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여자로 메릴 스트립을 드니까 완전히 이해가 되고, 어느 의미로는 "되다" 하는 말의 의미도 조금 더 선명해 지는 것 같다. 그 여자 죽도 쒔는데, "영혼의 집"에 나온 모습이 특히 그러했다. 거기서의 메릴 스트립은 진 밥이라기보다는 멀건 죽에 가까왔다.(사실은 약간 상한 죽)
차이코프스키에 관한 C의 글은 정곡을 찌른 감이 있다. 맞다. 선율의 유려함. 그거야 말로 진짜지. 하지만 선율만 가지고 음악이 되는 건 아니거든. 어쨌건 간에 버트 바카락. 정말 그리운 이름이다.
난 드뷔시에 관한 취향은 없지만 라벨은 꽤나 좋아한다. 별로 유명한 곡은 아니지만 라벨의 소나티네가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 몇 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나도 긴 곡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말러나 바그너에 손도 안 대는 이유가 어디 그것뿐이겠느냐마는 그것도 한 이유는 될 듯하다. 드뷔시와 라벨, 그 시대에는 프랑스에 참 좋은 작곡가들이 많았다. 가브리엘 포레, 세자르 프랑크, 에릭 사티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포레는 가곡들이 참 아름답다.(유명하기로야 베를렌의 시에 곡을 붙인 "달빛"이 최고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곡은 "디안느, 셀레네"라는 곡이다.) 프랑크는 역시 바이얼린 소나타가 최고지. 네가 에릭 사티를 들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을텐데.
바흐에 대한 C의 견해에는 선뜻 동의할 수가 없구나. 바흐가 직업적 기술이라는 면에서 최고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의 곡이 모두 직업적 기술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샤콘느 같은 곡은 직업적 기술의 영역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귀하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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