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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Môme(La Vie en Rose, 2007)

posted Feb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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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2008.2.24)에 개최될 제 8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심사위원들은 여우주연상 때문에 적잖이 곤혹스러워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금년도 후보로는 케이트 블랑쳇(Elizabeth: The Golden Age), 줄리 크리스티(Away from Her), 마리온 코티야르(La Vie en Rose), 로라 리니(The Savages), 엘렌 페이지(Juno) 등 5명의 배우가 선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지금까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일반적인 경향을 한번 살펴보죠. 그 동안 여우주연상은 실존인물의 기구한 삶이나 정신적으로 정상상태를 벗어난 역할을 연기한 배우들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주어져 왔습니다. 알콜 또는 약물중독이거나, 고군분투 투쟁하는 여성이거나, 살인자의 배역을 맡은 여배우는 상을 탈 확률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부나 타락한 여성의 역할로 수상한 배우들도 줄잡아 스무 명이 넘죠.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여 성공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에게도 종종 상이 돌아갑니다.


    한편, 아카데미상은 후보에 오른 한 편의 작품에서 펼친 연기만으로 평가받는 상은 아니라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치명적인 폐렴에서 회복된 것을 격려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주었던 것 같은 일종의 감투상 격도 있고,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상을 비켜갔던 노배우들에게 평생의 업적을 기려 상을 준 사례도 많습니다. 쟁쟁한 현역 배우들 사이에 70세 이상의 노령 배우가 후보로 끼어 있고, 그 배우가 과거에도 몇 번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경력은 없다면, 그해의 상은 그 배우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루스 고든, 제랄딘 페이지, 제시카 댄디, 엘린 버스틴 같은 예를 들 수 있겠죠. 반대로, 십대의 아역들이 천재적인 연기를 보여준 경우에도 수상을 점쳐볼 수 있습니다. 패티 듀크나 테이텀 오닐, 아나 파킨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가령, 날씬한 금발미녀인 인기 여배우(샬리즈 테론)가 어느날 갑자기 체중을 수십kg나 불려서 <The Monster>(2003)에서처럼 연쇄살인자에다 동성연애자이기까지 한 창녀 역할을 맡았다면 보나마나 강력한 수상후보로 꼽으시면 된다 이런 뜻이죠. 이런 경향을 금년도에 대비해 보면, 강력한 수상후보는 두 명으로 압축되지 않나 합니다. <La Vie en Rose>에서 약물과 알콜 중독으로 무너져간 샹송가수 에디뜨 피아프의 일생을 열연한 마리온 코티야르와 <Away from Her>에서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아내 역할을 맡았던 줄리 크리스티가 그들입니다. 특히 전성기때에는 하나의 팝 아이콘이었으며, 일찍이 1965년에 <Darling>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줄리 크리스티는 매우 오랜만에 후보군에 재입성했고 올해 67세인 그녀가 다시 또 이만큼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강한 동정표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의 다른 여우주연상 후보작들을 살펴볼까요? 이제 아예 여왕 역할 전문 배우 대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케이트 블란체트는 아카데미에 새로운 진기록을 하나 세웠습니다. 그녀는 1998년에 <Elizabeth>라는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1세 역할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었고, 꼭 10년 후인 2008년에 <Elizabeth : The Golden Age>라는 영화에서 같은 인물역할로 같은 상의 후보에 오른 것이죠. 한 배우가 한 인물을 두 개의 다른 영화에서 연기한 것이 두 번 다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경우는 그녀가 유일합니다. 그녀는 아마 영미권에서 가장 우아한 여배우들 중 한 명일테고, 앞으로도 기대되는 유망주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2004년 <Aviator>에서 케더린 헵번 역할로 이미 여우조연상을 받았기 때문에 주연상은 조금 더 기다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X-Men III에서 벽을 마음대로 뚫고 다니는 Kitty역을 맡았던 21세의 엘렌 페이지는 <Juno>에서 고교생 미혼모 역할을 능청스러우면서도 섬세하게 해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아역배우의 천재성을 보여준다고 보기는 어렵고, 주인공 주노는 십대 답다기 보다는 오히려 배우 엘렌의 실제 나이에 어울릴 위악스러운 조숙함으로 가득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연기였을 것으로 보이진 않더군요. <The Savages>는 아직 못 봤습니만, 저로선 로라 리니가 상을 받을 거라는 기대감은 별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녀는 좋은 배우이지만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습니다.


