은 군사집단이 그런 그의 모든 뼈를 강력한 합금으로 대체하고, 손등에서 튀어나오는 쇠갈퀴를 ‘설치’하는 생체실험을 행함으로써 그를 걸어 다니는 살인무기로 만듭니다. 오직 그만이 그런 수술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는 기억을 잃었지만, 평생 이 대수술의 악몽에 시달립니다. 버림받은 늑대처럼 혼자서 천하를 주유하던 로건(울버린)은 로그와 함께 제이비어 박사의 은신처에 당도합니다. 로그는 자신이 손을 대는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를 흡수해버리는 변종인간입니다. 동료들조차도 거리를 두고 두려워하는 로그를, 울버린은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당초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 것도 그였습니다.


    어느날 밤, 잠자리에서 악몽에 괴로워하는 울버린, 그런 그를 다독이는 로그. 그러나 꿈에서 발작적으로 깨어나던 울버린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쇠갈퀴로 그녀를 찔러버립니다. 그녀는 살기 위해서, 또 그를 그녀를 죽인 살인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손을 뻗어 그의 에너지를 빨아들여야 했습니다. 물론, 갈퀴에 관통당한 그녀도 살아나고, 에너지를 거의 다 흡수당했던 그도 타고난 회복력 덕분에 살아납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로맨스는 비극입니다. 멀리서 서로를 지켜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쇠갈퀴로 자신을 아끼는 사람을 결국 찌르고야 마는 수많은 울버린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수많은 로그들에게, 사랑이란 ‘너무 가깝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라는 저주어린 신탁을 받은 수많은 뮤턴트들에게, 자기 의지에 반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는 장면을 보면서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모든 구제불능의 낭만주의자들에게, 이 한편의 비극적 우화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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