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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예술

posted Sep 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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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예술입니다. 끼어들기에는 너무 박약한 내용과 글재주입니다만, 저도 덩달아 예술을 논하는 처지에 동참하고 싶음을 참을 수가 없군요.

윗 글들을 모두 이해한 것 같지도 않고 공부가 부족하여 예술을 논할 재주가 없습니다만...

저는 오래전에 읽은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간간이 들먹이곤 합니다. 예술은 그냥 생겨난 줄만 알았던 제게, 사람들에게 예술이 왜 필요했는지, 어떤 예술이 왜 생겨난건지에 대해서 나름 생각하게 해 주었던 책이지요.

아마도 니체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비극은 그리스와 로마인들의 여유로움에서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다만, 오랜 전쟁과 땅뺏기 싸움, 생존을 위한 촉각과 바이바이하여, 바야흐로 도대체 어디에 정열을 쏟아야 할 지 모르는 감정적인 공황상태에서, 그들은 휴식처가 필요했기에 사우나를 지었고 비극을 탄생시켰다고 합니다.

저는 미술사를 잘 모릅니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대는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부르건 말건- 미술의 전성시대는 분명히 아닙니다. 평론가가 아무리 애를 써서 어렵게 헷갈리게 글을 쓰건 말건,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지요. 미술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샤갈에 환호할 뿐, 갤러리를 찾는 이들도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싶을 뿐, 우리 삶의 전반에 미술은 - 별로 들어있지가 않습니다. 다른 예술의 들러리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동우형의 심부름으로 이리저리 건축물들을 보러다닌 적이 있는데, 과연 몇 십년 지나 "이 시대의 건축"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짜내고 짜내야 한두가지 쯤의 공집합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를... 어쩌면 "미술"과 "음악"을 예술의 양대산맥으로 보았던 우리들의 가치관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영상"과 "음악" 쪽으로 말이지요.

다시 [비극의 탄생]으로 돌아가, 쉽게 말하여 무언가를 탄생시키고 싶었던 사람들의 "채워지지 않음"에 포커스를 둘때, 역시 예술에는 그 무언가 "driving force"가 있다고 봅니다. 미술을 잘 모르니 조금 아는 대중음악을 예로 들자면, rock'n roll, jazz, heavy metal, rock, hip-hop, 모두가 기존의 음악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던, 꿈틀꿈틀하는 모티브에 의해 거의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움직임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양성으로 말해질 수 있는 현대의 모든 예술에는 "driving force"가 있다고 볼 때, 현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지금과 같은 예술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첫째는 아무래도 돈인것 같습니다.

물론 돈 생각 안하는 예술가들도 많겠지만, 20세기 말부터 밀어닥친 신흥자본주의의 물결은 정치/경제/문화/예술 어느곳에서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여, 예술은 현재 절대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돈이라 하면 결국 대중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어필"의 문제가 됩니다. 종종 "창의적"이라 혼동되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런 것만이 먹히게 되는 대중들의 식상함에 기반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두번째 이유로 연결됩니다.

두번째는 도통 할 것이 없다는 겁니다.
"이제는 다 나왔다..." 라는 말들을 어느 예술가한테 들었습니다. 도대체 인간의 머리로, 인간의 가슴으로 나올만한 것들은 누가 벌써 다 해 놓았다는, 이시대를 사는 사람의 불행함이 예술을 더욱 기형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변기를 놓고 예술을 논합니까? 변기가 예술이라면 고대 사람들은 왜 변기에서 아름다움을 찾지 않았을까요? 도대체 2박자 3박자 4박자 6박자, 하다못해 8박 16박도 벌써 즐비하게 다 해놨고, 그걸 보면서 그와 차별된 것을 만들어야 하는 현 시대의 예술가만 불행합니다. 변기라도 갖다 놓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틈새의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면 환호를 받는 것이고, 작가의 배설처럼 생각되면 쓰레기로 치부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세번째는 비판의 문제일 듯 합니다.
이 시대의 예술은 그 비판이 도를 넘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로 말하는 것도 일례로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교육수준이 높고 통신이 발달한 현 시대의 예술가들은 한마디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신만의 음악, 자신만의 미술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할 지 모르지요. 하지만 그건 그들이 생각하는 대중의 "규모" 문제입니다. 이 세상 단 한사람도 인정하지 않는 예술가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결국 누군가에게 몸서리치도록 좋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에 (안그런척 하면서) 귀를 귀울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비판은 이제 "식상함"으로 무장된 사람들한테서만 나옵니다.

네번째는 "표면에 드러나는 집단"의 문제입니다.
현대의 예술은, 현대의 비평은, 표본추출에 절대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뭐 이런 것은 예전에도 있어왔는지 몰라도 말입니다. 도대체 "누가 이야기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은 없습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말을 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또한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또다시 변기의 예를 들어보지요. 이런 류의 예술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게 무슨 예술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보다 평온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로 말을 아끼는 사람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앞으로 팔을 잘라붙인 미술품이 나온다고 한다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여 훌륭한 예술품이 될 날이 생길 겁니다. 적어도 예술이냐 아니냐로 논란을 하는 경지까지는 오를 겁니다. 영화판에서 타란티노가, 올드보이가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last but not least...

사람들의 감정이 많이 변했습니다. 너무 자극적인 것을 많이 보아서 말입니다.
예술은 무엇보다도 감정의 표출이 아니겠습니까. "좋은 것"에 대한 감정이 이젠 무디어질대로 무디어져서 도무지 좋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인간의 오감을 건드릴 수 있을 만큼 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다시 기형적인 생산이 기대될 수 밖에 없지요. [블루]가 만약 그것을 건드렸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대단한 찬사를 줄 수 있겠지요.

한가지 덧붙인다면, 제가 그래도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았다고 생각하는 '문학'의 영역에서... 그 많은 훌륭한 소설가들은 지금 어리둥절하고 있습니다. 펜을 놓은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도통 작품을 볼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무엇이 예술인지 혼동스러운 시대입니다. 앞뒤 문맥 연결 안되는 '귀여니'의 작품이 더 많이 읽힙니다. 예술성으로만 보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비교를 거부합니다.
잠깐, 예술성이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그걸 읽고 희노애락에 깊은 감동을 느끼면 예술성입니까? 그럼 귀여니를 읽고 더 깊은 감동을 느끼는 요즘의 사람들...?
소설 부분은 타격이 상당합니다. 조만간 미술같이(?) 되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이 책이 도대체 이분에게서 나온 게 맞는지 의심스러운 소설이 막 나옵니다. 소설가들이 어떻게 어리둥절하고 있는지 눈에 훤히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 문학의 크라이시스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거의 침몰 수준입니다.



현대는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좋은 예술품은 사람들의 그 어떤 부분이 주체할 수 없을 때 잘 탄생하는 법이니까요. 미술이라는 훌륭한 예술 영역이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이 시대의 대중은 예술을 위한 훌륭한 대중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말이지요.
결국 우리는 뭔가를 필요로 합니다. 감정을 위로받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말초적이었던 콜로세움도 르네상스 이전이라는 걸 상기할 때,
그래서 결국 또다른 [비극의 탄생]을 보게되지 않을까요.
그걸...
보고 싶군요.

japol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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