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Page
    • drawing
    • photos
    • cinema
    • essay
    • poems
    • music
    • toons
    • books
    • mail

그냥 편지

posted Dec 26, 20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옛날에 헐리우드극장이었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얼마전까지 알랑들롱 회고전이라고 영화 몇 개를 모아서 재상영을 했었는데 지난 수요일에 거기 가서 중3때 마포극장에서 동시상영으로 처음봤던 '호메스'를 25년만에 다시 봤다. (웬 우연이냐. 아무튼 이번 상영 제목은 호메스는 아니고 세 번째 희생자였나 그랬던 거 같다.) 몹시 좋아하던 영화라 안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꽤 고민을 했었는데 그래도 너무 보고 싶어서 못 참고 그냥 봤다. 근데 꽤 재미있었다. 여전히 멋져 보이고 음악도 좋고 (끌로드볼링) 이야기도 빠르고 기분 좋더라. 그런데 그 때 루지탕(le gitan), 부메랑, 후리크(flic story - 나 이거 몹시 좋아한다.) 등 세 글자로 된 알랑들롱의 영화들이 연속 히트하던 중이라 제목을 할 수 없이 호메스로 하고 묻어가려 한 게 아닌가 싶다.  le gang도 세글자로 어찌 해보려고 하다 그냥 레갱으로 참았다는 이야기도 어서 들었던 거 같다. 인생이 고해다, 진짜.

    아무튼 영화의 번역제목이란 건 힘들어도 그냥 양심에 맡기고 참아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번역뿐 아니라 처음 제목 붙이는 것에도 불만이 생길 때가 많지만 지가 쓴 글에 지 맘대로 제목 붙이겠다는데 뭐라 하겠냐. 의도가 있다면 그러려니 해야 할거고 무식해서 용감한 거라 해도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욕은 당연히 좀 해줘야하겠지만) 영화 수입가격엔 지 맘대로 번역제목 붙이는 가격도 포함된 거 아니겠냐. 제목이 엉망인 것도 문제지만 전국민이 영화평론가인 판에 제대로 된 한국어 영화 DB도 없다는 게 더 문제인 거 같다. 한마디로 겉으로 보이는 거 보다는 다들 별로 관심도 투자도 없다는 이야기일 거 같다. 엉터리 같은 제목이라도 누군가가 꼬박꼬박 정리해준다면 짜증은 훨씬 덜 할 거 같은데.

    불어, 이태리어를 하는 기자나 평론가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유럽영화가 형편없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거 분명히 기억난다.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정도의 제목으로는 참아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때 영화의 홍보수단 중 굉장히 비중이 컸던 영화음악실 같은 데에선 수입되면 히트할만한 유럽영화에도 아예 우리말 제목을 붙여보려 하지도 않았었던 거 같다. 불어에 능란한 DJ덕에 오히려 그 쪽 영화가 소외된 것 같은 기분은 나만 그런 건가.

    내가 KINO를 보면서 짜증을 냈던 것도 그런 거랑 비슷한 맥락이었던 거 같다. 키노가 없을 때도 한국영화는 고민해야 될 때는 고민했었던 거 같다. 입 잘못 놀리다간 고달퍼지니 참았을 뿐이지. 한국영화가 좋아진 것은 세상이 좋아졌기 때문이지 소위 90년대가 문화담론의 시대니 어쩌니 하는 거랑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란 걸 읽어야 되는 걸로 만들어준 덕에 그냥 보기만 해도 그만인 한국영화의 시장을 키워준 공은 있는 거 같긴 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봤자 지금 남은 것은 조폭영화랑 소 몰듯 워워~해대는 사이비 R&B뿐이지 않냐. 중요한 것은 책임감보다는 유머감각이라는 생각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이 하게 된다. 나이와 함께 유머감각도 말라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게 슬프긴 하지만.

- C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70 Eureka 2006.11.01 1043 13
169 우리 영화에 관한 짧은 생각 2006.11.23 1038 12
168 잘 읽었다. 2006.11.25 1093 15
167 Rhapsody file 2006.11.26 1046 12
166 찾아본 김에 file 2006.12.05 2855 21
165 리즈 테일러 2006.12.06 1140 11
164 남녀사이 2006.12.06 1003 11
163 다시, 리즈 테일러 2006.12.06 1225 15
162 질다 2006.12.06 1124 18
161 메릴 스트립 2006.12.06 1057 14
160 두 벗들의 관심에 감사하며, 2006.12.07 1056 13
159 There was a crooked man file 2006.12.09 1241 31
158 옳은 이야기이고 좋은 이야기이다. 2006.12.12 1100 9
157 귀신같은 녀석 2006.12.12 1100 14
156 Unforgiven file 2006.12.22 952 13
155 외화제목의 우리말 표기에 관해서 2006.12.24 1576 6
154 A Room with a View file 2006.12.25 1077 14
153 언포기븐 2006.12.26 1066 11
» 그냥 편지 2006.12.26 1058 13
151 잉그리드 버그만 file 2006.12.27 1596 3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