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 셉템버

posted Jan 2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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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셉템버는 참 좋아하던 영화이고 많이 봤는데 (많이 안 볼 수가 있냐, 매해 9월 첫주면 KBS에서 늘 해줬었는데) 사실 막상 기억은 잘 안 난다. 기억이 안 난다기보다는 기억이 많이 다르다. 다시 한 번 보고 싶은데 (이런 영화는 다시 봐도 늘 실망스럽지 않아서 좋다) 어디서 다시 봐야 될 지는 잘 모르겠다. 디비디 많이 사놔라.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나중에 너 서울 들어오고 가끔 한가한 저녁에 모여서 이런 영화나 보면서 술 한잔 하고 맛있는 거 먹고 그러면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초나우딩요때부터 좋아하던 영화들이, 죄 40이 다되어가는 아저씨들이 갓 스물짜리 꼬시고 하는 그런 것들이라 나이에 대한 감이 잘못잡혀서 그랬던 건지, 산드라 디란 여자의 이미지를 처음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게 그리스의 look at me, I'm Sandra Dee때부터여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영화에서 록 허드슨이 보호자 노릇하느라 고생했던 게 기억이 잘 안 난다.

 

  혹시 원작이 이태리영화였던가? (아마 아닐듯) 록허드슨이 아빠같았던 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엄마같이 굴었던 건 기억이 난다. 록허드슨이 아빠같이 굴었던 게 기억이 잘 안 나는 이유는 지나 롤로브리지다에게 잘 보이려고 아빠노릇을 어설프게 하는 게 귀여워보여서였던 거 같기도 하다. 왠지 록허드슨 역할을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했다면 더 재밌어졌을 거 같다.


  산드라디도 좀 더 예쁜 애가 했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바비다린은 딱 적당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바꿔놓으면 그건 미국영화가 아니겠지. 난 바비다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 영화 어딘가에서 클럽에 놀러가서 바비다린이 무대에 올라가서 멀티플리케이션인가 하는 노래를 부르는 데가 있었던 거 같다. 그 때는 꽤 멋있었다. 역시 잘 하는 거 계속 해야 된다. (당구를 칠 때도 우라가 잘되는 날은 계속 그거 돌려줘야 점수가 나온다.) 맥더나이프 같은 노래는 그 나이에 그렇게 부르기는 쉽지 않은 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 지나 롤로브리지다는 정말 멋있었는데 마지막에 밥먹으면서 록허드슨에게 윙크하던 거, 몹시 기억난다. 실바나망가노나 소피아로렌이 멋지단 생각은 못해봤다. 지나롤로브리지다때문인 거 같다.

 

  불혹이란 말은 요즘 많이 생각하게 되는 단어인데, 원래 의미보다는 '이제 사십이 되니 유혹을 잘 못 걸겠더라' 쪽으로 와 닿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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