    폭발적인 모습? 네, 바로 그겁니다. <La Vie en Rose>에서 마리온 코티야르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 영화에서 마리온은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뜨 피아프의 일생을 연기합니다. 올리비에 다안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조금은 과도하게 멜로드라마틱하고, 플래쉬백 기법을 지나치게 남용한 나머지 객관적인 감상을 다소간 방해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안 감독은 이 영화를 죽음에 임박하여 혼란스럽게 과거를 회상하는 에디뜨 피아프의 시점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하나의 증거로서, 그녀가 연인 마르셀의 꿈을 꾸고,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다시 무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긴 롱테이크 장면은 주관적 시점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미학적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마리온 코티야르라는 여배우의 영화입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창녀들의 손에 의해 양육되고, 거리의 가수로 자라 스타덤에 오른 피아프의 복잡한 내면을 마리온은 힘차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그녀가 연기하는 피아프는 과시적이고 막무가내인 거리의 잡초같은 성품을 지녔으면서도 한없이 상처받기 쉽고 대인관계를 두려워하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알코올과 약물 남용, 무절제한 생활로 인해 불과 40대 후반에 마치 칠순 노파처럼 휘고, 삭고, 졸아든 여인, 그러나 그 '참새'처럼 작은 몸집 속에서는 언제나 불과 같은 음성을 토해내던 정열의 가수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147cm의 단신이던 에디뜨 피아프의 데뷔당시 별명은 Môme Piaf(작은 참새) 였습니다. 이 영화의 불어제목은 <La Môme>이고요.


    말년의 피아프를 연기하는 마리온을 보면서 유난히 놀랐던 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Chloe>, <Taxi>, <Jeux d'enfants>, <Une affaire privée> 등의 전작에서 줄곧 매우 육감적인 성적 매력이 넘쳐흐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섹스 어필을 어디로 빼돌려 감춰버린 것인지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재능이 있어 보여 눈여겨 지켜보던 배우이긴 했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갑작스레 일을 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당연히, 피아프의 노래를 흉내 내는 그녀의 립싱크 또한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제 느낌으로는 이번 수상후보들 중에 마리온 만큼 다른 후보자들을 뒤로 멀찍이 따돌리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저는 아카데미상 심사위원들이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외국어 영화에서 외국어로 연기한 외국인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던 사례는 지금까지 딱 한 번 밖에 없었습니다. 1962년 <La Ciociara (두 여인)>라는 영화로 행운을 거머쥔 당시 28세의 소피아 로렌이 바로 그 사례였습니다. (이 영화로 그녀는 칸느 여우주연상도 받았죠.) 하지만 소피아 로렌은 1962년 당시 이미 다수의 미국영화에 출연한 국제적 스타였던 데다가, 60년대라고 하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로베르토 롯셀리니,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루키노 비스콘티, 페데리코 펠리니 등등 기라성 같은 이태리 작가들이 펄펄 살아서 세계영화사 교과서의 중요 부분을 채워가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La Ciociara>만 해도,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작품이죠. 아카데미상 시상관행의 예외가 되기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었다는 뜻입니다.


    마리온 코티야르는 뤽 베송의 <Taxi>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매력적인 애인 역할로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그녀가 출연한 미국영화는 <Big Fish>와 <A Good Year> 두 편 뿐이었습니다. 별로 아카데미가 상을 주고싶어 할 만한 이력을 갖춘 배우는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La Vie en Rose>에서의 그녀의 연기는, 만일 상을 받지 못한다면 영화제가 권위를 지키는데 애로가 있어 보일 만큼이나 뛰어난 것이었습니다. 과연 올해 다시 하나의 예외적인 기록이 추가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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