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의 무적자

posted Jun 0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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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동의 무적자’는 1989년, 학교 앞에서 하숙을 할 때 저녁을 먹으면서 유선TV 방송을 통해서 본 영화였습니다. 보다가 하도 놀라서 밥을 잘 씹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궁원이 극동의 무적자(The Invincible of the Far East)역할을 맡아 바바리자락을 휘날리며 마카오와 한국을 오가며 활약을 벌이는 이 영화에는 허장강이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지요.


    로저 무어와 숀 코너리가 은퇴한 뒤에 만들어진 어떤 007 영화보다 박진감 넘치고 폼 나는 (요즘 아이들의 속된 말로 “간지 좔좔 흐르는...”) 이런 작품의 뒤를 잇는 한국영화가 어째서 없었단 말인지, 갑자기 원통방통한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장면의 전환을 윤기 있게 만드는 이봉조의 화려한 색소폰 재즈 배경음악은 또 어떻고요. 이건 뭐랄까, 다락을 뒤지다가 머리 벗겨지고 배나온 아버지의, 젊은 시절 영화배우 뺨치는 사진을 발견했을 때 느낄 수 있음직한 그런 기분 좋고 놀라운 배신감 같은 것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1970년에 제작된 이영화의 감독은 최인현이고,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재미교포 2세인 김동원은 미국 원자력연구소의 권위자로 공식임무를 가지고 내한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안 중국에서는 그를 납치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 정보원(남궁원)의 활약으로 그들 일당을 분쇄하고 그로하여금 무사히 내한하여 소임을 다하게 한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구할 길 없어 같은 해 최인현 감독이 신성일과 최무룡을 동시에 기용하여 만든 황금 70 홍콩작전의 포스터로 눈요기를 가름합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 또한 조금만 시대에 맞게 가다듬으면 당장에라도 새로운 첩보영화의 소재로 들어다 쓸 법한, 감각적인 내용이었으니:


      중국으로 부터 위조 달러를 인수하여 홍콩의 경제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중국 첩자들의 책략과 이를 탈취하려는 홍콩 뒷골목의 두목 허만길 일당의 음모 그리고 북한 첩자 간에 일대 암투가 벌어진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 정보원이 미국 수사요원을 가장하고 북한 첩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두 청년을 포섭함으로써 그들의 음모를 백일하에 폭로하고 분쇄한다.


    ‘극동의 무적자’를 하숙집에서 본 뒤에 흘러간 비데오든 뭐로든 다시 구해 보려고 백방으로 애를 써봤는데,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구할 길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