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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bo IV (2008)

posted Feb 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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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인류가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멜더스적 기아위기를 탈출한테다, 불안하게나마 비교적 오랜 동안 세 번째의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던 덕분에, 지구촌 곳곳에서 인구의 노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령화 현상으로부터 건강 및 의료 등 사회보장의 확대,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저축률 감소로 인한 저성장, 가족구성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갈등 등과 같은 문제들이 흘러나오고 있지요. 크게 보면, 노령화의 문제는 사회가 책임져야 할 보살핌의 부담증가로 말미암는 문제들(사회보장비용 증가, 저성장 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층에게 부족한 보살핌의 문제(질병, 고독, 무의탁 등)라는 서로 동전의 앞뒷면 같으면서도 각도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문제를 낳습니다. 말하자면, 인구의 노령화는 그 내포로 보나 외연으로 보나 현대사회를 과거와 구분 짓는 특징들 중 하나입니다.


    올해로 62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실버스타 스탤론이 감독과 주연을 맡아 <Rambo IV>는 노령화의 기념비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스탤론은 2006년에 이미 <Rocky>시리즈의 제6편인 <Rocky Balboa>에서도 감독, 각본, 주연을 겸했는데, 제 생각으로는 이 영화가 기록을 세웠던 것이 같습니다. 한 사람의 배우가 최장기간에 걸쳐, 최다편수에 출연한 속편영화라는 기록 말씀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대강 살펴보자면, 최장수 속편의 기록은 장장 44년에 걸쳐 21편의 영화가 만들어진 007 시리즈입니다. (지금 22번째 영화 <Quantum of Solace>가 제작중이죠) 동일한 판권(franchise)의 편수를 기준으로만 본다면, 007의 뒤를 잇는 기록은 30년간 10편의 영화가 만들어진 (현재 제 11편 제작중) <Star Trek> 시리즈와, 23년간 11편이 만들어진 <Friday the 13th> 시리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여러 명의 배우들이 주인공의 대를 잇고 있죠.


    같은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로는 30년간 여섯 편이 제작된 <Rocky>가 단연 최장/최다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로는 27년만에 제 4편이 제작중인 <Indiano Jones>, 26년간 4편이 제작된 <Rambo>, 19년간 4편이 제작된 <Die Hard>, (시고니 위버 주연으로는) 18년 동안 3편이 만들어진 <Alien>, 19년 동안 3편이 제작된 <Terminator>, 11년간 4편이 제작된 <Leathal Weapon> 등이 장수 시리즈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들에 출연한 배우들이 최근 편에 출연하던 당시의 나이로 보면, 해리슨 포드가 66세, 실버스타 스탤론이 62세, 브루스 윌리스가 52세,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56세, 시고니 위버가 48세, 멜 깁슨이 42세더군요. 최근에 만들어지는 시리물일수록 배우의 최연장 기록이 더 높게 갱신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노령화의 심화 추세를 증언해주는 것만 같아서 말이죠.


    칠순이 넘어서까지 액션영화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서른 살짜리 조카손녀 뻘 여주인공과 로맨스를 나누던 숀 코너리 같은 배우는 90년대 말에도 있었습니다만, 환갑을 훌쩍 넘기고도 권투선수 역할로 링 위에 선다든지 진흙과 피로 칠갑을 한 채 밀림을 뛰어다니며 칼과 활과 기관총을 휘두른 실버스타 스탤론의 투지는 유독 두드러져 보입니다. 비록 그가 호르몬 약제의 도움을 받았던 사실이 들통나긴 했어도, “Rambo 답게” 보일 정도의 몸을 만들고 아날로그적인 스턴트로 액션영화를 만든 그의 노력은 어딘가 가슴에 닿아오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습니다.


