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티브이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끝나는 자막 뒤에 국채를 사라는 광고가 따라나오는 거 보고 재밌어했던 적이 있었다.
배달의 기수 같은 느낌이 있는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리고 잉그리드 버그만이 매력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별로 없다.
여자애가 너무 선이 분명한 것도 별로 좋아하는 특징이 아닌데다, 그런 낮은 목소리는 꽤 싫어하는 편이다.
눈빛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도 많이들 하지만, 난 눈빛도 분명한 게 좋다. 한 남자한테 올인하지 않는 여자는 오로지 피곤할 따름이고 이쁠수록 피곤만 심해질 뿐.
이 영화의 음악도 그다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애즈타임고즈바이가 너무 유명해서 다른 음악도 좋으려나 싶어 처음 볼 때 몹시 유심히 듣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음.) 그리고 인상적인 장면 (그림) 도 거의 없는 영화이다. 그 정도로 유명한 다른 영화에 비해 기억나는 스틸사진이 거의 없지 않냐. 세트도 너무 조악했다 싶긴 한데 그 당시의 다른 영화도 그러려니 하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의 재미는 나한테는 99% 험프리 보가트의 매력이었고, (나머지 1%는 프랑스 경찰서장)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영화고 뭐고 잘되려면 운이 필요한 거 같다.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구쩜오기영쩜오나 되려나.
난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았고 지금도 꽤 잘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인데, 이 영화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사랑에 절절했던 느낌은 그다지 없는 거 같다.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남자가 사랑과 가오사이에서 당연히 가오를 택하는 그런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저러고 살아야 되나 싶은 기분이 들어서 그 처지가 좀 안쓰럽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험프리 보가트는 멋지기는 한데 어디서 언제부터 어떻게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연 클라크 게이블을 더 좋아하고 그의 영화를 즐겁게 보는 편인데도 누군가 막상 멋진 남자배우에 대한 의견을 물어 대답을 하고 보면 험프리 보가트를 더 좋아하는 척이 되어 버리곤 한다. 왜 그런걸까.
그런데 이 영화 칼라로 된 거 본 적 있냐? 공항에서 험프리 보가트 코트와 버그만 옷차림이 저런 색일 거란 생각을 해 본 적 있냐? 교육방송에서 해준 거 보고 환장하는 줄 알았음.
-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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