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쓴 영화평 중에 가장 정곡을 찌르는 글이다. 9 1/2 weeks를 평한 사람들은 많아도 이런 류의 접근법은, 과문한 탓인가, 본 적이 없다. 네가 보내준 기존의 글들은,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좋은 글이 이승엽 작년 타율 정도겠는데, 이 글이나 직전 글은 앞의 글들과 비교하자면 만루 홈런에 해당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세속적 트임'이라는 말이 있다. 작고한 김현 선생이 쓰던 말인데, 그 말의 뜻이 잡힐 듯 말 듯하다만, 네 글 중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예외없이 '세속적 트임'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들이다. 40이 넘은 남자가 젊은 척 하는 것은 역겹다. 40이 넘은 남자에게 남은 선택은 멋있게 늙는 것이다. 꼰대같은 소리도 꼰대같지 않게 하는 것이다. 네 최근 글들은 그러한 면에서 '불혹'의 진경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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