    1946년 뉴욕에서 이태리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스탤론은 출생당시 난산으로 인해 안면근육의 약한 마비증세를 평생 안고 살게 되었습니다. 한쪽으로 쳐진 그의 아랫입술과 약간 어눌한 발음은 그로서는 선택한 적이 없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고 마는 것이죠. 대학을 졸업직전에 때려치운 그는 영화계로 뛰어드는데, 막상 데뷔작은 시덥잖은 포르노 영화였습니다. 20대 시절 내내 거의 얼굴을 찾아보기 힘든 단역이나 TV 연속극 몇 편에 출연하면서 배우 노릇을 하던 그는 서른 살 되는 해에 <Rocky>로 대박을 터뜨리고 80년대 내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세계적 스타가 되었습니다.


    느리지만 착실히 성장하던 그가 70년대 말에 보여준 배우로서의 기량은 눈여겨 볼만 한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Rocky>(1976), <Paradise Alley>, <F.I.S.T.>(1978) 등에서 그는 성장가능성이 기대되는 진지한 배우였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드디어 말론 브란도의 후예가 나타났다고 흥분하기도 했었죠. <Rocky>의 영웅담이 특이했던 것은 그가 챔피언이 아니라 링 위에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처절한 목소리로 애인의 이름을 부르던 패자였다는 데 있습니다. 패자가 모두 패배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로키는 특유의 그 우울한 눈망울로 말해주었습니다. 영락없는 액션 장르물이었던 <Rambo: the First Blood>도 다른 영화들과는 닮지 않은 특색 있는 플롯을 가지고 있었죠. 장난기 어린 역사의 수레바퀴에 다치고 소외된 한 인간의 모습을 최초의 람보는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이런 게 인생의 아이러니가 아니겠나 합니다. 흥행의 대성공을 거두면서 스탤론의 이미지는 과묵하고 어눌한 근육덩어리의 마쵸로 굳어집니다. 80년대의 영화팬들은 그에게 좋은 배우가 되기보다는 하나의 고정된 아이콘이 되어줄 것을 요구했던 셈이죠. 모든 성공에는 대가가 있는 법이랄까요? 설령 스탤론이 근육질의 액션연기를 필생의 과업으로 생각하면서 배우의 길에 접어든 건 아니라 할지라도, 이제 그는 제아무리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웃통을 벗어 붙이고 총칼을 휘두르면서 해야 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하긴 뭐, 돈도 벌 만큼 벌었으니 그가 자신의 그런 처지에 불만을 품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한 사람의 배우로서 그런 입장에 처한다는 건 정색하고 축하해줄 만한 일은 아닌 거겠죠?


    2008년의 <Rambo>가 우리에게 증언하는 것은 현대의 노령화 현상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스크린 속 폭력의 그칠 줄 모르는 확대심화현상입니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존 뮬러라는 교수가 세어본 결과에 따르면 람보가 살해하는 적의 숫자는 1편에서 4편에 이르기까지 1명(1편)→58명(2편)→78명(3편)→83명(4편)으로 늘어났습니다. 람보의 동료가 살해하는 적의 숫자도 각각 0명→10명→17명→40명으로 늘었죠. 악당이 살해하는 희생자의 숫자도 0명→1명→37명→113명으로 왕창 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도합 1명→69명→132명→236명이라는 증가추세를 보인 것이고, 1분당 평균 살해속도도 0.01명→0.72명→1.30명→2.59명으로 늘어났답니다. <Rambo> 최신편이 담고 있는 폭력은 양(量)은 이처럼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성은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스탈론은 어느 인터뷰에선 <Rambo IV>는 이를테면 기관총이 등장하는 <Beyond Rangoon> 같은 영화라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버마 군부의 잔학성을 만천하에 고발하는 정치색 짙은 계몽적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야기죠. 이 영화는 의도적인 선전물이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시리즈의 완결편이 될 <Rambo IV>는 선전물과 액션 장르물의 어정쩡한 버무림이 됨으로써, ‘버려진 전사 존 람보’가 지닐 수도 있었던 위엄을 포기해 버린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어떤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카렌족이 학살당하는지를 이 영화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실제 사건을 재현한다는 자제력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영화 속의 람보는 버마의 현실에는 여전히 무관심해 보이는데, 정치적 각성이 없는 주인공을 통해 정치적인 각성을 촉구할 수는 없는 법이겠죠. 물론 버마 군부에 대한 스탤론의 분노는 지당한 것이지만, 감상적인 선전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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