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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posted Jul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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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타이밍이다

가령 애인이 유학을 떠난다든지 하여, 본의아니게 양의 동서로 헤어져 지내게 된 커플을 일컬어 "롱디 커플"이라고들 부른다. 장거리(Long Distance)를 요즘 식으로 줄여 부르는 말이다. 김혜림이라는 여자 가수가 시내 직통전화를 일컫는 디디디(DDD)를 통해 연애하는 연인의 심정을 노래하면서 "더이상 이제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요, 마지막 동전 하나 손 끝에서 떠나면, 디디디 - 혼자서 너무나 외로워"라고 노래하던 게 불과 10년전인 1989년이다.

연인들에게는 디디디 시외전화의 거리도 너무 먼 법이거늘, 지구촌이 좁아지다 보니 연인들이 겪어내야 하는 물리적인 거리는 자꾸만 늘어나는 추세다. 젊은 후배들과 대화를 해봤더니, '롱디' 커플은 오래 못가는 게 상식이란다. 편지란 그저 손으로 써서 우체통에 넣어야 맛인줄로만 아는 구식 세대로 내몰린 내가 한탄한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끈이 약해서야 어디 그걸 연애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나의 그런 구식 한탄을 안쓰러워 하며, 후배가 "모르는 소리 마시라"며 들려준 사연이 있다.

이른바 '롱디' 커플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건 거리 때문이 아니란다. 오래 못보기 때문만도 아니란다. 이들의 적은 '시차'였다. 사람은 아침, 점심, 저녁 때 그 시간에 어울리는 심리상태가 되는 법이다. 상상해 보라. 간밤의 울적한 고뇌를 떨쳐버리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마당에, 붐비는 지하철 속에서 바다 저 편 애인의 전화를 받는다. 그는 고단한 하루를 정리하고 홀로 집에 돌아와 촛불을 앞에 둔 채 그리움에 젖은 목소리로 "내 생각 많이 해?" 또는 그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대화가 상큼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성장배경이나 집안 환경, 빈부의 격차나 지식의 많고 적음도 사랑을 가로막지는 못하는 법이다. 그러나 후배의 설명을 듣고 보니 시차를 몇 년 이상 극복해낼 수 있는 사랑은 과연 있을까 싶다.

<Seven>, <Fight Club> 등의 수작을 만들어낸 데이빗 핀처 감독이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08년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영화화했다. 굳이 쟝르를 따지자면 환타지로 분류해야 옳을 이 영화 속에서, 시간은 벤자민이라는 사내한테만 거꾸로 흐른다. 그는 80대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지는 것이다.

1918년 뉴올리언즈에서 태어난 벤자민(브래드 피트)은 해괴한 몰골때문에 버림받아 양로원에서 성장, 아니 역성장하게 된다. 1930년, 73세의 몸이 된 그는 양로원에 놀러 왔던 여섯살 난 조숙한 소녀 데이지와 친구가 된다. 그는 예인선의 잡역부가 되어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심지어 전쟁도 겪게 되는데, 그는 어딜 가든지 데이지에게 엽서를 꾸준히 부친다. 1951년, 이제는 50대처럼 보이는 벤자민은 뉴욕으로 가서 20대의 무용수가 된 데이지(케이트 블랑체트)를 만난다. 하지만 데이지는 비슷한 또래의 동료 무용수와 연인 사이였다. 데이지가 서른 두살이 되던 1957년, 그녀는 교통사고로 무용을 그만두어야할 처지가 된다. 벤자민은 그녀를 위로하러 병원으로 찾아간다. 그녀는 갈수록 젊어지는 벤자민을 보고 놀라지만, 그를 받아들이기에는 절망이 너무 컸다.

1962년, 서른 일곱살의 데이지는 뉴올리언즈로 돌아오고, 여기서 신체 나이가 마흔 살에 가까와진 벤자민과 만나고, 둘은 마침내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하며 60년대를 함께 겪는다. 데이지가 두 사람 사이의 딸인 캐롤라인을 출산한다. 때는 1969년. 벤자민은 서른 넷이 되었고, 데이지는 마흔 넷이 되었을 때다. 계속 나이를 거꾸로 먹었다간 아버지 노릇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벤자민은 말없이 두 모녀를 떠나 방랑길에 오른다.

이상한 계산이지만, 벤자민은 41살에서 34살이 될 때까지, 그리고 데이지는 37살에서 44살이 될 때까지의 7년 동안 이 두 사람은 더없이 달콤한 사랑을 나눈 셈이다. (1964년은 두 사람이 39살의 동갑내기가 되던 해였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사랑에도 때가 있다. 사람의 신체에 깃든 시계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올빼미같은 밤도깨비들이 있는가 하면, 새 나라의 어린이 스타일로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하는 소위 ‘early bird’들도 있다. 처녀 총각이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다면, 함께 새벽의 여명을 맞고, 함께 저녁노을을 품을 수 있는 상대를 찾을 일이다. 연인들이여, 시차를 두려워하라.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내는 '롱디' 커플이 사랑을 오래 지속하고 싶다면 전화는 위험스런 물건이다. 그들의 사이를 안전하게 이어줄 수 있는 건 (벤자민이 데이지에게 보냈듯이) 엽서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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