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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erella Man(2005)

posted Feb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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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밥벌이다 -

아일랜드계 미국청년 제임스 브래독(러셀 크로우)은 라이트헤비급 권투선수다. 1928년부터 약 5년간 승승장구하던 그는 결국 부상과 슬럼프에 시달린다. 손뼈가 으스러져 권투를 접어야 하는 시점에, 그에게는 대공황의 춥고 배고픈 시절이 닥쳐온다. 그 시절의 많은 다른 사람들의 경우처럼, 그가 투자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그는 부두의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아픈 막내 아기를 친척집에 맡겨 두고 전기와 수도가 끊어진 집의 집세를 벌려고 동분서주하던 그는, 구겨진 자존심을 무릅쓰고 권투 프로모터들이 모인 술집에 들어가 예전의 안면을 팔아 푼돈을 구걸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레 취소된 시합에 그는 대타로 기용되어 랭킹 2위의 선수와 맞붙게 된다. 모두들 한물 간 은퇴선수인 브래독이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고 끝날 거라고 예견했던 시합을, 그는 3회 케이오 승으로 이긴다. 고질적인 오른손 부상에도 불구하고 재기에 성공해 승리를 이어가는 브래독은 이제 춥고 배고픈 모든 사람들의 희망의 상징이 된다. 사람들은 그를 ‘신데렐라 사나이’라고들 부른다. 그러나 그의 아내(르네 젤웨거)는 다시 권투를 시작한 남편이 못내 불안하다. 그녀는 그가 부상으로 은퇴할 때, “이젠 더 이상 얻어맞고 돈을 벌지 않아도 되어 차라리 안심이 되었었다”며 그를 말린다. 하지만 그를 사각의 링 위로 내모는 것은 승부욕 따위가 아니라 아이 셋을 먹여 살려야만 하는 생활고였다.

그는 헤비급 세계 챔피언인 맥스 배어에게 도전한다. 배어와 맞싸운 선수들 중 두 사람이 뇌진탕으로 목숨을 잃었다. 남편의 권투시합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착한 아내 역할을 르네 젤웨거보다 더 잘해냈을 배우가 있을까?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호주 태생의 러셀 크로우가 연기하는 아일랜드 억양은 좀 거슬리긴 해도, 크로우는 절망을 담은,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눈빛 연기를 멋지게 해낸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챔피언 맥스 배어가 잔인하고 잘난 체하는 악당 역할을 맡은 건 불공평한 처사인지도 모른다. 브래독은 불운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진 낙오자였고, 경제공황으로 본의 아니게 낙오자가 되어버린 수많은 불운한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주었다. 경제난이 무색할 만큼 많은 수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와 그를 응원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 앞에서 그의 승리를 기원했다. 챔피언 배어는 아마도 어쩔 수 없이 악한의 역할을 맡게 되어버렸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우리라.

<Rocky>와는 달리, 이 영화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개인의 영웅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브래덕은 사랑하는 처자식을 차마 굶길 수 없어 자기가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을 그저 하기로 결심한 가장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죽음을 각오하고 그 일을 해낸다. 모두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하는 경기를 앞두고 그는 기자회견을 가진다. 거기서 한 기자가 그에게 “또다시 예전처럼 실패를 맛보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예전에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당신은 그럼 지금은 뭘 위해서 싸우나요?”
    “우유(milk)요.”

영화는 주인공이 시합 도중 링에 쓰러져 숨을 거둘 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지나친 스포일러를 삼가면서 결말에 대해 말하자면, 이 영화의 감독이 마음씨 착한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던 론 하워드라는 사실 정도가 힌트가 되려나? 사실 그 점은 별로 중요치 않다. 이 영화는 위험과 모욕을 무릅쓰고 분투하는 모든 가장들에게 영상으로 바치는 헌사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신들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식구들을 건사하기 위해 참 많은 것들을 무릅쓴다. ‘우유값’을 벌어오는 일. 사랑 아니고서는 그 일을 대체 어찌 해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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