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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ma Mia!(2008)

posted Jan 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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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한 곡조 유행가 가사다 -

내 처지가 꼭 유행가 가사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쉽사리 공감하는 가사가 아니라면 히트송이 되기 어렵겠기 때문이다. 단지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릴 따름이다. 스웨덴이 가장 자랑하는 것은 볼보와 아바다. 고전음악에서 차이코프스키가 그러하듯, 아바는 음악의 힘이 멜로디에서 나온다는 점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들의 활동기간이 장구하고 히트곡은 하도 많아서, 거의 어떤 상황에든 어울리는 아바의 노래를 골라낼 수 있을 정도다.

1999년 영국의 제작자 주디 크레이머와 작가인 캐더린 존슨은 필리다 로이드라는 감독을 기용하여 순전히 아바의 히트곡들로만 이루어진 한 편의 뮤지컬을 만들어 웨스트엔드의 무대에 올렸다. 세 명의 여인이 만들어낸 이 작품 속에는 세 명의 여인이 친구로 등장한다. "Super Trouper", "Dancing Queen", "Knowing Me, Knowing You", "Thank You for the Music", "Money, Money, Money", "The Winner Takes It All", "Voulez Vous", "I Have a Dream" "SOS" 등등 70-80년대 라디오 팬이라면 전 세계 누구나 사랑하던 주옥같은 히트곡들이 줄거리를 날줄과 씨줄로 엮는다. 결과는 대히트였고, <Mamma Mia!>는 브로드웨이에서도 장기공연에 들어갔다. 헐리우드가 이런 호재를 놓칠 턱이 없었다. 이 뮤지컬은 2008년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등을 기용하여 영화로 제작되었다.

무대는 그리스의 작은 섬이고, 주인공은 자기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스무 살 처녀 소피다. 소피는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 분)의 처녀적 일기장을 뒤져, 자기 아버지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 사람의 남성을 도나의 이름으로 청첩장을 보낸다. 각기 도나와의 잊지 못할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채 지내던 세 남자들은 젊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리스의 섬으로 온다.

있을 법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적재적소에 배치된 아바의 노래들이 우리의 귓전에 익숙하게 들려올 때, 우리는 줄거리의 비현실성 정도는 용서할 마음이 들게 된다. 좀 쉽사리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은 캐스팅이다. 메릴 스트립은 위대한 배우고, 피어스 브로스넌은 아직도 전성기때의 매력을 잃지 않고 있지만, 이들의 노래실력은 좀처럼 칭찬해주기 어렵다. 이들은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안쓰러울 만큼 최선을 다하지만, 이 영화에 관한한 최선으로는 충분치 못했다. 이런 흠을 가려주는 것은 주인공을 소피 역을 맡은 신예 아만다 지프리드의 놀라운 노래솜씨와 신선한 매력과, 다른 조연들의 분투다.

스탠리 도넌이나 빈센트 미넬리의 고전적인 뮤지컬처럼 멋진 오리지널 히트곡들을 담은 뮤지컬과는 달리, <Mamma Mia!>처럼 기존의 히트곡들을 이용해서 만든 뮤지컬을 일컬어 쥬크박스 뮤지컬(Jukebox Musical)이라고 부른다. 이런 뮤지컬들이 가진 매력은 독특하다. 줄거리나 연기의 완성도 이외에 그 어떤 요소가 관객들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익숙함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무도장에 가서도 우리는 자기가 잘 아는 곡이 흘러나올 때 가장 열광하지 않았던가.

<Mamma Mia!>에 등장하는 사랑은 실패한 사랑이거나 흠결이 있는 사랑이다. 영화 말미에 도나는 오랜 세월을 애둘러 찾아온 짝과 맺어지기는 하지만, 마치 엄마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는듯이, 소피는 결혼을 취소한다. 흠 투성이의 사랑 이야기로 만들어진 미스캐스팅의 영화를 우리가 굳이 찾아 보고, 그 영화를 본 뒤 행복감에 젖을 수 있는 것은 아바의 노래에 우리 감성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하, 이 노래를 이 대목에 써먹었구나, 반가와하면서. 그렇다. 우리 사랑은 우리 입에 옮아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한 곡조 유행가 같은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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